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한번 포스팅 했듯이 우리는 작은 금액이지만 가능하면 가장 먼저 투자하는걸 선호한다. 그런데 첫번째로 투자한다는게 우리 단독으로 투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동투자자들과 함께 syndication을 만들어서 투자한다. 많지는 않지만 우리와 같은 LA 기반의 BAM Ventures와 우리는 그동안 공동투자를 몇 번 했다(참고로 BAM Ventures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재미교포 창업가 – 내 개인적인 관점에서 – Brian Lee와 Richard Jun이 운영하는 창투사이다). 사무실도 가까워서 자주 보고 한국의 스타트업이나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들을 좋아하고 이 회사들을 도와주는걸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거 같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이미 공동투자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요새는 간혹 서로 묻어갈때도 있다. 주로 투자를 lead하는 투자자가 먼저 좋은 회사를 발견하고, 이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스크리닝과 사전검토를 해서 괜찮다 싶으면 다른 공동투자자들은 아주 세세하게 다시 검토를 하지는 않는다 – 특히, 우리같이 소액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그냥 기본적인 몇가지 사항들만 확인하고 큰 문제가 없으면 같이 투자를 하는데 아주 빠른 경우에는 공동투자자들이 5시간만에 투자 결정을 하는것도 봤다.
자주는 아니지만, 우리도 이렇게 묻어간 경우가 있다. 당연히 투자하는 스타트업이 매력적이고 창업팀이 뛰어나서 공동투자를 하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큰 이유는 같이 투자하는 투자자들을 많이 좋아하고 절대적으로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과거에 여러번 같이 일을 한 믿을 수 있는 투자자들이 이미 사전검토를 한 회사는 내가 굳이 세세하게 보지 않아도 당연히 괜찮은 회사겠지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 이런 경우는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자를 믿고, 그 투자자가 믿는 회사에 같이 투자하는건데 ‘평판의 세상‘이라는 글에서 강조했듯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믿음과 평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너무 묻어가기만 해도 문제가 된다. 내 주변에 거의 묻어가는 투자만 하는 창투사들이 있긴 있다. 이들의 철학은 과거에 좋은 회사에 많이 투자한 VC 또는 유명한 브랜드의 VC들이 투자하는 회사에만 무조건 묻어서 같이 투자하는 것이다. 회사를 발굴하고 열심히 공을 들여 검토를 한 lead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거저먹는거 같아 보여서 얄밉기도 하지만,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들한테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 스타트업의 본질은 관심없고 다른 투자자의 이름만 보고 들어오기 때문에 – 너무 묻어가는 VC는 조금 조심하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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