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 Day 2

오늘부터 본격적인 WWW의 시작이다. 어젯밤의 과음에도 불구하고 오전 8시부터 사람들이 Huntsman Hall에 바글바글 몰려들었다. 커피, 베이글 그리고 간단한 빵을 먹으면서도 네트워킹은 끊기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워낙 사람들 만나는걸 좋아하고, 영어를 구사하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에 즐겁게 농담하면서 이야기를 하였지만 이러한 문화에 선천적으로 익숙하지 않고, 더군다나 영어가 되지 않는 한국 학생들은 2년 동안 매우 힘들거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학생들도 변화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박에 없다. 영어는 최대한 배우고 하려고 하면 되지만, 모르는 사람한테 먼저 걸어가서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문화가 없는 한국에서 평생을 보낸 학생들한테는 사교성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은 후 내가 배정된 그룹을이 모이는 교실로 걸어갔다. Mini-Cohort 라고 부르는 이 그룹들의 이름은 와튼 학생들이 자주 가는 식당과 술집에서 따왔다고 한다. Huntsman Hall 다음으로 와튼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곳이 바로 학교 근처의 선술집들이다. 위대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학생들의 웃음 소리가 떠나지 않고 와튼 의 추억들이 만들어 지는 술집들의 이름을 딴 12개의 cohort에 약 30-40명의 학생들이 배정되었다. 국적, 성별, 출신 백그라운드에 따라서 cohort 배정을 하였으며, 나는 Mad 4 Mex(멕시코 음식과 술은 싼 가격에 파는 pub)라는 cohort에 속해있었다. 원형 교실에 앉은 후에 간단하게 서로의 소개를 하였다. 미국, 인도, 베네주엘라, 멕시코, 나이지리아, 한국, 호주, 영국 등 정말 다양한 인종들이 한 교실에 있었으며 IT, 컨설팅, media, entertainment, 비영리 단체, 투자은행, 육군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거나 종사하였던 사람들로 구성된 매우 재미있는 그룹이었다. 나는 맨 뒤에 앉았는데 내 왼쪽에는명문 여대 Wellesley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컨설팅을 하던 조연주씨 (역시 바쁜 회사라서 그런지 여기까지 와서 호텔에서 밤을 새면서 일을 하더라)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워싱턴 DC에서 교육 관련된 업무를 하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을 하는 Adam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WWW 동안 Adam과 상당히 친하게 지냈고 술도 많이 먹었는데 MBA 학위를 취득하고 banking, 컨설팅, 금융이나 마케팅과 같은 분야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과는 다른게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게 목적인 매력적인 친구였다. 이렇게 즐겁게 간단하게 인사를 한 후, WWW에 참석한 약 400명의 미래 동료들이공식 환영연설이 열리는 Huntsman Hall 옆에 있는 Annenberg Center로 향했다.

**WWW는 100% 학생들의 참여로 준비되고 진행되는 행사이다. 필요한 경비는 기업 스폰서쉽을 통해서 충당하며, 이 행사에 참여한 와튼 1년차/2년차 학생들은 100% 자원 봉사로 구성되어 있다 . 우리 cohort 를 담당하고 있는 4명의 와튼 1년차 들 또한 바쁜 학업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극적으로 이 행사에 참여를 하였다.

와튼 스쿨의 학장인 Dean Patrick Harker와 MBA Admissions 담당자인 Thomas Caleel이 각각 간단한 환영연설을 하였다. Thomas Caleel은 와튼 MBA 선배인데 인물도 좋고, 말을 잘해서 학생들한테 인기가 매우 많다. 그리고 해마다 와튼 스쿨에 지원하는 수천개의 application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다 읽어 본 후 최종적으로 입학 허가 결정을 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물론 나도 합격하였을때 받은 공식 편지에서 Thomas Caleel의 사인을 본 기억이 있다. Thomas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연설 시작을 하였다. “이 행사를 참석하기 위해서 3시간 이상 여행을 한 사람은 일어나세요.” 라고 하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어났다. “5시간 이상”이라고 하자 몇 몇은 앉았다. “10시간”, “13시간” 계속 이렇게 여행한 거리가 늘어나자 하나 둘씩 앉았으며,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에서 장작 20시간 이상 비행을 한 동료가 남아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Thomas는 “2개국어 이상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 (7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있었다)”, “2개 대륙 이상에서 거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 (5개 대륙에서 살다온 사람이 있었다)”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하루종일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그냥 몇가지만 맛보기로 해봅니다. 얼마나 다양한 학생들이 Class of 2009 (한국은 입학년도에 따라서 학번을 결정하지만 미국은 졸업 년도에 따라서 결정한다. 그러니까 2007년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2009년에 졸업하니까 Class of 2009 이다)에 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Harker 총장이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와튼 스쿨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학교 중 하나인거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모두한테 맞는 학교는 아닙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 중 와튼에서 공부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직도 결정을 못한 분들도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앞으로 3일 동안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본 후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 강자의 여유일까 아니면 있는자의 텃세일까…하지만 너도나도 좋은 학생을 유치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대부분의 학교들의 자세에 비하면 너무나 멋있게 들리는 말이 아닐 수가 없었고, Harker총장과 Thomas의 명연설과 professionalism은 앞으로 내 가슴속에 오래동안 남아 있을거 같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WWW 행사이다. MBA 수업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토론식 수업이다. 원형 교실 가운데서 노트북과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가지고 강의하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30명에서 50명의 학생들이 끈임없이 질문하고, 때로는 격렬하게 토론하면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경험을 마음껏 던질 수 있는 이 토론식 수업은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한테는 처음에는 다소 낫설게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수업시간동안은 한마디도 안하는데 그렇게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본인이 느끼는 점과 생각하는것을 솔직하게 동료들과 공유한다고 생각하고 토론해보자. 짧은 영어라도 상관없다. 왠만한 영어는 다 알아듣는 사람들이니까. Mock class라는 모의 수업을 1시간 30분 정도 cohort 와 같이 진행을 하였는데, 실제 와튼에서 인터넷 마케팅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가 Search Engine Marketing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였다. 나도 이 분야에 대해서는 좀 알기때문에 많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점심은 간단하다. 1층에서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가지고 다시 교실로 와서 프로그램 순서대로 진행을 하였다. 다음 순서는 Leadership Team Workshop이다. 우리 cohort를 6개의 소그룹으로 다시 한번 쪼갠 후 동일한 과제에 대한 각각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토론해야 한다. 오늘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신문지 몇 조각, 종이 클립 5개, 고무줄 5개 그리고 나무 조각 몇개를 가지고 길이 12인치/높이 6인치 다리 만들기. 다리는 양 끝단에서만 지탱을 받을 수 있으며, 완성 후 가장 많은 물병을 지탱할 수 있는 팀이 이기는 과제. 단,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료를 더 얻을 수 있는데 그 방법은 팀원들의 공통점 하나당 추가 재료를 더 얻을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은 10분 이었는데 우리팀은 약 1분 정도 서로의 공통점에 대해서 토론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약간이나마 알 수 있었다. 결혼 여부, 나이, 출신 국가, 전공 등과 관련해서 서로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많은 이야기를 하였으며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와이프와 같이 방문을 한 전형적인 미국인 John Mac, 일본계 미국인이며 한국 여자와 결혼한 엔지니어 출신의 Ryota, 스탠포드에서 Symbolic Studies라는 특이한 과목을 공부한 인도계 미국인 Partha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분야 중 하나인 Private Equity에 종사하고 있는 Brian이 우리 그룹이었으며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최대한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였던 점과 공부하였던 지식을 적용 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실제로 회사나 사회에서 일할 때 경험하는 난관에 부딪혔다. 엔지니어 출신들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멤버들의 충돌, 완벽함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서로 다른 성향들은 마치 회사에서 일을 할때 겪는 에로사항들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하였다. 토론, 설득, 이해 및 논쟁을 통해서 우리는 물병 6병의 무게를 지탱하는 나름대로 훌륭한 다리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와튼 2년차인 시각장애인 인도인 Ashish가 모두를 위한 open discussion을 시작하였다. “다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서 어떤걸 발견하였는가?” “어떻게 하면 더 튼튼한 다리를 만들 수 있었을거 같냐?” “의견 충돌이 있을때는 어떻게 해결하였는가? 너가 직접 해결하였냐 아니면 팀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멤버가 있었나?” 등등의 질문이었다.

다시한번 사소한 일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진지함에 다시 한번 감탄하였다. 생각해봐라..우리 나라 사람들이라면 과연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답하고 토론을 하겠는가. 분명히 “뭐 이렇게 유치한 거에 대해서 토론까지 하느냐”란 생각을 할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생각을 진솔하게 공유하면서 듣는 이런 토론식 수업이야 말로 MBA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큰 이점 중의 하나이다. 물론 다 아는 이야기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뻔한 말들이지만 한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 하는냐를 알고 공유하다 보면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고 또 여기서 지속적인 creativity가 창조 된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 다음 세션은 필라델피아 housing과 관련된 세션이었다. 필라델피아의 다른 지역에 사는 와튼 1년차와 2년차 학생들을 중심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지역과 아파트에 대한 장단점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세션이다. 예상하였던것과 같이 많은 질문들이 나왔다. 학교 근처에 살때의 장단점, 도시에서의 생활, 필라델피아 외곽에서의 생활 등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WWW에 참석한 모든 학생들 대상으로 와튼 학생회에서는 2007 Wharton Housing Guide라는 책자를 배포했다. 이 책자를 보면 현재 와튼 학생들이 살고 있는 모든 주거공간에 대한 설명 및 학생들의 평가를 볼 수 있다. 가령 예를 들면 Left Bank라는 아파트의 장단점, 주인과 네고할 때 유의할 사항, 설문 조사에 응한 학생들이 이 아파트에 준 전체 평점 및 다시 이 아파트에 살고 싶어할 확률 등 일반적인 브로셔나 카탈로그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현장에서의 생생한 정보들이 많이 개재되어 있으며 나 또한 집을 구할 때 이 가이드를 많이 참고 한 후에 직접 집들을 찾아 갔다.

학생들이 이런 워크샾과 세션에서 정보를 찾고 있을때, 학생들의 배우자와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세션이 진행되고 있었다. 가령, 와튼 배우자 클럽에 대한 세션과 캠퍼스 관광과 같이 필라델피아에서 살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션이었다.

오후 6시에는4월13일 행사는 공식적으로 끝났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여기서 바로 숙소로 가거나 아니면 한국 학생회에서 진행하는 저녁행사에 참석한걸로 알고 있다. 나는 와튼에서 재학생 1명과 신입생 3-4명이 소 그룹으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해준 small group dinner에 참석하기로 하였다. Vladimir (Vlad) Cole이 우리를 작은 이태리 식당으로 인도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Vlad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Xbox 팀의 Product Manager 자리의 오퍼를 받아놓은 상태이며, 홍콩계 와이프는 현재 와튼 1년차 학생이다. 그리고 우리 팀에는 University of Pennsylvania 학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증권 조사역을 하고 있는 Stephen과 베네주엘라에서 경영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는 Luis가 있었다. Luis는 고향인 베네주엘라를 지금까지 한번도 떠나 본적이 없는 친구라서 여러가지 고민과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진거 같았다. 특히 나와 비슷하게 운동을 좋아하며, 내가 서반아어를 구사하는 관계로 우리는 둘이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필라델피아는 먹을게 많기로 소문난 도시이다. 기독교 신자들이 세운 도시라서 그런지, 음식점에서 술을 팔 수 있는 주류 라이선스를 취득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라델피아의 대부분의 식당은 술을 안 파는대신 손님들이 마시고 싶은 술을 직접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세팅비도 없다. BYOD (Bring Your Own Drink)라고 하는 이 제도는 학생들이 저렴하게 식사와 술을 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다. 우리는 이날 배터지게 파스타와 전체를 Vlad가 가지고 온 와인 2병과 마셨는데 80불 정도 밖에 안나왔다.

자 오늘 최고의 하이라이트 시간이다. MBA Pub Crawl이라고 하는 행사이다. 필라델피아 시내의 5개의 pub을 MBA 학생들한테 오후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개방을 하는것이다. 각 cohort마다 시간대와 방문할 pub의 스케줄이 정해져 있는데 우리 Mad 4 Mex는 Roosevelt라는 술집에서 시작을 하였다. 아쉽게도 술이 공짜는 아니어서 아주 많이 마시지는 못했지만, 교실에서 얼굴만 보고 이야기를 못해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1시간 반 후에는 또 다른 pub으로 단체로 이동해서 여기서 음악, 술 그리고 춤과 함께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앞서 말한적이 있는 Adam, Brian , 폴란드 출신으로 뉴욕에서 은행에서 일하는 Agatha와 앞으로의 학교 생활과 career path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많이 했다. 뭐, 하여튼 이렇게 계속 술집을 돌아다니면서 즐기고 이야기하면서 WWW 둘째날이 지나갔다. 새벽 4시쯤 들어왔다.

WWW Day 1

뉴욕에서 새벽 6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2시간 후에 필라델피아에 도착했다. 비가 상당히 많이 오고 있어서 곧바로 student host (WWW에 참석 할때 스스로 숙박할 곳을 마련할수도 있지만 와튼 학생회에서 현재 재학생들과 같이 몇일 동안 묵을수 있도록 주선을 해주기도 한다) 집으로 갔다. 나는 와튼 MBA 1학년인 미국계 인도인 Senthil Durairaj네 집에서 5일 동안 자도록 되어 있다. Senthil은 미국의 상류층 인도 부모밑에서 자란 전형적인 부잣집 소년이다. 일단 완벽한 미국영어 (인도 액센트를 전혀 안 쓴다)를 구사하고, Georgetown에서학부를 마치고 실리콘 밸리에서 벤처캐피탈 업무를 하다가 2년동안 쉬려고 학교에 왔다고 한다. 대부분 대출을 하거나, 스스로 모은 돈으로 학비를 부담하는 미국애들과는 달리 부모님이 모든 학비를 대주고 있어서 굉장히 럭셔리 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인 Riverloft에서 살고 있으며 내가 5일동안 같이 있으면서 한번도 책을 보는걸 보지 못했다. 밤마다 파티를 하고 새벽에 들어오는 와튼의 전형적인 파티족인데, 머리는 굉장히 좋은 친구이다. 대부분의 와튼 1년차들이 여름에는 summer internship을 하는데 Senthil은 홍콩의 McKinsey에서 여름동안 일을 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그냥 다른 나라에 가서 놀고 싶어서 란다.

University of Pennsylvania를 가로지르는 Walnut Street 37번지에 있는 Jon M. Huntsman Hall이 와튼 학생들이 대부분의 수업을 듣는 건물이다. 새로 지은 건물인 만큼 최신 시설로 중무장 되어 있는 건물이다. 24시간 로비에는 경비가 모든 출입자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건물안에 카페테리아와 식당이 있고 무선 인터넷이 된다. 깨끗하고 널찍한 원형 교실들과 최첨단 장비가 있는 강당 등 MBA 학생들을 위한 모든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건물이다. 일단 등록을 마친 후, WWW에 참석한 학생들을 위한 간단한 리셉션이 마련된 곳으로 가니 Philip과 와이프인 Crystal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오늘 도착하였는지 둘 다 매우 피곤해 보였다. 돌아다니면서 이사람 저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Vance Hall을 향해서 가면서 어디서 왔는지, 어떤 일을 하였는지, 졸업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삼삼오오 이동을 하였다. 와튼 스쿨의 수업은 월요일 부터 목요일까지만 하고 금요일은 수업이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동안 밀린 잠을 자거나 금요일날 열리는 다양한 세미나와 회의에 참석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는 목요일 저녁마다 Vance Hall에서 학생들을 위한 MBA Pub을 연다. 공짜 맥주, 피자와 간식이 무한정을 제공되기 때문에 “배고픈”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모인다. 하지만, 공짜 음식 보다는 1,600명이나 되는 와튼 스쿨의 학생들과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서 목요일마다 많은 학생들이 플라스틱 컵에 담긴 맥주를 한 손에들고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나 또한 이런 목적으로 와튼으로 온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마다 악수, 소개 그리고 인사를 하면서 바쁜 저녁을 보냈다. 또한, 와튼에 오기전부터 블로그를 통해서 이메일을 몇번 주고받은 교포 Stefan Kang과 Kieran Furlong을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Stefan은 UC 버클리에서 학부 공부를 한 친구다. 지금은 뉴욕 근교에서 벤처기업들에 투자를 하는 벤처 캐피탈리스트 업무를 하고 있으며,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가 벤처 투자 업무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했다. Kieran 또한, 졸업 후 벤처 투자 업무에 관심이 많은 현재는 시카고 근처에서 engineering을 하고 있는 미국인이다. 최근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green technology와 clean technology에 관심이 많은 친구이며 우리는 앞으로 이와 관련된 club을 만들어 보자라고 맥주와 피자를 먹으면서 열심히 토론하였다. 나도 지금까지 많은 나라를 여행하였으며,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건물안에 모여서 종교, 기술, 금융, 학업과 같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침튀기면서 이야기 하는 광경을 보니 굉장히 흥분되었다. 그것도 이 사람들은 그냥 보통 사람이 아닌 앞으로 세계를 이끌어갈 리더들 아닌가!! 새벽 1시쯤에 집에 들어왔다..Senthil은 아직도 들어오지 않은거 같다.

Wharton Welcome Week (WWW) 출발

4월9 일 오후 3시, 뉴욕 JFK 공항행 비행기가 인천 공항을 이륙한지 4시간이 되었다. 서서히 떨어지는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기내 영화를 한편 봤다. Will Smith와 친아들 Jaden Smith 주연의 “The Pursuit of Happyness (행목을 찾아서)”를 보고있는데 최근 몇년 동안 나 스스로에게 끈임없이 물어보았던 질문이 서서히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서 과연 행복이란 무었일까?” “나는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지 행복할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나한테 맞는 일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나는 최근 몇년 동안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였다. 내 나이 만 32세..물론 이 나이가 되도록 인생에 대해서 깊게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남들보다 배로 고민을 많이 하였으며 인생에 변화를 줄 준비 또한 되어 있었다. 스탠포드 대학 공학 석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 과장, 3개 국어 구사 가능…이 정도가 나를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일반적인 내 동년배들보다는 그동안 많은 경험을 하였으며, 나름대로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 아니 그 와는 다른 뭔가를 이루어 보고 싶었다. 실은MBA를 지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7년동안 일을 하면서 발견하게 된 나의 성향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일때 내 꿈은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사장이 되는것이었다. 중요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동시에, 많은 직원들의 삶에 영감을 줄 수 있는 people manager가 되는게 내 꿈이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내가 점점 느낀 것은 내 성향이 people manager 보다는 지속적으로 현업에 관여하면서 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individual contributor라는 것이었다. 대기업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일하기 보다는 소수 인원 위주로 의미있는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skill set 과 인생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했다.

이러한 이유로 (물론 이 외에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2006년 7월1일 부로 다시 학교에 가서 MBA 학위를 따기로 결심했다. 준비과정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책들이 출판된 관계로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서의 바쁜 업무 스케줄과 공부를 병행하는거는 생각보다 힘들일이었고, 약 3개월 동안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GMAT 시험과 essay를 준비하였다고 생각한다. 통상 3 라운드로 구분되는 MBA 지원 기간 중 합격률이 가능 높다는 첫번째 라운드에 7개 학교 지원을 하였다. 가장 가고 싶었던 하버드와 와튼, 이미 공학석사를 하였던 스탠포드, 마케팅으로 정평이 나있는 켈로그, 최근에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 MIT 그리고 미국학교들 만큼 명성은 없지만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유럽 학교인 INSEAD와 런던경영대학원. 솔직히 이 정도 학교들 이라면, 다 좋은 학교라서 어디에 가더라도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2학교를 제외하고 나머지 학교들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와튼 스쿨을 선택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그 동문 네트워크다. 학업보다는 직업 교육을 위주로 하는 MBA 스쿨은 그 어떤 학교들보다 동문들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인맥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미국은 한국보다 인맥이 더욱 더 중요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It’s not what you know, but who you know that matters. (인생에서 중요한 점은 뭐를 아느냐 보다는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한거다)”라는 말을 미국사람들은 정말 많이 하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에 퍼져있는 약 9만명의 동문을 배출한 와튼 스쿨만큼 나한테 적합한 학교는 없었다.
둘째는 와튼 스쿨의 강력한 금융 프로그램이다. 125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와튼 스쿨은 전세계 MBA 프로그램 중 가장 막강한 금융, 경제 관련 프로그램과 교수진을 가지고 있다. 7년동안 IT 분야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하면서 실무를 익혔던 나는 이번 기회에 금융과 관련된 분야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한테 적합한 학교였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분야가 약한건 전혀 아니기에, 2년 동안 다양한 수업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였다.

1라운드에 지원하였기 때문에 2006년 12월말에 나는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밤 11시에 발표가 났기 때문에, 나는 그때까지 사무실에 남아있기로 하였다. 다들 퇴근하고 청소하시는 분들이 포스코 빌딩 서관 5층을 청소할때,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확인하였으며 “Congratulations…”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너무 기뻐서 화장실로 달려가서 밤 12시에 혼자서 미친듯이 기뻐하였던 기억이 난다. 아직 주위사람들한테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여자친구와 부모님한테 자랑을 하는것으로 기쁨을 잠깐 만끽할 수 밖에 없었다.

합격은 달콤하였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 기쁨은 점점 걱정으로 바꼈다. 과연 인생의 이 시점에서 MBA가 나한테 적합한 것인가. 나는 이미 미국에서 가장 좋은 학교에서 석사를 하였고, 남들이 부러워 하는 직장에서 나름대로 “잘나가고” 있었다. 나이 또한 문제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통 대학교를 졸업하고 3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한 후에 MBA를 한다. 그러니까 20대 중반 또는 후반의 나이이다. 나는 이미 우리 나이로는 30대 중반을 향해서 다가가고 있었으며, 젊고 머리회전이 상대적으로 빠른 친구들과 경쟁할 생각을 하니 약간은 겁이 나더라. 기회 비용 또한 큰 걸림돌이 되었다. MBA는 절대로 싼 프로그램이 아니다. 특히 미국의 top 10 MBA의 평균 학비는 1년에 4만불로 상당히 비싸며, 2년 프로그램을 마치기 위해서 드는 비용은 학비와 생활비를 포함하면 약 15만불, 1억5천만원 정도가 든다. 그동안 저축하였던 돈과 필요하면 목숨같이 아끼던 주식을 팔아야한다. 근 한달동안 많은 심사숙고를 하였으며, 부모님, 여자친구 및 주위 분들과 상의한후에 최종 결정을 하기로 하였다.

1월 15일, 잠에서 깨자마자 나는 MBA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많은 위험요소가 존재하였고, 불확실성 또한 극에 달하였지만,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나는 기꺼이 이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결과에 대해서 100% 자신감은 있었다. 그 누구도 보장/보상해 줄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후회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그 동안 정들었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 3월말에 사표를 제출하기로 하였다. 아직도 나의 선택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고, 반대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어차피 나는 내 방식대로 인생을 사는 나만의 스타일을 유지하기로 하였다.

2월말부터 입학을 위한 수속을 밟기 시작하였다. 일단 외국인 학생으로써 미국에서 공부하기 위한 F-1학생비자를 위한 서류준비, 보증금 예치, 그 동안 다녔던 학교에서의 성적표 제출 등과 같은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와튼 스쿨 캠퍼스에서 열리는 WWW (Wharton Welcome Week)에 참석하기 위해서 비행기 표를 예약하였다. 실은 WWW에 참석하는 미래 MBA 학생들은 2가지 부류가 있다. 나와 같이 이미 와튼 스쿨에 오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학교 및 필라델피아에 대해서 사전 조사를 하기 위해서 오는 부류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및 합격 통지는 받았지만 아직 올지 안 올지 결정을 못한 부류가 있다. 물론 필수 행사는 아니며, 모든 경비 또한 본인이 스스로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학생들은 많이 오지 않지만 와튼 스쿨, MBA 프로그램 및 학생들의 삶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행사이다. 역시 한국학생들은 WWW에 많이 참석 하지 않았다. 이미 한국에서 인사하였던 호주 교포 Philip / Crystal Lee부부만 여기서 만났을 뿐 다른 사람들은 볼수 없었다. 여기서 나는 한가지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MBA 는 당연히 공부를 해서 취득해야하는 학위지만, 학부 프로그램 또는 타 (의대, 공대 등) 석사 프로그램과는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3 – 10년 정도의 직장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며 순수 학문 보다는 career path에서 한단계 도약 또는 내가 온 목적과 같이 업종을 완전히 바꾸려고 오는 사람들이다. 솔직히, 이 정도로 화려한 직장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 학교에서 더 이상 무엇을 가르쳐 주겠는가? 특히, 실무에 관해서는 학생들이 교수들보다 낫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MBA 2년을 제대로 즐기고 이수한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MBA는 교수들이나 책에서 배우는것 보다는 동료들의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배우는게 훨씬 많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MBA 학생들은 책을 열심히 읽고 공부한다기 보다는 다른 백그라운드, 다른 경험 및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networking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한국 학생들은 MBA를 약간 순수 학문과 같이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거 같아서 그런지 남들과 어울리고 이야기 하면서 즐기는 부분을 소홀히 하는데 이건 바람직하지 못한 거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WWW와 같은 행사는 안와도 그만이라는 생각들을 하는데 그런 부분은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