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QA

스토커와 같이 집착해라

공식 라이선스 스포츠용품을 판매하는 Fanatics라는 미국 회사가 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인이라면 Fanatics 사이트 또는 이 회사가 운영하는 수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뭐라도 한 번은 사 봤을 것이다. 미국 모든 대학교의 공식 라이선스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NBA, NFL, MLB 등 프로 스포츠 공식 라이선스 제품도 다 판매하는, 기업가치 약 40조 원의 거대한 이커머스 회사이다.

나도 여기서 돈을 꽤 많이 썼는데, 운동용품과 굿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Fanatics.com에서 한 시간은 거뜬히 체류할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제품이 있고, 사이트도 잘 만들었다. 얼마 전에 이 회사의 창업가 마이클 루빈의 인터뷰를 들었는데, 다른 모든 창업가들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이분의 인터뷰도 너무 재미있게 들었다.

감명 깊게 들었던 건 이 창업가의 집착이었는데, 뭐를 하던지 고객과 제품에 대한 거의 스토킹 수준의 집착으로 남보다 더 빠른 학습 커브를 만든 내용이 머릿속에 남는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시장에 어떤 신발을 판매하면 가장 인기 있고, 가장 많이 팔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밖에서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이 뭘 신고 다니는지, 그리고 어떤 신발을 신는지 관찰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루 종일 신발만 보니 시장에 대한 감이 생기고, 어떤 발/다리 모양이 어떤 신발을 많이 착용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이 짓을 수개월 동안 해서 목디스크가 생겼다는 웃픈 이야기를 했는데, 이 일화는 내가 평생 기억할 것 같다.

몇 달 전에 ‘고객에게 미친 사람들’이라는 글에서 이와 비슷하게 고객의 목소리에 집착하는 창업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이런 창업가들이 점점 희귀해진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한다. 요새 내가 만나는 창업가들은 과거 대비 학벌도 더 좋고, 영어도 더 잘하고, 개발도 더 잘하고, 펀딩도 더 잘해서 확실히 high quality 창업가들이긴 하지만, Fanatics 창업가와 같은 스토커 수준의 집착은 오히려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다.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무서운 상대방과 불공평한 경기를 해야 한다. 이 우승 확률이 낮은 경기에서 그나마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이 제품을 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하고, 이 사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기기 위해 좋은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이 모든 걸 운동장의 반대편에 있는 상대방이 현재의 일등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 걸렸던 시간보다 훨씬 더 빨리 압축해서 해야 한다. 결론은 매사에 열심히 해야 하고, 매사에 집착해야 한다. Fanatics 대표가 하루 종일 대가리를 땅에 처박고 사람들의 신발만 봤던 그 자세로 스토커같이 집착해야 한다.

우리 회사 임직원들은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 대해서 이렇게 하루 종일 생각하는가? 우리 고객이 뭘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스토커와 같은 마인드로 집착하고 있나? 날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경사는 더 가팔라지는데, 스토커와 같은 마인드로 우리 제품, 고객, 직원, 성공에 집착하지 않으면 매번 지는 경기를 할 것이다.

면접의 허상

이 세상을 세상답게 돌아가게 하는 단 한 가지만 꼽으라면, 그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과 일하고, 사람이 사람과 교류하면서 이 세상은 돌아가고, 더 좋은 세상으로 발전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만 선택하면, 그건 당연히 사람이다. 대표이사는 시간의 50%는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사용해야 하고, 나머지 50%는 있는 사람들이 퇴사하지 않도록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지금 내가 채용하는 사람이 우리 회사 그 자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린 면접에 많은 공을 들인다. 면접의 방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고,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면접의 횟수와 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 아는 분이 외국계 대기업의 시니어 매니저 레벨의 직책에 지원했는데, 6개월 동안 12번의 면접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판에 떨어졌다. 면접의 종류도 코딩하기, 케이스 풀기부터 술 마시기까지 정말 다양하게 세분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회사에 가장 적합한 인재 채용을 위한 면접 매뉴얼을 개발하기 위해 수억 원의 돈을 쓰면서 외부 컨설팅까지 받는다.

그래서 우린 이런 고도화 된 면접 방법을 통해서 정말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봤을 땐, 아닌 것 같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해 보면, 면접을 아무리 잘해도, 이분이 실무는 정말 못 했던 적도 있고, 혼자서는 일을 잘 하는데 팀원들과 같이 했을 땐 팀워크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내 주변의,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면접하고 채용하는 매니저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면접을 20번 해도 그 사람이 실제로 일을 잘하는진 알 수 없고, 실제로 일을 잘해도, 우리 회사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진 알 수가 없다.

이게 면접의 현실이다. 면접은 단기간 안에 극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고 – 입시 학원처럼, 면접 학원도 있다 – 일은 못 해도 말발만 살아 있으면, 면접에선 100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채용해야 할까? 내가 아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일단 내가 잘 아는 사람만 채용하는 방법이다. 오래된 친구, 대학교 룸메이트, 동아리 선후배, 직장 동료나 선후배가 좋은 사례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지낸 분들이 공동 창업가나 동료로 일하는 곳들이 큰 불협화음 없이 잘하는 걸 자주 경험한다. 하지만, 사람의 네트워크라는 게 한계가 있고, 회사가 성장하면 잘 아는 사람의 인재풀은 바닥나기 때문에 이 방법은 회사 규모가 작을 때만 작동한다.

두 번째는, 6개월의 수습 기간을 갖고, 이후에 정식 채용을 결정하는 것이다. 면접을 아무리 잘해도 이분이 실제 일을 잘하는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2개월 정도의 수습은 약간 애매하다. 2개월 정도는 일을 잘하는 척 연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6개월을 연기하긴 어렵다. 6개월 같이 일해보면, 이분이 정말 일을 잘하는 분인지 충분히 파악된다. 또한, 일을 잘하는 분도 본인이 회사와 케미가 맞는지 판단해 봐야 하므로 6개월 정도의 수습 기간을 권장한다. 이런 제안에 격하게 반대하는 후보라면, 그리고 그 이유로 자존심과 모욕감 등을 언급하면 이건 적신호다.

마지막 방법은, 채용보단 보상에 대한 방법이다. 내가 전에 이 글에서 이야기했는데, 면접을 기반으로 직책과 연봉을 결정하는 게 너무 어렵고 위험한 방법이기 때문에, 입사 시 ‘one 직책 one 연봉’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컴공과를 막 졸업한 25살 엔지니어든, 15년 개발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든, 새로운 회사에 입사할 때 직책이 둘 다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이 두 분의 입사 연봉은 무조건 동일하게 가는 전략이다. 같은 직책이라도 과거의 경험이 많으면 연봉이 더 높고, 특히나 면접 때 말을 잘하면 연봉이 훨씬 더 높아지는 게 현대 사회의 채용 전략인데, 나는 이건 완전히 틀렸다고 본다. 경력이 많다고 그 일을 잘하는 건 절대로 아니고 – 오히려 그 반대의 경험을 정말 많이 했다 – 면접 때 말발에서 이기는 사람이 일을 더 잘하는 게 절대로 아니다. 그래서 입사할 땐 모두 다 연봉을 동일하게 가져가지만, 일 년 후 업무 평가에서 실제로 일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연봉을 드라마틱하게 인상해 주는 방법이 좋은 사람을 계속 회사에 남게 하고, 아닌 사람은 퇴사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아니지만, 위 3개의 방법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피곤한 면접 횟수는 줄일 수 있고,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실은, 어쩌면 한국은 사람을 해고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안 내보낼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 면접을 더 중시하고, 더 신중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경직된 해고 정책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이렇게 면접하고, 다양한 채용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좋은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좋은 사람이란 일을 잘하는 사람인데,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직접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또 채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슈퍼마리오 효과

얼마 전에 팟캐스트를 듣다가 ‘슈퍼마리오 효과’에 대해서 알게 됐다. 꽤 흥미로운 컨셉인데, 여기서 너무 자세히 이야기는 하지 않을 테니, 궁금한 분은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면 된다. 슈퍼마리오류의 미로 탈출 게임을 한 두 실험군이 있었는데, 한 그룹엔 실패하면 “잘 안됐네요. 다시 시도해 보세요.”라는 메시지가 보였고, 다른 그룹엔 “방금 5점을 잃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보였다. 어떤 그룹이 결국엔 게임을 더 잘했을까?

심리학적으론, 인간은 보상에 대한 갈망보단,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에 점수를 잃었다는 메시지를 본 그룹이 점수에 대한 손실과 실패에 대한 공포 때문에 결국엔 게임을 더 잘했을 거라고 난 생각했는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다시 시도해 보세요.”라는 메시지를 본 그룹이 월등하게 더 잘했는데, 간단하게 정리하면 실패나 실수보다 목표에 집중하는 게 이기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말이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슈퍼마리오 효과를 조금 더 파고 들어가 보면, 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도대체 사람의 신체와 뇌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나길래 성공의 확률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상승할까? 해답은 ‘반복’이라고 한다. 위의 예에서 점수를 잃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점수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하진 않고, 심지어 중도 포기하기도 하지만, “다시 시도해 보세요.”라는 메시지를 본 그룹은 계속 반복하고, 여러 번 반복하면 할수록 이길 확률은 올라간다고 한다. 이 현상을 조금 더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반복을 더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하고, 더 많은 실수를 할수록 몸이 알아서 그 실수의 원인을 찾게 되고, 그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서 뇌가 학습과 변경을 위해서 신경 회로를 변화시키고 재구성한다고 한다.(이런 뇌의 현상을 전문 용어로 neuroplasticity라고 한다).

결국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은 반복을 하는 것이다. 반복의 횟수가 핵심이다. 운동을 새로 배운다면,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위에서 말한 현상이 작동해서 더 빨리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이론에 의하면, 우리가 잘 아는 ‘1만 시간의 법칙’도 실은 반만 맞는 법칙이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1만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1만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반복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하는지가 학습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내가 왜 이 슈퍼마리오 효과에 관심을 더 갖게 됐냐 하면,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반복을 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실수를 하면서 학습하고 성장하는 이 과정이 마치 창업가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초기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효율적으로 초기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은 가설을 세우고, 지속적인 테스팅을 통해 이 가설들을 검증하면서 틀린 가설은 버리고, 맞는 가설은 계속 더 뾰족하게 발전시키는 것이다. 가설과 테스팅의 핵심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많은 product iteration과 testing을 반복하는 것인데, 위에서 말한 이런 과정 중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반복의 횟수를 늘리면, 더 많은 틀린 가설을 검증할 수 있고(=실수), 조직은 이 틀린 가설의 원인을 찾기 위해 매우 열린 자세로 학습하고, 이 과정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시장이 원하는 제품으로 진화할 수 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번에 모든 걸 완벽하게 끝내기 보단 – 이렇게 할 수가 없다 – 완벽함 보단 실행에 무게를 실으면서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서 다양한 실수와 실패를 하고, 이를 통해서 성장하는 창업가가 정말 단단한 사업가가 된다. 이들은 실패에 집중하지 않고, 성공하겠다는 그 목표에 집중하고,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행동한다. 비록, 그 행동 중 대부분이 틀리더라도. 초기 스타트업에서 창업가의 성장은 곧 조직의 성장과 맞물려 있는데, 내가 그동안 직접 보고 경험했던 이 스타트업의 현장이 팟캐스트에서 슈퍼마리오 현상에 대해서 들으면서 계속 생각났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무시하고, 실패보단 목표에 집중하고, 지속적인 반복과 배움 자체에 집중하는 태도를 의식적으로 계속 연습하다 보면 더 많은 성공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채용하지 말아라

내가 만약에 투자자에서 다시 창업가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지만, 안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중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가능하면 투자를 받지 않고, 둘은 웬만하면 사람을 뽑지 않고 싶다. 본인은 열심히 투자하면서, 창업하면 투자를 안 받겠다는 말은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VC가 싫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다른 사람의 자본 없이 내가 스스로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어서 첫날부터 매출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고, 아무리 좋은 VC라도 투자를 받으면 사업에 간섭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내가 만들고, 남의 돈 안 받고, 정말로 그동안 내가 보고, 느끼고, 실수한 배움을 그 누구의 간섭 없이 모두 다 사업에 적용해 보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웬만하면 외부 투자를 받지 않겠다는 말이다.

채용에 대해서도, 내가 그동안 280개 넘는 회사에 투자하면서 옆에서 간접적으로 배운 점이 정말 많은데, 그 중 딱 하나의 배움을 뽑자면, 가급적이면 채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시작할 땐 소수 인원으로 모든 걸 한다. 영어의 do more with less 정신으로 서로의 계급이나 직책 따지지 않고, 그냥 그때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처리한다. 개발자가 화난 고객의 전화를 받아서 고객 서비스를 할 때도 있고, 영업 사원이 포토샵을 배워가면서 웹사이트 디자인을 할 때도 있다. 이 시기에 대표이사는 회사의 모든 잡일을 한다. 그리고 전원 모두 정말 열심히 일한다. 내가 아는 잘 되는 회사의 초기 멤버들은 창업 초기엔 일주일에 거의 100시간씩 일 했다. 이 단계에서는 사람을 더 채용하는 게 오히려 회사에 부담을 안기는데, 돈이 없기 때문에 사람을 더 채용한다는 건 회사에 큰 재무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새로 채용한 사람에게 업무를 가르칠 시간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인력이 일을 더 많이 하는 게 더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에 어떤 회사는 투자를 받고, 어떤 회사는 매출을 만들면서 스스로 돈을 버는데,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가장 먼저 사람을 채용한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라, 대규모 채용을 하는데, 이때부터 회사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특히, 정말로 필요해서 사람을 채용하는 전략이 아닌, 일단 사람을 채용하고 이 사람에게 업무를 할당하는 전략을 실행하는 회사는 생산성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일단, 현금이 상당히 빠르게 소진된다. 스타트업 운영비의 상당 부분이 인건비인데 사람을 많이 채용할수록 비용 구조가 악화된다. 그리고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채용하다 보니까, 제대로 된 채용을 못 한다. 70% 정도만 맘에 들면, 그냥 나머지 30%는 회사에서 채워준다는 생각으로 채용한다. 결과는, 나머지 30%를 채워주기 위해서 돈은 더 많이 써야 하고, 이 30% 채우기에 동원되는 다른 사람들의 업무가 지장 받으면서, 여기서 생산성 손실이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채용하다 보면, 결국엔 회사에서 노는 사람들이 생긴다. 한국의 경우, 사람을 마음대로 해고하지도 못해서, 노는 사람들이 회사의 시스템 뒤에 숨어서 일하는 척하기 시작하면 정말 골치 아프다.

이렇게 갑자기 커진 회사들이 문제가 발생해서, 사람을 대량 해고하면, 신기하게도 매출은 오히려 더 증가하고 비용은 내려가는데, 이런 경험을 해본 창업가들은 이제 되도록 사람을 안 뽑으려 한다.

스타트업의 첫 번째 채용 전략은 “웬만하면 채용하지 말아라.”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100% 맘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채용하면 안 된다. 조금 부족하지만, 그 부족한 부분은 회사가 채워주면 된다는 생각은 직원의 절반 이상이 놀아도 시스템으로 잘 굴러가는 대기업에만 해당한다. 100% 맘에 드는 사람을 못 찾으면, 그냥 현재 임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힘들겠지만, 이렇게 하면 오히려 생산성이 더 올라가고, 실적이 훨씬 더 잘 나온다. 이건 내가 수년 동안 커지는 회사들을 옆에서 보고 배운 점이다.

그래서, 일단 가급적이면 채용하지 말아라. 임직원들이 모두 200% 캐파로 일해서 더 이상 더 많은 일을 못 한다면, 그리고 100%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으면, 그때 한 명씩, 아주 천천히 채용해라. 그리고 정말 개 같이 일 할 수 있는 사람만 뽑아라.

작은 동기부여

회사의 주인인 창업팀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제품도 잘 만들고, 돈도 좀 벌고, 투자도 받으면 점점 더 회사의 규모가 커진다. 이러면서 직원도 더 채용하고, 채용한 직원이 또 다른 직원을 채용하게 되며, 이렇게 머릿수도 늘어난다. 직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일단 좋은 현상이다. 사업이 괜찮게 되어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매출을 만들어내고, 새로 온 사람들이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일감이 많다는 의미이다. 또는,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큰 매출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여서 외부 투자를 받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채용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지금 인원수를 늘릴 타이밍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어쨌든 회사의 임직원 수가 증가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늘어나는 직원 수와 대표이사의 스트레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비례하여 증가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 명의 직원에서 두 명의 직원이 됐을 때 대표이사의 스트레스는 두 배가 되지만, 두 명의 직원에서 네 명의 직원이 되면 대표이사의 스트레스는 열 배가 된다. 이런 식으로 직원 수가 계속 늘어나면, 대표이사는 어느 순간 하루 24시간 아무 생각도 못 하고, 그/그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직원들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를 나는 자주 본다.

직원들에 대한 이들의 고민 종류는 가지각색이지만, 공통적인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의 동기 부여이다. 같이 시작한 공동 창업가들이나 완전 초창기 멤버들은 지분을 꽤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누가 옆에서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회사의 주인은 그 주인의식 자체가 자동으로 동기 부여가 된다. 그 누구도 옆에서 정기적으로 이들에게 인위적으로 동기 부여를 할 필요도 없고, 매니저나 경영진이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 뽕’을 정기적으로 투약할 필요가 없다. 이들이 그냥 스스로 매일 스타트업 뽕을 맡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이 없거나 적은 직원들은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월급쟁이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다. 그냥 회사에서 일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월급을 받는 분들인데, 이들은 누군가 – 주로 대표이사나 경영진 – 정기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줘야만 계속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들이라서, 대표들은 이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동기부여하여 능력치의 120%를 발휘하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직원이 많아지면 이 고민만 하다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실은, 나도 직원이 수십 ~ 수백 명 되는 조직을 운영해 본 적은 없다. 스트롱벤처스도 나를 포함해서 8명의 작은 조직이다. 물론 이 작은 조직에서도 나도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50명 이상 되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들과는 차원이 다른 로우 레벨 고민이다. 그런데 내가 여기저기서 보고, 듣고, 경험한 바에 의하면 직원들을 동기부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방의 거창한 동기부여보다 아주 소소한 동기부여를 자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똑똑한 대표라면 이런 소소한 동기부여를 적절한 타이밍에 캐주얼하게 자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영업 사원이 100만 원짜리 계약을 했다면,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서 우리가 같이 만든 제품으로 100만 원 계약을 했다고요? 정말? 대단한데요? 다음엔 150만 원 계약을 목표로!” 뭐, 이런 식으로 이 분에게 동기부여를 해준다. 이런 칭찬과 동기부여가 계속 쌓이다 보면 엄청난 자신감과 애사심이 생기고, 이게 결국엔 실적으로 돌아올 것이다. 직원들이 조금씩 지칠 때마다 적시에 이들에게 계속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영감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어떤 대표는 이런 말을 직원들에게 자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 뭔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남이 만든 제품을 돈을 내고 삽니다. 그런데, 우린 우리가 직접 만든 제품으로 이번 달 매출 300만 원이나 했어요. 그것도 우리를 생판 모르는 남이 우리가 만든 제품을 사기 위해서 지갑을 열었단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이게 정말 대단한 업적이죠.” 솔직히 이 말을 듣고 동기 부여가 안 되는 직원이 과연 있을까?

이런 작은 좋은 일들이 쌓이다 보면, 그 회사가 언젠가는 1,000억 원대 매출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명한 VC로부터 대규모의 투자도 받는다. 이런 건 아주 거창한 동기부여로 이어지고, 계속 이런 크고 작은 동기부여 엔진이 돌아가면서 회사는 건강하게 성장한다. 세상의 모든 거창한 동기 부여. 아주 작은 동기부여가 계속 쌓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