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QA

투자자의 pro-rata 권리

다음과 같은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어떤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 1억을 투자했는데 이때 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10억 이었다(post-money). 즉, 나는 1억원을 투자하고 이 회사의 10% 지분을 갖게 되었다. 얼마 후 이 회사가 Series A 투자를 4억원 받았는데 그때 밸류에이션은 20억원이었다. 이렇게 될 경우 내가 가지고 있던 회사의 10% 지분은 20% 희석되어 8%로 줄어든다. 물론, 종이상 내 초기 투자금 1억원의 가치는 1.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억원짜리 회사의 8%를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많은 투자자들은 초기 지분 10%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걸 보호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투자 계약서에 – 내가 최근에 본 모든 계약서에 적용 – 포함된 항목이자 투자자의 권리가 바로 이 pro-rata 권리이다.

즉, 투자자들의 초기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 다음 round에 추가 투자를 – 초기 지분율까지만 – 할 수 있는 투자자의 권리이다. 위의 예에서 나의 pro-rata 권리는 바로 초기 지분율 10%를 유지 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2%, Series A 밸류에이션 기반으로 이 2%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000만원이다. 나에게 주어지는 pro-rata 권리에 의하면 나는 4,000만원을 추가 투자하면 내 지분율 10%를 계속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건 의무가 아니라 권리이다. 그리고 평생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투자가 이루어진 후 보통 2주 – 3주 내로 행사를 해야하는 권리이다. 처음엔 회사가 너무 맘에 들어서 투자를 했는데 그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면 그냥 내 pro-rata 권리를 포기하고 지분을 희석시키면 된다. 하지만 돈을 번 많은 투자자들은 좋은 회사에 계속 이 pro-rata 권리를 행사하면서 지분율을 유지한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잘 되고 있다고 느껴지면, 처음 투자했을때 보다는 더 비싼 돈을 내서라도 지분을 유지하는게 좋다.

한국인이 미국에서 VC 하기

내가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과 설명이다. 내가 쓰는 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어떤 분들은 동의할 것이고 어떤 분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인데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얼마전에도 이 질문을 받았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2년 전에 미국에 처음와서 MBA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제 곧 졸업인데 저 같은 한국 토종도 미국 VC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까요?”

일단…매우 애매하고 사람마다 다른 그런 질문이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라서 나도 나름대로 한번 생각을 해봤다. 아주 간단하게 풀어보면 나는 VC 들은 기본적으로 다음 능력/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 이건 당연하다. 투자하려면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투자자라고 볼 수 없다.
  2. 어느정도의 경험 – 스타트업 관련 경험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여러가지 일 수 있는데 창업 후 성공적인 exit 경험,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창업 후 여러가지 벤처 시나리오 경험, 직접 창업은 하지 않았지만 스타트업 경험, 직접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해보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동안 여러 스타트업들에 투자해서 이들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 정도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스타트업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창업가들이랑 도저히 이야기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창업가들이 투자자들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스타트업에 대해서 뭘 안다고?” 뭐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전혀 스타트업 경험은 없지만 투자하는 회사마다 대박이 나는 능력자들도 가끔 있다.
  3. Deal sourcing 능력 – VC 업계에도 최근들어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VC로써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이 deal sourcing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돈만 있으면 창업가들이 줄을 서서 투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좋은 창업가가 있다면 투자자들이 줄을 서고 창업가는 입맛에 따라 골라서 돈을 받을 수 있다. Deal sourcing을 잘하는 VC들은 내 생각에 2 부류가 있다. 하나는 상대적으로 젊고 경험이 없는 VC들인데 이들이 잘하는 건 발로 열심히 뛰어 다니는 거다. Facebook을 처음 발견한 Kevin Efrusy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참고로 Efrusy씨는 이제 실리콘 밸리에서 굉장히 유명한 거물 VC가 되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발로 뛰어다니면서 마치 영업사원처럼 좋은 창업가와 회사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견하고 이들에게 스스로를 잘 팔아서 창업가들이 남의 돈이 아닌 내 돈을 받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부류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좀 있고 경험이 많은 VC들인데 이미 투자자로써 어느 정도 레벨에 도달했고 그동안 좋은 connection을 – 다른 투자자 및 창업가들과 –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유망주들에 대한 소식을 남들보다 먼저 접하게 된다. 참고로, deal sourcing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남들이 잘 모르는 회사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경쟁이 심하지 않을때 더 좋은 조건에 남들보다 먼저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로써 대박은 바로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자 그럼 한국에서 온 분들이 미국에서 이런 조건을 갖추고 VC를 하려면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가장 중요하며 기본적인 건 영어다. 첫째도 영어, 둘째도 영어, 그리고 셋째도 유창한 영어다. 위에서 언급한 능력들을 하나씩 짚고 넘어가 보자. 재벌가 출신이 아닌 이상 투자를 하기 위한 돈 또한 외부에서 받아야 한다. 영어를 못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나 자신을 어필하고 수십억원의 돈을 받을 수 있나? 스타트업 경험을 쌓으려면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들과 아주 헤비하게 involve가 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영어가 안되면 택도 없다. 한국에서의 경험? 솔직히 요새 소위 말하는 unicorn 경험 또는 그와 비슷한게 아닌 이상 별로 안 쳐준다. 그리고 영어를 못하는데 남들보다 먼저 deal sourcing은 어떻게 하나? 일단 어느 지역에 어떤 회사들이 요새 뜨는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파악을 하더라도 그 회사의 창업팀을 찾아가서 “나,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당신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그리고 내가 유능한 미국 창업가라면 영어를 띄엄띄엄하는 투자자한테는 왠만하면 돈을 안 받을 거 같다. 능력있고 자신있는 창업가라면 돈을 받을 수 있는 구멍이 많은데 굳이 이 사람한테 돈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미국에서 우리 회사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것이다.

유창한 영어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비즈니스를 하는데 매우 중요하고 필수 요소이다.

*관련 동영상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VC 되기” 보기
*영어 관련 과거 포스팅:
영어 하기
Do You Speak English? – Part 1
Do You Speak English? – Part 2

 

지분 투자 관련 몇가지

지분 투자하고 지분 투자 받는 건 스타트업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 이라면 누구나 다 경험을 하는 거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게 이런 투자 관련 내용들인데 나한테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일주일에 2 – 3명은 있는 거 같다.

전에 이런 질문들을 받으면 이메일로 쓰기에는 좀 복잡하고 긴 내용이라서, 심심풀이도 짧은 동영상들을 만들어봤다(유료 – 동영상 세트 17,400원)

지분 희석 공식 (Equity Dilution)

창업을 직접 하거나 스타트업에 취업 하는게 대기업에 취업하는거 보다는 여러면에서 좋은 점들이 많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서 그만큼 나쁜 점들도 많다). 그 중 하나가 주식과 스톡 옵션이다. 대기업 에 비해 연봉과 복리 후생은 부족하지만, 회사의 일부를 소유함으로써 나중에 모든 것이 잘 풀리면 금전적인 고민은 죽을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스타트업의 주식에 대해서 한가지 알고 넘어가면 유용한 개념이 바로 희석 (dilution)이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dilution에 대한 개념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제 막 스타트업의 세계에 입문 하신 분들을 위해서는 유용한 정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한 예를 가지고 설명을 한다: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A씨는 친구로부터 한 인터넷 스타트업을 소개 받았다. 다행히도 맘에 들었고, 그 후로 이 회사의 사장이  입사조건으로 부사장 직급과 회사 지분의 10%를 제안했다. 아직도 회사는 투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연봉 자체는 대기업에서 받던 수준보다 훨씬 낮은 5,000만원을 오퍼 받았다. 그동안 VC들과 꾸준히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에 곧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는 이미 조성되었고,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면 궁극적으로 이 회사를 3,000억원의 밸류에이션에 팔 생각을 사장은 하고 있었다.
A씨는 회사 지분 10%를 제안 받았고, 만약에 회사가 3,000억원에 팔린다면 단기간안에 300억원의 돈이 생긴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고용 계약서에 사인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A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바로 dilution이다. 3,000억원에 회사를 팔기 전에 아마도 3번 정도의 추가 투자를 받아야 할 것인데 그럴때마다 신규 주식이 발행되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 받았던 10%의 지분은 그만큼 희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A가 만약에 회사 지분 10%를 받고 일을 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1년 뒤에 1차 투자를 받는다고 하자. 1차 투자의 조건은 지분 25%에 5억원이다. 이 말은 회사의 pre-money 밸류에이션은 (투자 전 기업가치) 15억원, post-money 밸류에이션은 (투자 후 기업가치) 20억원이라는 뜻이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서 하지 않겠다.

<출처> [스타트업 바이블] pg.102

그러면 펀딩을 받은 후에 기업 가치가 20억원이니까 A씨의 지분 10%는 2억원이라고 해석하면 될까? 아니다. 여기서 dilution이라는 개념이 적용되면서 A씨의 지분이 희석된다.
1차 투자를 받기 전에 1백만 주가 이미 발행되어 있다고 치자. VC들이 5억에 대한 지분 25%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만큼의 신규 주식이 발행되어야 한다. 얼만큼의 주식이 25% 일까? 간단한 산수를 해보면:

X / (1,000,000 + X) = 25%
=> X = 333,333
즉 333,333개의 신규 주를 투자자들한테 발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5억 투자를 받은 후 이제는 총 1,333,333 주가 존재한다. A씨가 초기에 받은 지분 10%는 100,000주에 해당되며 (1,000,000개의 10%), 지분율은 이제 100,000 / 1,333,333 = 7.5%로 내려갔다. 즉, 1차 투자를 받으면서 10%의 지분이 7.5%로 희석(dilute)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20억원 x 7.5% = 1.5억원이 된다. 2억원이라고 생각했던 가치가 1.5억원으로 25%나 감소한 셈이다.
만약에 1차 투자를 받은 후 회사를 3,000억원에 팔 수 있다면 A씨가 가진 7.5%는 225억원이 되는 셈이니 A씨는 대박을 맞은 것이다 (1년 일하고 225억원을 벌었으니까).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회사가 정상적인 모습을 갖추려면 2차, 3차 투자를 더 받아야 한다.
2차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 지분의 40%를 신규 VC들이 가져간다고 하면, A씨의 지분은 4.5%로 희석된다 (7.5% x 0.6).

그리고 이런식으로 A씨가 가지고 있던 10% 지분은 계속 희석되어 감소된다.
회사를 팔 시점에 A씨의 지분이 2%로 감소했다고 가정해보자. A씨의 기분은? 그건 바로 그 시점 회사의 가치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만약 회사를 1조원에 팔 수 있다면, A씨의 2% 지분은 200억원의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반면, 회사가 50억원에 팔린다면 A씨의 2% 지분은 1억원 밖에 안 될 것이다.
가장 답답한 부분은 바로 위의 모든 계산들은 스타트업이 exit을 했을때만 말이 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이 exit을 못할 경우 지분이니 가치니 모든건 그냥 종이 위의 숫자에 불과하다.

지분 dilution에 대해서 알아야 할 점들은 다음과 같다:

  • Dilution은 나쁜게 아니다. 스타트업 life의 일부일 뿐이니 화내거나 실망하지 말아라. Dilution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 그렇지만, dilution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현명하고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다. 지분 dilution을 잘 이해하고 계산한 후에 연봉과 지분의 양을 잘 조절해라.
  •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 투자를 하거나 조인을 하면 할수록 그 이후에 투자하거나 조인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dilution이 일어난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시작하겠지만, 희석률은 남들보다 크다.
  • 어차피 dilution은 피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하면 지분 희석을 최소화할까 고민하는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극대화 하는데 모든 focus를 맞추어라 (Dilution이 심하게 되어서 초기에 받은 지분 10%가 1%로 감소해도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5조원이면, 그 1% 지분의 가치는 500억원이다. 바로 Facebook이 이런 케이스이다.)

지분 희석 개론 동영상 보기
지분 희석 시점 동영상 보기

참고:
-A VC “Employee Equity: Dilution
-Gaebler.com “How Equity Dilution Works

All That 스타트업 Q10

*이 내용들은 [올댓 스타트업 앱]을 통해서 무료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바이블] 원서는 여기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Q: 혁명적 혁신을 일으킬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란 어떤 것인가요?

A: ‘새로운 아이디어(breakthrough idea)’란 우리 주위에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나 방법과는 완전히 다른 해결책을 말합니다. 이것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해결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아이디어는 우리 생활에 ‘혁명적 혁신’을 불러일으킵니다.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인류가 몇 세대 앞서가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장 즉, ‘블루오션(Blue Ocean)’을 창조하지요. 블루오션이란 다른 기업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시장을 말합니다. 기존의 치열한 경쟁시장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낸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장인 것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이런 블루오션을, 그것도 아주 거대하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은 이러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장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0년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는 쉽고 저렴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여러 컴퓨터들이 연동된 네트워크를 개발했지요. 그것이 오늘날의 인터넷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그 당시 팀은 일반 대중들에게 이런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자신이 만든 네트워크가 전 세계를 거대한 망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습니다. 이밖에 당시 대중교통 수단이었던 말을 대체한 포드 자동차, 책은 책방에서 살 수 있다는 개념을 바꿔버린 인터넷 서점 아마존도 새로운 아이디어의 좋은 사례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