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은 너무 좋고, 하고 계신 사업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작은 팀이고, 봐야 할 딜들이 많아서요, 이 딜은 우리가 시간을 투자하기엔 너무 작네요. 죄송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사정 때문에 투자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창업가라면, 그리고 펀딩을 좀 해봤다면, 이런 이야기나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절 당하는 건 스타트업의 일부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무조건 익숙해져야 하지만 내가 정말 투자받고 싶었고, 우리 회사랑 합이 잘 맞을 거라고 기대했던 VC에게 이런 거절을 당하면 의기소침해지고,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뮤직쉐이크 시절에 이런 말 많이 들었고, 거절도 많이 당했다. 그리고 수십 명의 VC에게 이미 거절당한 경험이 있음에도,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긴 했다. 당시 나는 이런 거절을 일단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말은 이렇게 본인들의 사정 때문에 투자를 못 한다고 하지만, 투자자라는 사람은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투자해야하는데, 나나 회사가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거절당했다고 생각했다. 나도 지금 투자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 말도 맞다. 우리도 내부 규칙과 절차가 있고, 투자 철학이라는 게 있지만, 그런데도 너무 매력적인 기회가 있다면 이런 절차와 철학을 건너뛰고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가 가끔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거절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런 종류의 거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즉, 우리 회사와 비즈니스도 너무 좋고, 나도 너무 좋은 사람인데, 내가 만난 VC의 사정으로 인해서 우린 투자를 못 받은 거라서 이건 내 잘못이 아니고 저 투자자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니까, 그럼 저런 내부 상황이나 문제가 없는 투자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더 열심히 했고, 정말로 좋은 투자자를 만나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직접 투자를 해보니까, 실은 이 말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직접 느끼고 있다. 특히 스트롱도 굉장히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너무 좋은 회사인 것 같아도 투자를 안 한 경우가 꽤 있다. 창업가도 잘하는 것 같고, 비즈니스도 나쁘지 않은데, 이 분야 자체를 우리가 전혀 모르거나, 이 창업가에 대한 평판 확인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없으면, 우린 투자를 꺼린다. 투자 검토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선, 이 분야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해야 하고, 이 창업가를 아는 사람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우리같이 적은 인력으로 많은 딜을 보는 VC에겐 이게 매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 규모가 크지 않고, 동시에 검토하고 있는 딜들이 많은 바쁜 시기라면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정말로 괜찮은 창업가와 사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위의 VC가 말한 동일한 이유로 우리가 투자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런 경우엔 정말로 창업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내부 상황과 타이밍으로 인해 투자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창업가들은 자책하면서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와 대표에게 문제가 있어서 투자를 못 받으면, 이건 문제가 되고 고쳐야 하지만, 어떨 땐 투자자의 문제 때문에 투자를 못 받는다. 이럴 땐 우리와 궁합이 맞는 투자자를 계속 찾아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