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바로 전 포스팅에서 모든 건 바뀌지만, 사람은 안 바뀌기 때문에, 사람한테 투자하는 게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투자하면, 나중에 회사가 잘 안 되더라도 우리가 개인적으로 후회 없고 마음이 편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멋진 철학으로 들릴 수 있는데, 실은 이건 그냥 나만의 개똥철학이다. 왜냐하면, 이 철학으로 투자해도 우리는 50% 이상 항상 틀린다. 아니, 이보다 훨씬 더 많이 틀릴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런 기준으로 투자하는 건, 뭔가 대단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가 있기 때문이 아니고, 그냥 순전히 경험, 느낌,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한 배움 때문이라서, 이제 투자를 시작하는 분들한테 투자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권장은 더더욱 못 한다.

그래도 나는 VC들이야말로 모두 자기만의 명확한 개똥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없다면 결국 회사를 검토할 때마다, “이 회사에 투자했다가 잘 안되면 어떻게 하지?” 또는 “이 회사에 투자 안 했는데, 잘 되면 어떻게 하지?” 라는 고민만 하다가 결국엔 소위 말하는 FOMO 때문에 투자하게 되는데 이건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VC는 여성 창업가들한테만 투자하는데, 나는 이게 최고의 전략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철학이기에 존중한다. 어떤 VC는 서울대 출신 창업가한테만 투자하는데, 이 또한 최고의 전략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그들 나름의 개똥철학이기에 존중한다. 내가 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주관과 줏대 없이 본인의 믿음을 기반으로 투자하지 않고 항상 남의 눈치만 보고 투자하는 전략이다. 이런 VC에게는 결국, “다른 VC는 누가 참여하나요?”가 가장 중요하고, 이들은 결국엔 묻어가는 투자만 하게 된다. 뭐, 이 묻어가는 투자도 나름의 철학이라고 하면 할 말 없긴 하지만.

나는 스트롱벤처스가 투자 못 하는 VC라는 욕은 기꺼이 들을 순 있어도, 스트롱은 색깔도 없고 철학도 없다는 욕은 참지 못 할 거 같다. 그만큼 투자하는 사람은 가치, 기준, 그리고 철학이 명확해야 한다. 그게 말도 안 되는 개똥철학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