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기업 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과거와 같이 8월에 전 국민이 휴가를 가진 않지만, 그래도 많은 직장인들이 이 기간에 휴가를 간다. 우린 작은 회사라서 특별히 휴가 기간이라는 게 없고, 그냥 쉬어야 할 때 쉬는 유연한 일정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 너무 바빠서 충분히 쉬진 못하지만, 되도록 쉬고 싶은 만큼 쉬라고 격려와 권장을 하고 있어서, 대부분 남들이 쉬는 바쁜 휴가철을 피해서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얼마 전에 스트롱 동료분과 이야기하면서 쉼과 휴가에 대한 주제가 나왔는데, 우리가 너무 많은 회사에 투자했고, 특히나 요새 다들 힘들어하니까 휴가를 가도 계속 이메일, 전화, 카톡, 슬랙을 확인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실은 휴가를 가면 완전히 스위치를 off 해야하는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렇게 못 할 것이다. 대부분 스위치를 반 정도만 꺼놓고, 중간 중간에 계속 일을 하는 거로 알고 있고, 나 같은 경우에는 휴가를 가도 항상 스위치를 켜 놓고 있다. 나는 주로 매일 특정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 급한 일들을 먼저 처리한다.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하면,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가를 가서도 계속 일을 하고, 메신저는 항상 켜 놓는다.

어떻게 보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아주 나쁜 모범을 보이는 것이고, 남들은 나한테 병이라고 할 정도로 이런 루틴을 반복한다.

하지만, 투자하다 보면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Fred Wilson도 나랑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같은 초기 투자자는 기업보단 사람에게 투자하고, 이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계속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사람은 항상 스위치가 on 되어 있고, 24시간 숨을 쉬기 때문에, 이들을 지원하는 우리도 24시간 같이 일을 해야 한다. 우리만 스위치를 완전히 off 할 수가 없다.

특히 요샌 사건, 사고가 많이 터지기 때문에 더욱더 긴장하고 우리가 투자한 사람들을 지원해야 하고, 우린 한국과 미국에 투자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스위치를 완전히 끌 수가 없는, 멈출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119 소방대원같이 실제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건 아니지만 – 하지만, 가끔은 정말로 우리가 하는 일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죽이기도 한다 – 요샌 점점 더 VC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건 24시간 대기조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타트업은 24시간 돌아간다.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 이들에게 투자하고 지원하는 VC의 업 또한 24시간 돌아가야 한다. 멈추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