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는 드라이버는 show이고, 퍼팅은 money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주 멀리 날리는 드라이버는 그냥 남들한테 자랑하고 보여주기 위한 샷이지만, 실제로 우승하고 돈을 벌기 위한 – 상금이든 내기든 – 샷은 그린에서 결정되는 퍼팅이라는 의미이다. 드라이버를 300야드 치고, 아이언 샷을 아무리 칼같이 잘 쳐도, 결국 그린 위에서 퍼팅을 잘 못 하면 점수는 좋지 않기 때문에 많은 프로한테 물어보면 결국엔 골프의 마무리는 퍼팅이기 때문에, 퍼팅이 실제로 제일 중요한 샷이라고 한다.
파 5에서 300야드 드라이버치고, 멋진 아이언이나 우드 샷으로 그린에 투온했는데, 퍼팅이 안 돼서 4 퍼트를 하면 보기플레이를 한다. 이와 반대로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샷 모두 제대로 맞지 않아서 그린에 4 온을 했지만, 원 퍼트로 마무리하면 파 플레이를 하는데, 나는 무조건 후자의 플레이를 선택하겠다. 시원시원한 샷을 못 해서 기분은 좋지 않겠지만, 골프는 결국 최소한의 샷으로 공을 구멍에 넣어서 끝내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진정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에도 비슷한 맥락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비즈니스의 마무리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 제품을 사랑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결국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많은 창업가가 이 마무리를 잘 못 하고 있다. 수백억 원의 펀딩을 받고,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되고, 유니콘이 되고, 정부에서 지정한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뽑히고, 수많은 언론에 노출되는 건 회사나 창업가한테는 너무나 좋은 일이고 큰 영광이다. 마치 300야드 드라이버 친 것처럼 기분이 너무 좋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질 것이다. 그런데 좋은 제품을 못 만들어서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으로 마무리가 되면, 결과는 실패다.
투자 못 받아도 괜찮다. 정부한테 인정 못 받아도 괜찮다. 아기유니콘 선정? 다 필요 없다. 언론 노출? 이건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된다. 결국 이런 거 다 못해도,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면, 고객들이 생길 것이고, 결국 돈 버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전에 내가 박인비 선수에 대한 글을 하나 쓴 적이 있는데, 이 글과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사업하다 보면 수많은 잡음이 나를 방해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비즈니스의 핵심과 본질을 잘 파악해야 한다. 결국 골프의 마무리는 퍼팅이고, 비즈니스의 마무리는 고객과 질 좋은 매출이다. 그 외에는 다 부수적인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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