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뉴스레터 Morning Brew의 팟캐스트 Business Casual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듣는데, 얼마 전에 미국의 파산법에 대한 전문가와의 대화를 재미있게 들었다. 나도 개인적 또는 회사 차원에서 파산을 경험한 적이 없지만, 그동안 파산에 대해서 궁금했던 부분이 꽤 많이 해소됐다.

일단, 파산이라는 말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나도 그랬다. 파산은 망하는 거고, 망하는 건 좋지 않고, 절대로 나는 살면서 파산이라는 용어와는 연관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는 파산은 새로운 기회를 의미하고, 내가 생각하는 망하는 파산은 큰 그림의 일부라는 걸 새롭게 배웠다.

일단 좁은 의미의 파산은 내가 생각했던 그 망하는 게 맞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돈을 갚을 능력이 없으면 파산한다. 그런데, 기업의 경우, 이 파산의 개념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광범위하고, 망하는 것보단, 자금 조달 방법의 하나로 파산을 사용하는 회사들이 매우 많다는걸 배웠다. 많은 기업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서 돈을 빌리는데, 너무 많이 빌렸고, 다 썼는데, 이게 잘 안 돼서 그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파산 신청과 파산 보호이다. 파산법에도 다양한 내용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파산 보호법하에서는, 회사가 원래 하던 비즈니스를 계속하고, 직원 고용을 계속 유지하고, 주주들을 보호하면서, 다시 재기할 기회를 주는 게 미국 파산법의 취지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회사가 무리하게 돈을 빌려서,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은 곳에 이 돈을 투자하는 걸 기존 주주들도 찬성하는 이유는, 이렇게 해서 잘 되면 주주가치가 더 커질 수 있고, 혹시 잘 안되면, 파산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회사가 부도덕적으로 돈을 빌려서 하고싶은거 하고 나 몰라라 할 수 있지 않냐는 걱정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파산법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리고 어떤 경우에 어떤 회사들이 어떤 방법으로 보호받고, 구제받을 수 있는지가 나열되어 있다고 한다.

이 팟캐스트를 듣고 나니, 파산법은 잘못한 회사나 개인을 벌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이들이 실수는 했지만, 그런데도 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도와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전 세계의 파산법 중, 대부분의 전문가는 미국의 파산법이 가장 잘 만들어졌고, 체계가 잘 잡혀있다고 동의하는걸 봤을 때, 이 파산법 조차 미국이 실수와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궁금해서 내가 조금 더 찾아보니, 미국 파산법의 기본 컨셉은 실수한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과 절차가 나열된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것 같다. 우리가 미국은 실패에 관대하다는 말을 항상 듣는데, 이 사상을 파산법에서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살리면 안 되고, 안 살려도 되는 기업에 불필요한 돈이 투입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사상이 파산법에도 적용된다는 게 꽤 참신했다.

그래, 누구나 다 실수 할 수 있고, 실패 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이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주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there is no human activity without failure”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