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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pro-rata 권리 계산하기

지난번에 투자자들의 pro-rata 권리에 대해서 짧게 쓴 글이 있다. 우리말로는 ‘신주인수권’ 또는 ‘증자참여권’ 이라고 하는 pro-rata 권리에 대해서 간단히 개념만 설명했는데, 최근에 우리 투자사들의 후속 투자 유치 관련, 기존 투자자들의 pro-rata 권리 계산하는 걸 도와주면서 다른 창업자분들도 알면 좋을 거 같아서 조금 더 자세하게 적어본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주식회사 청담동’ 이라는 가상의 회사를 하나 만들어 보겠다. 이 회사는 1년 전에 시드 투자를 받았고, 이번에 100억 원 포스트 밸류에이션에 총 2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행된 주식 수가 100,000 주인데 창업팀이 70,000 주(70%), 투자자들이 30,000 주(30%)를 밑의 도표와 같이 보유하고 있다.

cap table 1

주식회사 청담동 지분구조

그러면 이번 20억 원 라운드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한 신주인수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각 얼마를 추가 투자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주식 수는 어떻게 되는지 한 번 계산해보자.

일단 이해를 위해서 주식회사 청담동의 시리즈 A 투자 이후의 지분 변동률과 이에 따른 각 투자자의 pro-rata 내용을 도표로 만들어 봤다.

주식회사 청담동의 pro-rata 내역(시리즈 A 투자 이후)

주식회사 청담동의 pro-rata 내역(시리즈 A 투자 이후)

1/ 시리즈 A의 주식 가격 산정
이건 간단한 산수이다. 이번에 발행할 주식의 수를 X 라고 하면, 이미 발행한 100,000 주에 이를 더한 합이(100,000 + X) 시리즈 A 이후 발행된 총 주식 수 이다. 그리고 X가 전체 주식의 20%이니,

X / (100,000 + X) = 20%
X = 25,000

즉, 이번 라운드에서 추가 발행해야 하는 신주는 25,000 주이다. 그리고 이 25,000 주의 총 가격이 이번에 들어오는 투자금 20억 원이다. 그러니 이번 라운드의 주당 가격은 80,000원이다(=80,000원짜리 주식을 25,000개 발행하면 20억원)

2/ 각 주주의 지분 희석률 계산
이 또한 간단한 산수이다. 예를 들어서 스트롱 벤처스는 이미 청담동의 10,000 주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시리즈 A 투자 받기 전 회사의 10% 이다. 하지만, 20억 원 추가 투자를 받으면 25,000 주의 신주가 발행되어 회사의 전체 주식 수가 100,000에서 125,000 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 10%가 8%로 희석된다(=10,000 주 / 125,000 주)
다른 투자자들의 지분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희석된다.

3/ 각 주주의 pro-rata 계산
스트롱벤처스는 이번 라운드를 통해서 지분율이 8%로 감소하였으니, 기존 지분율 10%를 유지하려면 회사 지분의 2%를 추가 구매해야 한다. 이를 주식 수로 계산해 보면 2,500 주 이다(=125,000 주 x 2%). 1번 에서 계산한 주당 가격 80,000원에 2,500 주를 곱하면 스트롱벤처스가 pro-rata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 추가로 투자해야하는 금액이 계산된다. 즉, 80,000원 x 2,500주 = 2억 원 이다.

정리해보면, 20억 원의 시리즈 A 라운드 중 기존 투자자들이 초기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추가 투자해야 하는 총 금액은 6억 원이며, 신규 투자자들은 14억 원까지 투자를 할 수 있다(창업팀의 pro-rata 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창업팀은 pro-rata 권리가 없다). 물론, pro-rata 권리는 말 그대로 투자자들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어떤 투자자들은 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그냥 지분의 희석을 선택할 것이고, 어떤 투자자들은 pro-rata 권리를 모두 행사하지 않고 더 적은 금액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가 가는 방향이 맞고 창업팀이 실행을 잘 한다면, 현명한 투자자라면 무조건 pro-rata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초기 투자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무기가 이 권리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워낙 좋으면 기존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pro-rata 권리 이상의 투자를 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후속/신규 투자자들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회사를 초기에 발굴했다고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의미있는 지분투자를 하고, 계속 그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pro-rata 투자를 한다.

그런데 투자자들도 귀가 얇은 사람들이 있어서 본인들이 이 권리를 행사할지, 또는 행사를 해도 얼마를 할지가 라운드를 진행하면서 수시로 변동될 수도 있다. 가령, 신규 투자자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 기존 투자자들도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갑자기 굉장히 유명한 VC가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기존 투자자들이 pro-rata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보통 이렇게 진행되니 위에서 예를 든 20억 원 라운드 중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들이 총 얼마 할지는 계속 변동된다.

IPO에 대한 단상

사진 2016. 3. 14. 오후 4 27 07얼마 전에 어떤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회의의 주제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미국 시장 상장이었고,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다. 하지만 회의 내내 내가 주장하고 강조했던 건, 왜 충분히 상장을 할 수 있는 미국 회사들도 IPO를 일부러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 판국에 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한국 회사들에게 굳이 미국 시장 IPO를 강조하냐 였다.

솔직히 우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같은 유니콘들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미국 시장에서 IPO를 할 수 있는 회사들이지만 계속 비상장시장(private market)에서 자금을 가져다 쓰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최근 몇 년 동안 상장시장과 비상장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 굳이 이 회사들이 왜 IPO를 하지 않고, 왜 IPO가 가장 좋은 exit 전략이 아닐 수도 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단 스타트업들이 왜 IPO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되면 좋을거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비상장시장에서 시작을 해서 어느정도 성장을 한 후, 시장의 상황이 좋으면 상장을 했다(물론, 상장하는게 이렇게 쉽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편의를 위해서 단순하게 적어본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상장을 하면 그동안 VC를 통해서 투자받던 금액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큰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주들은 회사 주식을 즉시 사고 팔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큰 장점들이 있다. 또한, IPO를 하면 ‘상장’ 이라는 훈장이 가져다 주는 기업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즐길 수 있었다. 일반인들 사이에는 상장한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는 더 믿을 만하고 왠지 상장기업의 제품이 더 좋을거 같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장하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위에서 말한 장점들도 많지만 단점들 또한 존재한다. 일단 회사가 상장을 하게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비즈니스를 하기가 힘들다. 상장한 이후에는 회사의 장기적 비전이나 미션보다는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관점에 입각한 재무제표 위주의 비즈니스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비상장 스타트업이면 재무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비즈니스의 기본이 탄탄하면 계속 높은 가치에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도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과 경영진의 능력을 중시한다. 하지만, 상장을 하게되면 주주들의 관심은 오직 매 분기마다 발표되는 회사의 실적이다. 아무리 장기적인 비전이 좋더라도 단기 실적이 나쁘면 그 회사의 주가는 반 토막 날 수 있다. 또한, 상장을 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일단 Sarbanes-Oxley와 같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때문에 상장할 때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되며, 상장 이후에도 다양한 감사 및 보고로 인한 (스타트업들한테는)천문학적인 비용을 써야 한다.

물론, 상장에 대한 이런 단점들이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알려진 단점들이었지만 상장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이런 단점들 보다 많았기 때문에 그동안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IPO를 선택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상장 시장은 더욱 매력적으로 변했고, 상장 시장은 더욱 더 엄격해졌다.

상장시장에는 너무나 다양한 매수와 매도 방법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기계와 알고리즘 기반의 트레이딩이나 공매(short selling) 등은 기업의 가치나 비전은 무시하고 단순히 숫자만을 보기 때문에 상장기업의 주가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동성의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잘 나가던 회사들도 갑자기 단기 실적이 부진해지면 하루만에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나는게 현재의 상장시장이다. 실적이 조금 부진하다고 해서 과연 이 회사의 비즈니스가 위험한가?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날 정도로 그 회사가 갑자기 안 좋아졌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게 바로 상장시장이다. 상장시장의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같은 비상장시장의 투자자들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그리고 상장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법무비용과 회계비용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는 점도 IPO를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와는 반대로 비상장시장은 스타트업들에게 매우 유리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CEO들은 오히려 상장하지 않고 계속 비상장 상태에서 비즈니스를 잘 운영하고 있다. IPO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대규모 자금 조달은 이제는 비상장 시장에서도 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들은 IPO를 통해서가 아닌, 큰 헤지펀드나 뮤추얼펀드로부터 조 단위의 투자금을 받고 있다. 주로 상장시장에서 놀던 큰 펀드들이 낮은 이자율과 높은 변동성 때문에 오히려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상장 시장에서 더 유리한 밸류에이션에 대규모 자금 확보가 이젠 가능해졌다. 또한, (미국의 경우)비상장 회사들의 주식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시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유동성 확보 면에서도 상장시장만큼 매력적인게 비상장시장이다.

현실이 이런데 굳이 우리는 투자사들에게 IPO를 강요할 필요가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게 좋을거 같다. 물론, 위의 내용들은 주로 미국 시장에 적용된다. 한국은 자본시장이 미국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이르고, 나는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른다. 하지만, 결국 한국의 자본시장도 미국을 따라가기 때문에 몇 년 후에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밸류에이션 역산하기

밸류에이션…스타트업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면 투자자나 창업가나 자주 듣는 단어이고, 요새 유행하는 말에 빗대어서 표현해보면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는 중요한 용어이다. 그리고 어렵다. 투자자한테도 어렵고, 창업가한테도 매우 어렵다.

전에 내가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그냥 간단하게 포스팅 한 적도 있고, 동영상을 만든 적도 있는데 오늘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밸류에이션에 접근해보려고 한다. 이런 접근 방법은 주로 본인의 회사의 기업가치에 대해서 전혀 감이 없고 – 참고로 내가 아는 모든 창업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밸류에이션이라는게 그만큼 애매하다 – 그리고 이제 막 초기 투자를 받은 후 Series A를 생각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알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벤처 생태계가 발전을 하면서 한국도 이제 어느정도 정형화 된 공식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올 해는 그냥 제품이 있고, 고객이 조금만 있으면 Series A 투자를 10억 – 20억씩 받고 싶어들 한다. 좋은 인력을 구하려면 돈을 많이 줘야하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와 서울이라는 도시가 절대로 물가가 싸지 않기 때문에, 과거 보다는 돈이 많이들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Series A 투자 이후의 지분구조는 창업팀과 시드투자자들이 80%, Series A 투자자들이 20%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분 희석이 조금 더 되더라도 가능하면 Series A 투자자들한테는 30% 이상을 주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래야지만 후속 투자자들한테도 큰 부담없이 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만약에 20억 정도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희망한다면, 그리고 이 20억이 회사의 20% 라고 가정을 하고 역산해보면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100억이 된다.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 회사의 가치가 100억이 될까? 창업가들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우 냉정하게 해야하고,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번 투자유치금액과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게 좋다. 이제 막 제품이 나왔고, 고객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고, 매출이 조금 발생하는데 앞으로 50억원이라는 투자금액이 필요한 비즈니스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Series A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 지분을 30%까지 희석할 각오가 되어 있어도, 50억원의 투자를 받으려면 현재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166억원이 되어야 한다. 이제 걸음마 단계의 제품을 만든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166억원으로 쳐줄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라면 회사 밸류에이션을 매우 보수적으로 잡고 (한 30억원 정도?), 이 밸류에이션과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지분 희석률을 (20% 정도?) 기반으로 투자유치금액을 역산 해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6억원이라는 투자유치금액이 계산되는데, 원하는 금액보다는 적지만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 정도 선에서 일단 타협하고, 이 돈으로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Liquidation preference 예제

우선주 투자자들이 갖게되는 파워풀한 권리인 liquidation preference에 대해서 전에 설명한적이 있다.
-‘투자자의 liquidation preference’ 포스팅
‘Liquidation preference’ 동영상

얼마전에 우리 투자사랑 이야기 하면서 liquidation preference 관련 추가 질문들이 있었는데, 다른 창업가들도 알면 좋을것 같아서 여기서 또 몇 자 적어본다. 전 글에서 이미 가장 흔한 3가지 종류의 preference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실제로 회사가 liquidate(청산, 정리, 인수 등) 되는 시나리오를 한번 보자.

레드모바일이라는 가상의 벤처기업이 있다. 이 회사의 지분 구조는 창업팀 40%; 직원 20%; 투자자 A(우선주) 30%; 투자자 B(보통주) 10%로 구성되어 있다. 레드모바일은 최근에 100억의 밸류에이션에 A로부터 30억원을 1X liquidation preference(no participation)의 조건에 투자받았다. 그리고 곧 레드모바일이 다른 회사에 인수되었다(인수도 liquidation에 포함).

#1 시나리오 – 레드모바일이 너무 잘 나가서 최근 투자 받은 밸류에이션의 10배인 1,000억원에 인수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1,000억원의 인수금은 다음과 같이 분배된다.

  • 일단 우선주 투자자 A는 이 상황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할지 안할지 생각을 하는데 솔직히 고민해볼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하면 우선주 투자자 A한테는 투자 원금 30억원만 돌아가고(배당금은 별도로 지급되는데, 편의상 이 시나리오에서는 A가 투자한 후 바로 회사가 인수되어서 배당금은 지급되지 않는걸로 가정), 1,000억원에서 남은 970억원이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에게 분배되기 때문이다.
  • 그래서 이 경우 투자자 A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을 한다. 투자계약서에는 이런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주로 “liquidation이 발생할 경우 우선주 1개가 보통주 1개로 전환된다.”와 비슷한 내용이다. A의 우선주 30%는 보통주 30%로 전환된다.
  • 1,000억원은 보통주 주주들에게 지분율만큼 분배된다. 창업팀 400억원(40%); 직원들 200억원(20%); 투자자 A 300억원(30%); 투자자 B 100억원(10%)

#2 시나리오 – 경영진 불화와 경쟁사의 출현으로 인해 레드모바일의 비즈니스가 순식간에 악화되었고, 최근 투자 받은 밸류에이션보다 낮은 가격인 50억원에 인수되었다고 가정해보자.

  • 우선주 투자자 A는 우선주를 보통주 30%로 전환하면 15억원만 돌려받기 때문에(50억의 30%),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그러면 투자원금 30억원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배당금은 ‘0’ 이라 가정)
  • 인수금 50억원에서 남은 20억원은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에게 비례해서(A에게 분배된 30%를 제외한 70%에 대해) 분배된다. 창업팀 11.4억원(57%); 직원들 5.7억원(28.6%); 투자자 B 2.9억원(14.3%)
  • 지분율과 인수금 분배율은 많이 달라진다. 투자자 A는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가져간 돈은 60%이며(30억원/50억원), 회사 지분 40%를 가지고 있던 창업팀이 실제로 가져간 돈은 23% 이다.

자, 여기서 만약에 #2번 시나리오의 투자자 A가 1X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투자원금 30억원을 돌려받고, 30%의 지분은 다시 보통주같이 취급되기 때문에 남은 20억원의 30%를 또 가져간다 – 총 36억원을 가져간다. 그 이후에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이 남은 14억원을 지분율대로 가져간다. 이 경우 A는 회사 지분은 30%를 가졌지만, 실제로는 인수금의 72%를 가져간다.

위의 상황들에서 알 수 있듯이 liquidation preference는 상황이 좋지 않을때 우선주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우선주 투자자들은 회사가 높은 가격에 팔리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그렇지 않으면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한다(예외도 존재한다. 주로 IPO가 발생하면 우선주는 강제로 보통주로 전환이 되는데, 이 또한 계약서마다 다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창업가들은 투자를 받을때 liquidation preference를 잘 이해하고, 계산을 한 후에 돈을 받는게 좋다. 멋모르고 3X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를 주었다가 나중에 회사가 적당한 금액에 인수되었는데 인수금을 전부 다 우선주 투자자가 가져가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투자자들은 주로 우선주를 구매하고, 창업가들이나 직원들은 보통주를 받거나 구매한다. 물론, 이 부분도 협상하기 나름이다.

Conversion funnel – part 2

Conversion funnel – part 1에서는 musicshake.com 사이트로 유입되는 UV와 유저들이 MP3를 구매하는 간단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전환에(conversion) 대해서 잠깐 설명했다. 그런데 이 conversion funnel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유저들이 사이트를 방문해서 최종적으로 MP3를 구매하는 과정 사이에는 몇가지 중요한 point 들이 있다. 뮤직쉐이크의 경우 – 유저마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거치게 되는 경로는 다르지만 –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로를 거치게 된다.

사이트 방문 > 회원가입 > 프로그램 다운로드(Windows client) > 곡 생성 > 곡 업로드 > MP3 구매

이걸 다시 한번 conversion funnel 그림에 반영해 보면 다음과 같다:
conversion funnel 2
위에서 언급한 유저들이 거쳐야 하는 경로(단계)를 나는 주로 마찰점(friction point) 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 마찰점들을 통과할 때마다 그 이후에 사이트에 남아있는 유저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기 때문이다. 즉, 마찰점들은 유저로 하여금 특정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지점들인데 여기서 물리적/심리적인 마찰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마찰점의 절대적인 수를 최소화 하고(쉽지 않다. 왜냐하면 재미있는 서비스를 만드려면 여러가지 기능과 단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때마다 마찰점의 수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마찰력을 최소화 해야 한다(이것도 어렵지만 오히려 이 부분에 집중을 하는게 더 맞다고 난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여러개의 마찰점 중 어디서 가장 큰 마찰이 발생하는지(=유저들이 사이트를 가장 많이 떠나는 지점) 정확하게 파악을 해서 이 부분에 많은 관심과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뮤직쉐이크의 예로 다시 돌아가보자.

1. 사이트 방문 – 이미 part 1에서 설명했듯이 사이트의 UV를 늘리려면 돈을 조금 써서 광고를 하는 방법, 특정 소셜 사이트에서 지속적으로 멘션이 될 수 있도록 그 사이트 오너와의 관계 형성 또는 트래픽이 굉장히 많은 사이트와의 파트너쉽 형성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는 UV를 늘리기 위해 이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고 이 중 우리한테 맞는 방법들을 선택하고 이 방법들을 고도화 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2. 회원 가입 – 여기서부터 사용자 행동패턴이 재미있어 진다. 뮤직쉐이크에서 남들이 만든 음악을 듣는 건 회원 가입을 하지 않고도 가능하지만, 유저가 직접 음악을 만드려면(또는 MP3 구매를 하려면) 회원 가입을 해야한다. 내가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당시 우리 사이트로 온 유저 중 회원 가입율은 40%가 조금 넘었던걸로 기억한다. 즉, 100명이 사이트를 방문하면 이 중 40명이 회원 가입을 하고 나머지 60명은 남이 만든 음악만 듣거나 그냥 사이트를 떠난다(업계에서는 첫 페이지에서 사이트를 떠나는 수치를 bounce rate이라고 한다). ‘회원 가입’이라는 마찰점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회원 가입을 하게 만들 수 있을까?” 였다.

여러가지 실험을 했고, 여기서 그 모든걸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 중 가장 자연스럽게 먼저 했던 건 회원 가입 절차를 단순화 했던 거다. 요새는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 서비스들은 회원 가입 시 기입해야하는 정보가 너무 많았다. 너무 많은 조항들에 동의를 해야했고, 생년월일과 주소 등의 정보 – 있으면 서비스 제공자한테는 엄청나게 큰 자산이 되지만, 사용자들 한테는 큰 귀찮음과 짜증을 가져오는 – 기입을 옵션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지정했다. 뮤직쉐이크도 한국 서비스로 시작해서 현지화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회원가입 절차를 그대로 미국에서도 적용했는데 이게 큰 마찰을 일으켰다. 그래서 이메일, 아이디 그리고 비밀번호 3가지로만 회원가입 절차를 단순화 시켰고 법적으로 요구되는 동의 조항들은 디폴트로 “동의합니다”로 체크를 해놓았다(조항을 다 읽고 싶으면 읽을 수 있었다).

무조건 회원가입을 의무화 시키는 실험도 해봤다. 이렇게 해보니까 회원가입률이 오히려 떨어졌다.

뭐, 이런 여러가지 실험들을 통해서 한때는 회원가입율을 거의 60% 까지 올렸던 기억이 난다.

3. 프로그램 다운로드 – 쉽지 않은 마찰점이었다. 뮤직쉐이크 어플리케이션은 다운받아서 설치해야하는 윈도우스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이었는데 당시 미국의 웹은 이미 다운로드를 버리고 Flash로 가고 있었다. 프로그램 다운로드 창이 뜨자마자 대부분의 미국 유저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다운로드를!” 하면서 바로 사이트를 떠나는 유저들이 있는가 하면,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야 한다는 개념 자체에 익숙치 않은 어린 학생들은 다운로드 창이 뜨자 무슨 바이러스인 줄 알고 창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PC 용 프로그램이다 보니 음악, 미술, 예술분야 종사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맥에서는 사용할 수 조차 없었다(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맥의 사용도가 상당히 낮았었다). 또한 방화벽이나 백신 소프트웨어에 막혀서 프로그램 설치를 못하는 PC 유저들도 꽤 많았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회원 가입한 유저 중 실제로 뮤직쉐이크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사람들은 평균 50% 미만이었다. 회원 가입까지 했는데, 2명 중 1명은 프로그램을 다운받지 않았다.

나한테는 참으로 풀기 힘든 마찰점 이었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상당히 심각했는데 이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뮤직쉐이크 프로그램을 플래시 기반의 제품으로 개발하는 거였는데, 이는 플래시의 한계점들 때문에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방법들을 시도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고 동시에 기술을 최대한 hacking 해서 (앙드레 미셀이라는 플래시의 대가에 대해서도 이때 알게 되었다) 뮤직쉐이크를 플래시로 개발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한 2년 뒤 플래시로 개발에 성공을 하긴 했는데 여기서도 큰 배움을 얻었던게, 플래시 제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하드코어 유저들은 여전히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선호했던 것이다.

어쨌든 이러면서 ‘다운로드’라는 마찰력을 줄이는 노력을 많이 했다.

4. 곡 생성 – 뮤직쉐이크의 강점은 음악을 몰라도 누구나 손쉽게 프로 수준의 음악을 5분만에 만들 수 있다는 점이고, 뮤직쉐이크의 꽃은 바로 ‘음악 만들기’ 이다. 하지만, 뮤직쉐이크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람 중 실제로 곡을 만드는 유저들의 수는 50% 미만 이었다. 우리는 프로그램이 매우 쉽다고 주장했지만 일반인들한테는 아직도 뮤직쉐이크를 이용해서 음악을 만드는 방법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그램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사용법을 쉽게 만들어도 보고, 사용자를 짜증나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프로그램 사용 설명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면서 계속 숫자들을 확인하고 여러가지를 반복했다.

5. 곡 업로드 – 내가 만든 음악을 남들한테 자랑하거나 MP3를 구매하려면 이 곡을 서버에 업로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마찰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존 프로세스는 곡을 만들어서 일단 저장이라는 단계를 거친 후에 다시 수동으로 클릭을 해서 곡을 업로드해야 했다. 곡을 만들고 업로드 하려면 유저들은 ‘저장 -> 업로드’ 라는 2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면서 또 많은 이탈이 발생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합했다. 음악을 만든 후 한번에 저장과 동시에 업로드 되게 하니까 업로드율이 많이 올라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6. MP3 구매 –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마찰점이다. 고객이 지갑을 열어서 음악을 구매하는, 뮤직쉐이크의 매출이 발생하는 성배(Holy Grail)와도 같은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이 마찰점을 매끄럽게 해결하지는 못했다. 구매 전환율을 어떻게 해서라도 10% 까지 끌어올려 보려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역시 남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결제 과정을 더 단순화 해보고, 곡을 하나씩 구매하는 방법 외에 한달에 고정비를 내면 무제한으로 MP3를 구매할 수 있는 섭스크립션 방법도 해보고, 혹시 너무 비싼가 해서 가격을 조정해 보기도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러가지 실험을 해봤다. 물론, 개발인력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래도 구매율/전환율은 극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Conversion funnel이라는 주제를 part 1part 2로 나누어서 내 경험을 간단하게 공유해 봤다. 글로 읽어보면 간단하고 당연해 보이지만, 굉장한 집중력과 분석력이 요구되고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개발과 디자인 자원이 필요한 과정들이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1년 365일 내내 이런 실험을 해야 한다. 서비스들이 가지고 있는 마찰점들을 파악하고 각 수치들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반복을 해야한다. 그리고 수치들을 또 분석하고, 다시 실험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또 실험하고.

그리고 이런 conversion funnel을 최적화 하는 작업의 오너는 – 회사마다 다르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은 – 마케팅 부서이다. PR을 잘 하고, 광고 시안을 잘 만드는 것도 좋은 마케터가 해야하는 일이지만 제품을 다듬어야 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마케터들이 제품을 잘 이해하고 정확한 수치를 기반으로 마찰점에서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정량적인 마케팅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