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9일 업데이트: Larry Ellison은 오라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Safra Catz와 Mark Hurd가 새로운 공동 대표이사가 되었다>
Tech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Oracle이라는 회사를 누구나 다 알고있다. 아니, 아마도 tech 분야가 아니더라도 DB의 제왕 Oracle과 CEO창업자 Larry Ellison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을것이다. 매일 타블로이드와 잡지를 사치와 허영으로 장식하는 엘리슨 회장은 도대체 일은 언제 하고, 어떻게 이 덩치 큰 회사의 매출과 수익을 해마다 드라마틱하게 개선 할 수 있을까? 회사 이름과 같이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예언자라도 되는건가?
답: 엘리슨 회장은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오라클 본사가 있는 SF 공항 근처의 Redwood City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LA 근처의 휴양지 말리부 바닷가의 별장에서 보내는 날들이 더 많으며 실제 일들은 오라클의 경영진들이 대부분 하는걸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마치 능력있는 음악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Oracle이라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는 지휘자는 Safra Catz라는 신비로움으로 둘러쌓인 아줌마다.
Fortune지 9월호에 Safra Catz에 대한 특집 기사를 읽기 전에는 나도 이 여자에 대해서 전혀 아는게 없을 정도로 상당히 low profile을 유지하면서 언론을 피하기로 유명한 Catz 여사이지만, 오라클의 중요한 결정들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면 엘리슨 회장과 맞먹는다고 볼 수 있다. Oracle과 중요한 deal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Charles Phillips와 공동 President라는 명칭을 공유하는 Catz 여사의 파워를 익히 알고 있으며 Catz의 말이 곧 Ellison 회장의 말이라는것도 잘 알고 있다.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는데 오라클이 Sun을 인수하기 위해서 사전 협상을 열심히 하면서 경쟁사 IBM을 따돌리기 위해서 offer하였던 금액이 56억 달러였는데, Sun의 이사회에서 이 금액은 IBM이 제안한 금액이랑 큰 차이가 없어서 좀 힘들거 같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Sun의 대표이사 Jonathan Schwartz는 offer 금액을 더 올려달라고 오라클에 전화를 걸었는데, 공교롭게도 Larry Ellison 회장이 아니라 바로 Safra Catz한테 전화를 하였다. 물론 Catz는 단호하게 “금액을 올리는건 불가능합니다”라고 답변했고 썬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오라클에 회사를 파는걸로 결론을 내렸다. 엘리슨 회장은 이 모든 작업이 끝난 후에 Catz를 통해서 사후 보고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Safra Catz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나서 핵물리학자였던 아버지를 따라서 6살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내가 잠시 다녔었던 U Penn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교내 펜싱팀의 멤버로 활동을 하였던 Catz에 대해서 펜싱팀 코치는 “매우 공격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기억을 하고 있다. 그 이후 같은 학교에서 법대 진학을 하고, 졸업은 Harvard에서 했다. 원래 목적은 변호사가 되는 거였지만, 월가에서 여름 인턴쉽을 하면서 변호사들한테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은 investment banker들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된 후에 1986년 뉴욕의 DLJ에 뱅커로 취직을 하였다.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아는 머리좋고, 열심히 일하는 야심찬 월가 뱅커들의 활약상과 그다지 다르지는 않다.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Catz는 다른 뱅커들보다 수학과 컴퓨터에 천부적인 기질이 있어서 DLJ의 technology banking business에 엄청난 공헌을 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1997년도에 대부분의 tech 고객들이 위치하고 있었던 Silicon Valley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실리콘 밸리와 막 성장하고 있던 IT 인프라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엘리슨 회장이 친히 스카우트한 Safrz Catz는 1999년 4월에 Oracle을 조인하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이 여자가 도대체 오라클에서 뭐하는 사람인지 대부분의 직원들이나 임원들은 알지 못하였다. 그냥 사무실 한 구석에서 개인 사무실 하나 없이 엘리슨 회장을 도와주는 비서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몇달 후에 오라클 본사 11층 대회의실에서 오라클 임원 30명과 엘리슨 회장이 참석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엘리슨 회장은 항상 그렇듯이 회의 내내 딴짓을 하다가 한시간 정도 후에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했다. 원래 그러니까 모두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Catz가 벌떡 일어나더니 엘리슨 회장의 팔을 잡으면서 “Larry, 지금 나가면 안됩니다. 매우 중요한 회의고, 회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시간 좀 내주세요.”라고 아주 무섭게 말을 하니까 엘리슨 회장이 수긍하면서 다시 앉았다고 한다. 이 광경을 목격하였던 한 임원은 “와…정말 대단한 여자였어요. 오라클 그 어떤 임원도 엘리슨 회장의 팔을 잡지는 못합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Catz가 오라클을 조인한지 1년도 안 되어서 바로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났다. 1년만에 운영 비용을 약 1조 5천억원 절감하였고, 마진율을 35%나 향상시켰고 더욱 더 놀라운 숫자는 영업 이익율을 42%로 올렸다는 점이다. 참고로, 가장 수익율이 좋다고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영업 이익율은 30%이고 오라클의 천적 SAP의 영업 이익율은 25%이다. Catz가 기억하기로 오라클에 처음 왔을때 회사는 외형적으로는 굉장히 튼실해 보였지만, 실제 숫자를 까보면 완전 개판이었다고 한다. 재무재표 만드는거부터 인사관리까지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랑 데이타베이스를 제공하는 이 거대한 회사는 무섭게 몸집이 불어나고 있었지만 영업 이익율은 22%에서 성장을 멈춘 상태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숫자의 천재였던 Catz는 이때부터 겁나게 숫자들을 분석하고 또 분석해서 불필요한 군더더기들을 제거하고, 모든 비즈니스를 정량화하여 숫자로 표시하는 본인의 스타일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내쫓거나 설득해서 회사의 수익률을 극적으로 개선시켰다. 입버릇처럼 그녀는 다음과 같은 말을 동료 직원들에게 하였다고 한다. “나는 월가에서 왔기 때문에 모든건 숫자로 말을 합니다. 파워포인트로 비즈니스를 하는게 아니라 엑셀로 합니다.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숫자로 명확하게 표시할 수 없으면 저한테 가져오지 마세요.”
그렇다면 과연 엘리슨 회장이 은퇴하면 Catz가 오라클의 차기 CEO가 되는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한다. Catz가 엘리슨 회장과 엄청 가깝고, 오라클 내외에서 공격적인 성향으로 많은 경외심을 사고는 있지만, 차기 CEO는 Charles Phillips가 될 확률이 더 높을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성격의 소유자인 Phillips가 Catz보다 편한 이미지를 풍기며, 오라클 고객들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일거라고 한다. 어찌되었던간에 무서운 여자임은 틀림없고, 내가 모셔야 할 보스는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이 팍팍 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orbes.com/profile/safra-ca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