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따뜻한 방콕에서 며칠 동안 휴식을 가졌다. 말이 휴식이지만, 우린 워낙 적은 인력이 많은 일을 하고, 각자 맡은 일이 있어서 일하면서 쉬는 일정이었는데, 일보다는 휴식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이 기간에 골프를 몇 번 쳤는데, 골프 라운딩이 끝나고 점수표를 보면 매번 이런 아쉬움의 말들을 했다. “1번 홀 파 5에서 물에 두 번 빠져서 4오버만 안 했다면 80대 쳤을 텐데.” , “13번 홀에서 퍼팅을 두 개로 끝냈다면 그 홀은 파했을 텐데. 오늘 퍼팅이 별로네.” , “아이언은 완벽했는데 드라이버가 오늘 협조를 안 해주네.”
이후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업무를 처리하면서 몇몇 투자사 대표님들과 이메일, 카톡, 통화를 했는데, 이들이 이런 말들을 했다. “아쉽네요. 런웨이가 3개월만 더 있었다면 잘했을 텐데요.” , “그때 그 투자가 됐어야 하는데” , “굳이 그 기능을 개발하는데 시간, 사람, 돈을 그때 안 써야 했는데” , “그때 그 정도의 매출을 해야 했는데”
실은 위에서 우리 투자사 대표들이 하는 말은 1년 내내 너무 많이 듣는 말이고, 들을 때마다 나도 같이 아쉬워하는데, 이날은 대표님들의 아쉬움과 오전의 내 골프 라운딩의 아쉬움이 머릿속에서 겹치면서 한 가지의 작은 깨달음과 배움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게 인생이고, 인생에서 ‘그때’는 다시 오지 않기 때문에 그때, 또는 지금 무조건 최선을 다해서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났다면, 결과에 대해서 다시는 생각하지 않고, 불평하지도 않고, 아쉬워하지도 않고, 그냥 바로 다음 수를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 골프 라운딩에서 공이 물에 빠지지 않았다면, 모든 퍼팅을 세 개 대신 두 개로 마무리했다면, 그 칩샷을 삐직하지 않았다면,,,그러면 당연히 점수가 훨씬 더 좋았을 것이고, 최고의 골프 경기를 했을 텐데. 이런 후회는 시간 낭비다. 그때 티박스에 올랐을 때, 그린 위에 있을 때, 그때 나는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해야 했다. 왜냐하면 기회라는 건 여러 번 오지 않고, 다시는 ‘그때’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런웨이가 3개월만 더 있었다면 새로운 기능을 출시해서 회사를 흑자전환 시켰을 텐데, 아쉽지만, 지금은 런웨이가 끝났다. 몇 달 전에 런웨이가 남아 있을 때, 그때 제대로 잘 해야 했다. 그때 그 투자를 받았다면 회사는 반등했을 텐데, 아쉽지만, 투자를 못 받아서 은행 잔고는 바닥났다. 그런 그때 투자를 받았어야 한다. 그때 그 돈을 쓰지 말아야 했는데, 아쉽지만 이미 돈은 썼고 우린 장래가 어두운 돈 없는 스타트업이 됐다. 아쉽지만, 그때 잘 해야 했고, 그때 제대로 된 판단을 해서 돈을 안 썼어야 한다.
이게 인생이다. 다시는 ‘그때’가 오지 않는다. 지금 제대로 해라. 그때 제대로 안 했다면, 지금 제대로 해라. 그때에 대한 아쉬움과 불평은 도움이 안 된다.
if보다는 현실적인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진짜 답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대략 17-18년도 부터 조용히 RSS를 통해 작성하시던 모든 글을 읽어오던 독자입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댓글을 남기게 되었는데, 과거에는 전반적으로 ‘열심히’, ‘꾸준히’, ‘잘’ 하자는 측면의 말씀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했지만)
그런데 최근 글도 그렇고 이번 글에서는 풍족했던(비교적 기회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정신을 똑바로 차려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을 강조하시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장 상황도 영향이 크겠지만 대표님의 어떤 경험이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게 만드셨는지 궁금해지네요.
열심히, 꾸준히,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를 받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손익분기점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실수 없이 안정성은 물론 성장까지 챙겨서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저희 회사 상황이 스쳐 지나가며 공감이 되었습니다.
생각을 표현하는건 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꾸준하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