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내가 운과 실력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몇 번 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써보려고 한다. 운과 실력에 대한 논쟁은 투자 쪽에서 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워낙 많이 이야기되는데, 얼마 전에 친한 분들과 식사를 하면서 또 이 이야기가 나왔다.

일단, 이 주제가 나오면, 대부분 다음과 같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노력파는 인생은 무조건 노력하는 놈이 승리하고, 노력하면 실력도 생기고, 운도 아무에게나 오는 게 아니라 노력하는 놈에게 운이 따른다고 주장한다.
운파는 노력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절대로 아니고, 그냥 운은 말 그대로 운 좋은 놈에게 발생하는 랜덤 확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 두 개의 극과 극 사이의 선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나는 투자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노력파 쪽에 가까웠다. 열심히 하는 걸 믿었고, 노력을 신성하게 생각했다. 열심히 해서 실력을 쌓아야지 운이 따르고, 열심히 살면서 기회를 기다리면 그 기회가 보여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냥 열심히 하는 사람은 하늘이 돕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공하는 사람들을 단편적으로 보면 그냥 운이 좋았지만, 더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이건 그들의 수년 ~ 수십 년 동안의 노력이 축적된 결정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 매사에 최선을 다했고, 이러다 보면 뭔가 큰 기회가 보여서 운이 따르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정말로 몇 가지 운 좋은 일들이 생기기도 했고, 이건 내가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열심히 노력하면 이건 실력이 될 수 있지만, 노력과 운은 완전히 독립적이고, 노력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운이 없을 수 있고,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아도 운이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은, 이날 식사하면서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내가 투자하면서 운이 좋았던 사례와 내 주변 분 중 소위 말하는 “쎄뽁”이 강하게 작용했던 사례에 대해서 강조했다. 이런 성공은 실은 그동안 고생하거나 노력한 거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순전히 luck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착각하는 게,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이런 운이 따른 것이고, 노력하는 사람한테만 기회가 보이는데, 대중은 그냥 저 사람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일이 다 벌어진 후에 나중에 노력과 운을 끼워 맞추면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나는 이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력/실력과 운은 완전히 별개로 생각하는 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노력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운은 둘째고, 일단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이 치열한 세상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당연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나에게도 반드시 운이 따를 것이라는 기대를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운은 그냥,,,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