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학교를 떠난 몸이지만 계속 MBA 동기들이랑은 연락을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에 부쩍 친구/동기/선배님들과 communication이 많아졌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모든 discussion의 결론은 월가의 경기 및 졸업 후 진로로 끝난다. 좀처런 고민거리 이야기 안하는 사람들도 죽는 소리를 하는거 보면 요새 정말 job market이 안 좋은가 보다. 내년 4월 졸업이니까 이미 full-time recruiting 프로세스가 시작하였을텐데 job interview 자체를 잡는게 힘들다고 하니..(경기 좋을때는 맘만 먹으면 100개 이상의 인터뷰가 잡히는것도 많이 봤다).

금융권의 위기로 인해서 MBA job market에는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졸업 후 억대 연봉이 보장되는 투자 은행으로 집중되던 관심들이 이제는 경영 컨설팅 쪽으로 집중되고 있는게 그 중 하나이다. 솔직히 나는 뱅킹도 해본적이 없고 컨설팅도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detail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뱅킹이나 컨설팅이나 갓 졸업한 MBA가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분야 다 죽도록 일하고 (일주일에 기본 100시간), 윗 상사들이 부탁하는 자료 욜라 준비하고, 비싼 양복 입고 머리에 기름칠하고 노가다하는 직업들인데 전반적으로 컨설팅 보다는 뱅킹이 돈을 훨씬 많이 벌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대부분의 MBA들이 졸업 후 뱅킹쪽으로 진출하고 싶어한다. 물론 컨설팅 비즈니스라고 불경기에 타격을 안 받는건 아니지만 그나마 뱅킹보다는 훨씬 healthy한거 같고,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기업들이 정리해고, restructuring, restrategizing 등등을 하는데 단독으로 하는건 아니고 이럴때 McKinseyBCG와 같은 경영 컨설팅 회사들의 자문을 구한다. 그리고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는 많은 친구들이 정신없이 바빠서 친구들 결혼식에도 못오는거 봐서는 확실히 컨설팅 경기는 그나마 좋은게 틀림없다.

Job을 구하는 MBA 학생들한테는 경쟁이 배가 되어서 상당히 stressful 하겠지만, 좋은 인재를 구하는 컨설팅 업체들한테는 전례없는 횡재이다. 이렇게 많은 똑똑한 인재들의 pool을 언제 볼 수 있을까? 전에는 5명 중 한명을 골라야 했다면 지금은 10명 중 한명을 골라야 한다는 행복한 고민을 해야한다. 보통 뱅킹에서 찾는 인재들은 MBA 전에 이미 뱅킹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뱅킹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졸업 후 투자은행으로 진로를 바꾸는건 상당히 어렵다 (물론 불가능한거는 절대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컨설팅은 매우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을 선호한다. 논리적으로 사고 할 수 있고, 전반적인 raw intelligence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MBA를 따기 전에 백수, 운동 선수, 군인 등 뭐를 했던지 상관없이 잘나가는 컨설턴트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다. Sujit (나 학교 다닐때 learning team 친구)도 죽어도 뱅킹에서 죽고 기절해도 뱅킹에서 기절하겠다는 굳은 신조를 깨고 이제는 컨설팅으로 눈을 돌려야 겠다고 하더라. 몇 일 전에 통화했는데 1학년 때만해도 넘쳐흐르던 컨설팅 회사들의 인터뷰 요청이 이제는 정말 찾기 힘들다고 하더라. 쯧쯧쯧…

마지막으로 – 뱅킹을 하고 싶어하는 MBA 분들은 반드시 명심하기를 바란다. 현재 이 금융 위기가 왜 왔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지…스스로 머리 좋다고 자처하는 엘리트 인간들이 세계 최고의 명문 경영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후 월가로 진출해서 자만과 돈에 대한 탐욕 때문에 정도가 아닌 shortcut만을 추구하다가 발생된 이 사태를 왜 무고한 서민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죄값을 치뤄야 하는지…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곰곰히 반성해야할 것이다. 이런 사태가 미래에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