세상을 바꾸고,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파괴(=disrupt)하는 비즈니스가 소위 말하는 유니콘 비즈니스로 성장할 확률이 매우 크다는 걸 우린 알고 있다. 이런 파괴적인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자주 예로 드는 게 우버와 넷플릭스다. 좀 식상한 이야기지만 우버는 택시를 한 대도 소유하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다. 같은 맥락에서 넷플릭스는 극장을 하나도 소유하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관이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에 물리적인 스크린을 1,000개 이상 소유하고 있는 CJ CGV의 시총이 1조 원도 안 되는데, 넷플릭스의 시총이 160조 원 이상 되는 게 아닌가 싶다(2018년 10월 9일 기준).
어떤 비즈니스가 진정한 disruption을 가져올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비즈니스를 제대로 고르려면 어떤 성향을 보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은 VC가 끊임없이 한다. 나도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얼마 전에 씨티은행 Citi Ventures 총괄의 인터뷰를 보고 몇 가지 좋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시티벤처스 총괄 Vanessa Colella에 의하면, 미래를 바꿀만한 기술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이런 기술이 갑자기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기술로 인해, 즉시, 그리고 하루아침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틀렸다고 경고한다. 세상 사람들이 봤을 때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나 제품은 실제로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작은 변화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깊은’ 변화를 일으킨다고 그녀는 말한다. 단지, 그게 일반인의 눈에는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티 벤처스가 이런 미래형 기술을 찾을 때 두 가지를 보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하고(=accelerating)”, 절대로 “가역할 수 없는(=irreversible)” 성질을 찾는다고 한다. 이 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예를 든 게 우버인데 이분이 우버를 몇 년 전 처음 이용했을 때, 아기가 있어서 양손이 꽉 차 있었는데, 일반 택시 같으면 아기를 잠깐 놓고, 가방을 열어서 지갑을 찾은 후에, 다시 카드나 현금을 빼야 하는데, 그 고생 없이 그냥 바로 택시에서 내릴 수 있었던 그 경험을 잊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더 편한 경험을 한 사용자들은 절대로 그 전의 불편한 경험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으며 (=비가역성), 이런 경험이 쌓이면, 변화는 더욱더 가속화(=accelerating)되면서, 세상이 바뀐다는 게 이분 이야기의 핵심이다.
가속화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자주 생각해봤지만, 비가역성이라는 성질은 잘 생각해보지 않았는 데 많이 동의한다. 내 주변에 있는 많은 서비스에 이 개념을 적용해봤다. 대부분 서비스는 이런 비가역성의 성격이 없었다. 즉, 기존 제품보단 좋긴 한데, 그렇다고 이 제품을 한 번 사용한다고 다시는 그 전의 제품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성격은 없었다. 즉,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는 아닌 거 같다. 하지만, 몇 소수의 서비스는 이런 비가역성 성질이 충분히 있었다. 너무 편리해서 이 서비스가 없으면 안 되고, 그 이전으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특성이 있었다.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유니콘이 될 진 조금 더 지켜보면 알 수 있을거 같다.
cys670814
WordPress 오래된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달다보니 제 아이디가 이상하게 뜨네요. Yoo Chung 입니다.
cys670814
우버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3~4년이상이 지난 뒤였다고 생각됩니다.
일반 택시에 익숙한 고객들이 우버를 처음 이용하는데 가장 큰 장벽은 안전과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택시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기사님들과 합법적인 택시회사를 믿고 갈 장소만 알려주면 자신에 대한 어떤 정보를 추가로 주지 않아도 되었지만 우버는 앱가입부터 개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요구했죠.
특히 여성들의 경우는 안전상의 이유로 우버를 처음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우버에 대한 이런 우려가 없어지는데 참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두 번 사용한 사람들은 그 편의성에 락인이 걸렸고 안전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며 급성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비가역성이 가속화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의류 제조 기업들간 거래 (의류 브랜드가 공장에 생산 의뢰하고 계약)방식을 디지털 전환하는 b2b SaaS 를 미국 LA에서 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버의 모델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거의 모든 의류브랜드들(고객)은 자체 제조 공장(개인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더(행선지) 건별로 공장(우버차량)들에게 의뢰( 우버 호출)를 보내고 의뢰를 받은 공장들(우버 차량)은 오더 내역(행선지,고객 평가 등)을 보고 응답합니다.
의뢰를 한 의류브랜드(고객)가 의뢰에 응한 공장들(주변의 우버 차량)의 조건을 보고 한 공장을 선택하여 계약을 합니다.
그런 뒤 의류브랜드(고객)와 공장(우버차량)은 만나서(승차) 옷을 만드는 과정을 생산관리 협업툴 (안전하게 우버차량이 목적지 까지 가도록 지인에게 알려주고 네비가 안내하는 기능 툴)을 이용하여 진행합니다.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는 의류제조 기업들은 위와 같은 모든 일들을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여러 공장들과 거래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거래 공장들을 초대하여 같이 쓰기도 하고 새로운 공급망을 찾기 위해 저희 앱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몇번 사용한 고객들은 비가역성에 걸리게 됩니다.
다만 b2b 거래에서는 b2c 보다 기업 정보를 디지털 상에 올리고 모든 거래 기록이 남는 것에 대해 기업고객들이 더 두려워 하는 것을 봅니다.
또한 b2c는 고객들이 경험한 비가역성을 주변 지인들에게 널리 알리지만 b2b는 기업 고객들이 경험하고 있는 비가역성을 다른 경쟁기업들에게 잘 알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만 사용해서 나만 더 잘되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저는 비가역성을 알리는 마케팅이 b2b에서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