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QA

The Startup Bible – 2019 정리

1577276678349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들에 대해 정리를 하는 포스팅을 올리는데, 마침 내일이 2019년 마지막 날이라서 올해 정리를 하루 일찍 해본다.

2019년에 난 102개의 글을 올렸는데, 이는 3.6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이 수치는 항상 동일하다. 102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147,895명이다. 월평균 12,324명, 일평균 410명이 방문한 셈이다.

2019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팀이 회사 그 자체다
2월에 쓴 글인데, 벤처 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많이 읽혔고, 읽은 후에 나한테 좋은 글 써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랑 이메일 보낸 분들도 꽤 있었다. 시장에서의 좋은 사람에 대한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참고로, 2018년도에 가장 많이 읽혔던 글은 ICO(Initial Coin Offering)와 코인경제이다. 시장이 참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급격하게 변하는 것 같다.

2/ 스트레스 테스트
스타트업을 초반에 빨리 성장시키려면, 투자를 받아서 마케팅에 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 믿는 창업가들이 많다. 이 맥락에서 쓴 글인데, 꽤 많은 창업가가 공감한 것 같다.
2018년도에 두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은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이다. 이 글은 꾸준한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었는데, 올해는 20위 권 밖으로 밀렸다.

3/ 창업가의 자질
올해 우리가 투자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을 글로 정리했는데, 역시 스트롱뿐만 아니라 많은 투자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좋은 창업가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펀드레이징을 잘하고, 그리고 좋은 사람을 잘 채용한다.

4/ 클럽딜에 대한 내 생각
실은 별 생각 없이 쓴 글인데, 몇몇 다른 투자자들한테 욕을 먹은 내용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5/ 공동창업자 구하기
1인 sole founder들이 나한테 공동창업자는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많이 물어보는데, YC 파트너인 Kat Manalac 이 관련해서 좋은 동영상을 올려서, 이걸 보고 몇 자 적은 글이다.

6/ 스톡옵션 가격
이 내용도 많은 창업가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즐겨 읽었다. 스톡옵션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데,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7/ 마지막 3%
인생은 디테일의 싸움이고,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제품을 만들 때에는 3%의 디테일이 모든 걸 결정한다. 인류는 대형 유인원과 97%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다른 3%가 인간을 유인원과 99.99% 다르게 만든다.

8/ 글로벌 유니콘 지도
CB Insights의 내용을 편집해봤다.

9/ 스톡옵션 개론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이 이제 한국에서는 정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실은, 이 글은 2014년 10월에 쓴 내용인데, 이 글과 더불어 스톡옵션 관련된 여러 가지 내용이 올해 많이 읽혔다.

10/ 팀의 몸값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다
처음 창업하는 파운더들이 만드는 회사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이상 2019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굳이 이렇게 통계를 내야 하는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조금 보면, 어떤 글들이 인기가 있었고, 내가 계속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작년에는 탑 10에 두 개나 있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글이 올해는 전혀 인기가 없었다는 건 싸늘해진 시장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하고, 스톡옵션 관련 글이 인기가 많았다는 점도 시장의 분위기와 앞으로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Happy New Year!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직원들의 스톡옵션

한 5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스타트업에 취직하면, 연봉과 조건 협의할 때, 대부분의 직원은 스톡옵션보다는 현금을 선호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었고, 지금같이 성공한 스타트업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불확실한 휴짓조각 같은 스톡옵션을 받기보단, 고정된 가치지만 내 주머니 속으로 꼬박꼬박 들어올, 확실한 현금을 선호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연봉협상을 할 때, 오히려 현금 부분을 줄이고, 스톡옵션을 더 많이 받길 선호하는 내가 아는 미국 회사원들과는 대조되는 광경이었다.

그 후 5년이 지난 현재도 현금을 선호하는 성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아직 미혼이거나 가족이 없는 젊은 분 중 현금보다는 스톡옵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잘되고 있는 스타트업이 많아졌고, 특히 유니콘이 더 많아지면서, 주변 지인들이 실제로 돈을 많이 번 사례를 보면서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모르던 이커머스 회사, 또는 배달 앱을 만드는 회사에 친구들이 입사했을 때는 뭐 저런 회사에 취직했냐고 비웃었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입사 초기에 받은 스톡옵션의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서 큰돈을 버는 걸 직접 보게 되고, 이런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스톡옵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실은, 창업자가 아니고 직원이라면, 스톡옵션은 이들에게는 스타트업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봉을 많이 받으면 당연히 좋지만, 솔직히 세금을 낸 후에 실수령하는 현금은 그렇게 차이 나진 않는다. 그리고 이 연봉의 차이가 인생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금액도 대부분 아니다. 그러면, 열심히 일해서 같이 회사의 가치를 키워나가고, 회사가 잘 되면 본인도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은, 대기업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스타트업에서만 제공되는 굉장히 좋은 보상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은 대부분 휴짓조각이 된다는 점은 명심하자.

회사의 입장에서도 현금보단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주는 게 여러모로 좋다. 일단,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이 없다. 돈 없는 스타트업에서 현금은 워낙 소중하기 때문에 – 지분도 소중하지만, 현금은 회사를 돌아가게 만드는 피라서 – 가능하면 아껴야 한다. 스타트업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연봉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하게 섞으면 그만큼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오너십을 심어줄 수 있는 게 스톡옵션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내가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상당히 자랑스럽고 모티베이션을 줄 수 있는데, 내가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잘 되면 그 지분의 가치 또한 올라가니, 이보다 더 좋은 인센티브는 없을 것이다.

그럼 스타트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스톡옵션을 얼마큼 주는 게 적당할까? 1%가 맞을까 아니면 10%가 맞을까? 우리 투자사 대표들이 나한테 요새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실은 정답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코파운더도 아니고, 임원급도 아니고, 그냥 일반 직원이지만 초기에 입사하는 분들한테는 최대 1~2%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 좋다. 새 직원이 입사하는데, 이 분 정도면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이 5,0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미 말 한대로, 현금이 항상 부족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히 혼합하는 게 가장 좋다.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현금이 3,500만 원이라면, 부족한 1,500만 원을 스톡옵션으로 주면 좋다. 부족한 1,500만 원은 그러면 몇 퍼센트인가? 조금 객관적으로 계산을 해보려면, 스타트업의 현재 기업가치를 따져보는 게 좋다. 만약에 얼마 전에 기업가치 50억 원에 투자를 받았다면, 이 회사의 소위 말하는 공평한 시장가치(=Fair Market Valuation)는 50억 원이다. 50억 원의 0.3%가 1,500만 원이다.

그러면, 이 직원분한테는 현금 3,500만 원에 회사의 스톡옵션 0.3%를 제안하고, 이걸 기반으로 협상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이 ’0.3%’라는 엄청 작아 보이는 퍼센트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이게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지가 중요한 것이다. 또한, 이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직원분은 명심해야 한다. 50억 원의 0.3%면 1,500만 원이지만, 본인이 정말 열심히 일해서, 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만약에 1,000억 원에 엑싯을 해서 현금화를 한다면, (희석을 무시한)0.3%는 3억 원이 된다. 또한, 일을 잘하면, 중간마다 보너스로 스톡옵션을 계속 받을 기회도 있다.

가끔, “우리 사장 진짜 짜다. 스톡옵션 고작 1%밖에 안 주더라.” 류의 말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나는 그 1%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그 1%의 시장가치에 관심을 더 가지라는 조언을 한다.

스타트업 바이블: 선배 창업자가 말하는 스타트업 생존 전략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님을 나는 약 4년 전에 제주도의 한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유료 콘텐츠 시장이 활짝 열리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퍼블리 같은 비즈니스가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시장이 척박하긴 했는데, 그래도 본인이 사랑하고, 믿고, 즐기는 일을 추구하는 게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이젠 정말 오래된 내 책들 스타트업바이블 1, 2권을 잘 읽었고, 내 블로그 내용이 사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그 첫 만남 이후, 4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퍼블리는 내 예상보다 빠르게 유료 콘텐츠 시장에서 꽤 묵직한 포지셔닝을 잘 잡고 있고, 내 주위 분들이 돈 내고 보는 몇 안 되는 한국의 멤버십 콘텐츠 플랫폼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 그런 퍼블리에서 얼마 전에 연락이 왔다. 퍼블리 멤버십 독자들에게 스타트업바이블의 유용한 내용을 발췌해서 큐레이션하고, 모바일에서 가장 읽기 쉬운 모양으로 재편집해서 발행하고 싶다는 제안이 왔다. 실은, 책도 오래됐고, 요샌 스타트업 관련해서 워낙 좋은 최신 콘텐츠가 많이 나와서 좀 망설였다. 그래도 퍼블리가 타겟하고 있는 독자들이 이제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스타트업에 종사한 지 3년이 안 된 분들이고,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실질적인 팁 중심으로 내용을 발췌하여 재구성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분들에게는 아직도 스타트업바이블 내용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진행해보기로 했다.

제목은 “스타트업 바이블: 선배 창업자가 말하는 스타트업 생존 전략“으로 정했고, 이제 준비가 돼서 여기서 읽을 수 있다.

10개의 짧은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스타트업, 세상을 뒤엎을 쓰나미를 일으켜라!
2/ 스타트업의 3요소 (1): 아이디어
3/ 스타트업의 3요소 (2): 돈
4/ 불경기에 투자받는 효과적인 방법
5/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과 투자 유치
6/ 스타트업의 3요소 (3): 사람
7/ 스타트업 인재는 어떻게 다루는가?
8/ 돈 버는 스타트업의 핵심: 고객 중심
9/ 스타트업 창업자, 좋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10/ 스타트업은 실패도 ‘잘’ 해야 한다

Enjoy!

(잘 큐레이션 해 주신 퍼블리에게 special thanks)

기존투자자가 주는 총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당장 매출을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몇 가지 예외 케이스를 제외하면, 투자를 받아야 한다. 투자를 안 받거나, 못 받는 경우도 너무 많지만, 받기 시작하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투자를 여러 번 받아야 할 것이다. 요새 내가 자주 경험하는 초보 창업가들이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저지르는 실수는 기존 투자자들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미 투자를 받은 회사고, 이미 주주명부에 투자자들이 있다면, 후속 투자를 받기 위해서 본격적인 펀드레이징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상의하고, 가장 먼저 돈 달라고 부탁할 사람은 신규 투자자가 아니라 기존 투자자라는 말이다.

얼마 전에 그렇게 친하지 않은 VC한테, “스트롱 투자사 A사 요새 라운드 돌고 있더라고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좀 쪽팔리지만 나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대표한테 연락하니까, 지난 몇 개월 동안 본인들 실적이 별로 좋지 않아서 스트롱이나 다른 기존 투자사들이 당연히 관심 없고 투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 이 회사는 원하는 금액을 추가 투자받지 못했다. 실적도 좋지 않았지만, 내 생각에는 펀드레이징 접근 방법이 좀 틀렸던 거 같다. 관심 있는 VC도 있었다고 들었고, 내가 이분들과 직접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이미 다른 기존 투자사들이 있는데, 왜 이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주들은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을까? 대표 말대로 그렇게 회사가 좋으면, 기존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커밋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이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후속 투자를 받을 계획이 있으면, 그리고 펀드레이징 시점과 조건과 같은 기본적인 계획이 만들어지면, 기존 투자자들과 이 부분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만약에 10억 원의 후속 투자를 받을 계획이라면, 많든 적든, 어느 정도는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미리 확보해서, ‘총알을 어느 정도 장전’하고 전쟁터에 나가서 새로운 VC와 협상을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전략이다. 어떤 경우에는 기존 투자자들이 원하는 금액을 모두 투자해서 굳이 새로운 투자자들 만나서 시간 낭비하는 걸 대폭 줄여주는 경우도 있다(전문 용어로는 inside round 라고 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 한 전체 10억 원을 기존 투자자들이 하진 않더라도, 한 절반인 5억 원 정도만 기존 투자자들이 재투자해 준다고 하면, 이 창업가의 펀드레이징은 훨씬 더 수월해진다. 이 회사를 가장 잘 아는 기존투자자들이 재투자한다는 의미는, 금액과는 상관없이 이 회사를 잘 모르는 신규 투자자들한테 큰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자한테도 믿음을 줄 수 있지만, 기존 투자자들이 일부 보태준 총알로 총을 장전해서 나가면 싸우는 사람한테도 자신감이 많이 생긴다.

간혹, 기존 투자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분들한테 재투자를 아예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대부분 투자자는 우선매수권과 pro-rata 권리 등이 있어서, 어쨌든 무조건 먼저 물어보는 게 맞는 방법이다.

프리머니, 포스트머니

좀 뻔한 내용인데, 실은 내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가 혼란스러워 하는 거 같아서 몇 자 적어본다. 투자 유치를 할 때 항상 나오는 개념인 pre-money valuation과 post-money valuation을 모르는 대표는 없을 것이다. 나는 대표들한테 투자자들과 항상 pre-money valuation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라고 한다.

100억 포스트 밸류에 10억을 모집하면, 정확히 표현하면 pre 90억 원에 10억을 모집하는 거다. 실은 이렇게만 보면, 어떻게 말해도 같다. 하지만, 10억을 투자받고 싶다고 해서, 항상 10억이 모이는 건 아니다. 대부분 목표하는 금액에 못 미치는 돈을 투자받고, 간혹 운 좋으면 목표 금액보다 더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포스트 밸류를 기준점으로 잡으면,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이 달라질 수가 있다.

포스트머니 밸류에이션만 생각하면서 투자유치를 하면, 위의 예에서는 이번 라운드가 끝나면 우리 회사는 100억 원짜리 회사가 되는 거다 – 투자받는 금액에 상관없이. 즉, 5억을 투자받아도 우리 회사의 포스트 밸류는 100억 원이고, 20억을 투자받아도 포스트 밸류는 100억 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창업가가 펀드레이징을 한다. 5억을 받았는데 포스트 밸류가 100억 원이면, 이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은 95억 원이다. 즉, 투자받기 전 회사의 가치는 95억 원이니, 이게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인 셈이다. 20억 원을 받았는데 포스트 밸류가 100억 원이면, 이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은 80억 원이다. 즉, 투자받기 전 회사의 가치는 80억 원인 셈이다. 같은 회사인데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현재의 회사 가치가 이렇게 달라지는 건 이상하다.

이런 이유로 가능하면 항상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펀드레이징을 하는 게 나는 항상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가 실은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질문을 하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는, 위에서 말 한대로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회사의 포스트 밸류는 당연히 바뀌지만, 프리밸류는 바뀌면 안 된다. 이건 A라는 VC에게는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가 80억이라고 하고, B라는 VC 에게는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가 95억 원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같은 회사인데. 둘째는, 포스트 밸류를 고정하면, 투자를 더 많이 받을수록 우리한테는 불리해진다. 프리머니를 – 즉, 현재 회사 가치 – 내가 스스로 깎아 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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