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저자이자, 과학자는 아니었지만, 과학에 대한 다방면의 지식과 통찰력을 보유했던 더글라스 아담스가 인류와 기술의 관계에 관해 이런 명언을 남겼는데, 100%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있던 건 정상적이고, 이 세상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15세에서 35세 사이에 개발된 건 새롭고, 흥미진진하고, 혁신적이지만, 이걸 잘 공부하고 연마하면 좋은 직업이 될 수 있다. 35세 이후에 개발된 건 비정상적이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말을 우리 주변에 적용해보자. 영화, 음악, 핸드폰, 소프트웨어, 자동차, 등 인생의 모든 것에 이 명언을 적용해보면, 대부분 맞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반응에 따라 본인의 나이가 꽤 정확하게 계산될 것이다.
요새 내가, 우리가 투자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이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이 했는데, 이 말을 여기에 적용해보니까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지는 걸 보고 한편으론 슬펐지만, 한편으론 흐뭇했다.
슬펐던 이유는, 내 나이가 이제 47세이니, 내가 35세였던 2010년 이후에 개발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접하면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고, 절대로 될 수 없다는 강한 편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엽의 법칙을 거스르는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흐뭇했던 이유는, 내가 최근에 이런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게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기술에 대한 본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요새 만나는 창업가들의 나이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젊은 분들이라서, 아마도 이분들이 하는 사업은 내가 35세 이후에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진입한 기술이나 아이디어일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내가 만날 창업가와 접하게 될 비즈니스는 내가 본능적으로 이해 못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긍정보단 부정의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유니콘들은 이런 스타트업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창업가들에게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본능을 거스르면서 이런 사업에 어떻게 해야 투자할 수 있을까? 자신의 직감을 배반하고 과감한 결단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즉, 본능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걸 수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변해야 한다. 수용할 수 없는 걸 수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