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낳아준 엄마와 키워준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거로 알고 있다. 디테일은 조금씩 모두 다르지만, 낳아준 엄마가 사정이 있어서 애를 버렸고, 다른 엄마가 이 애를 훌륭하게 키웠는데, 나중에 낳아준 엄마와 키워준 엄마 중 누가 진짜 엄마인지 싸우는 그런 이야기다. 결말도 나라마다 다른 거로 알고 있다. 어떤 이야기는 생모가 진짜 엄마라는 결론이고, 어떤 이야기는 낳아준 엄마보다 키워준 엄마가 진짜 엄마라는 결론으로 끝난다.
우리가 스타트업을 검토할 때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본다. 창업한 지 2년 된 회사인데 주주명부를 보면 30%라는, 상당히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분이 있는데, 누군지 물어보면 투자자는 아니고, 대표이사와 초기에 회사를 설립했던 코파운더이다. 코파운더가 회사의 지분을 많이 갖는 건 당연하지만, 문제는 이 분이 회사를 설립하고 6개월 후에 퇴사해서 현재는 회사에 전혀 기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2년 된 회사이니, 이 코파운더는 지금까지 회사 역사의 1/4만을 같이 했고, 단지 회사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30% 지분을 평생 보유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회사가 잘 돼서 오랫동안 사업을 한다면, 이 분이 회사 역사와 함께 하게 된 기간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코파운더들이 주주 간 계약서를 잘 작성했다면, 창업가들 또한 소위 말하는 vesting 기간을 갖게 된다. 그래서 특정 기간 동안 회사에서 일하지 않으면, 지분을 아예 못 갖게 되거나, 아주 조금만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이 주주 간 계약서를 문서화하지 않고 그냥 구두로 합의를 보는 것이다. 나중에 큰 투자가 들어오고, 본인이 가진 지분이 초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큰 가치라는 걸 알게 되면, 구두계약은 의미가 없어지고, 이건 지저분한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의 경우, 나는 낳아준 엄마보단 키워준 엄마가 훨씬 더 중요하고 기여를 많이 한다고 믿고 있다. 실은, 여기서 “낳아준” 과 “키워준”을 구분하는 기간은 주관적이고 상당히 애매하다. 창업한 지 1년 만에 회사가 엑싯을 한다면, 6개월 있다가 퇴사한 코파운더도 키워준 엄마라고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회사에 재직한 기간만 봐도 명확하게 이걸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시작 그 자체라고 볼 때, 코파운더들이 실제로 회사를 창업해서 사업을 시작한 건 손뼉 치고 존경할만한 일이다. 이걸 부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백 개의 회사를 본 내 경험에 의하면, 진짜 사업은 창업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제품을 어떻게 만들고, 투자를 어떻게 받고, 좋은 인재를 어떻게 채용하고, 이 모든 게 단순히 회사를 만드는 행위보단 훨씬 더 중요하다. 회사 설립 후, 여러 개의 움직이는 퍼즐을 맞추고, 공중에서 비행기를 조립하면서 안 떨어지고 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회사 설립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는 낳아준 엄마보단 키워준 엄마가 스타트업의 성공에 훨씬 더 많이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설립만 하고 떠난 코파운더가 지분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고 주주 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이 지분은 회사의 option pool로 다시 귀속되거나, 앞으로 회사를 더 키울 사람에게 가야 한다.
퇴사한 코파운더가 현명한 사람이라면, 본인의 지분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스스로 양보하는 경우도 난 많이 봤다. 앞으로 회사를 잘 이끌 사람이 지분을 많이 갖는 게 회사의 성공에 유리하고, 그렇게 되면 본인이 가진 작은 지분도 큰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돈이 걸려 있으면, 이런 이성적인 사고 자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너무 많이 봤다. 이런 경우라면, 대표이사가 최선을 다해서 퇴사한 코파운더로부터 지분을 잘 가져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