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한차례 곤욕을 치르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의료 보험 및 의료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점들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금 경제 부양책 못지 않게 의료보험 개혁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만큼 어려운게 ‘부자나 서민을 위한 적절한 의료 서비스 제공’ 이라는 주제인거 같다. 그리고 의료 서비스와 같이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분야에서 개혁이라는게 얼마나 힘들고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지는 내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들 공감할것이다. 물론, 이는 미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골치덩어리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여기서 잠시 언급하고 싶은 인도의 한 의사는 심장 수술이라는 매우 고도의 기술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첨단 의료 서비스에 포드 자동차의 대량 생산 방식을 접목해서 심장 수술 전문 병원을 마치 심장 수술 공장과 같이 운영을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이 분을 The Henry Ford of Heart Surgery라고 부르고, 그 주인공은 올해 54살의 Devi Prasad Shetty라는 심장 전문의이다.

Shetty 박사는 나같이 의학이랑은 상관없는 사람들한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미 의사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 인사이다. 90년대 초반 마더 테레사의 심장 주치의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쉐티 박사는 현재 1,000개의 수술 침대가 배치된 인도의 Narayana Hrudayalaya 병원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이다. 참고로, 미국의 병원들은 일반적으로 수술 침대가 약 160개 밖에 없다. 나라야나 병원의 심장 전문의 42명이 2008년도에 시행하였던 심장 바이패스 수술 – 심장으로 연결된 혈관이 막힐 경우, 그 부분을 제거한 후에 다른 경로를 통해서 혈액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주는 수술 (지성씨와 김민정씨가 주연이었던 우리나라의 인기 드라마 ‘뉴하트’를 기억하는가? 거기서 ‘캐비지 (CABG)’라는 용어를 의사들이 남발하는데 바로 이 캐비지가 바이패스 수술의 전문용어이다) – 은 자그마치 3,174건이다. 심장 수술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Cleveland Clinic에서 작년에 시행한 바이패스 수술건 수는 1,367이었으니 미국보다 거의 2배 이상의 수술을 한 것이다. 특히, 소아 심장 수술은 나라야나에서 2,777건을 하였는데 이는 미국 보스턴 Children’s Hospital의 1,026건의 두배 이상이다. 더욱 재미있는건 절대적인 수술의 숫자도 놀랍지만, 수술에 필요한 비용의 차이이다. 통상 미국 병원에서 청구하는 심장 수술비는 $20,000 ~ $100,000 정도 하는데 나라야나 병원에서는 이 가격의 10분의 1정도 밖에 청구하지 않는다. 즉, 개방형 심장 수술에 환자들이 내야하는 수술비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24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Shetty 박사는 다른 산업에서 – 특히 제조업체에서 – 이미 증명된 매우 간단한 원리를 사용함으로써 인도 의료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규모의 경제 (economies of scale)를 통한 의료 혁명이다. 심장 수술과 같이 복잡하고 섬세한 수술 절차에마저 규모의 경제 논리를 적용함으로써 이 인도 의사는 10억명 인구의 모국 인도의 의료 비용을 지속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적절한 의료 보험 정책 및 의료 서비스 정책에 대한 마땅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어리버리하고 해매고있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다른 나라 (한국도 마찬가지)들한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는 선구적인 모델이라고 난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미국에서 시작되었던 자동차 제조업을, 일본인들은 차를 더 좋게 만든게 아니라 차를 만드는 방법에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하였고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현재 의료업계에 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의료업계가 필요한거는 기술혁신이 아니라 프로세스 혁신입니다.” 라고 쉐티 박사는 주장한다.

나라야나 심장 병원 바로 옆에는 비슷한 컨셉으로 1,400개의 수술 침대가 있는 암전문 병원과 300개의 침대가 있는 안과 전문 병원이 준공되었다. 이 모든 병원들을 소유하고 있는 쉐티 박사의 가족 비즈니스인 Narayana Hrudayalaya Private 주식회사는 작년에 7.7%의 이익을 남겼다 (미국 병원의 평균 이익률은 6.9% 정도이다). 그리고 그 외에 더 재미있는 사실들은 바로 이러한 확장을 인도 및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뒷받침하고 있다는거다. 작년에 한화로 약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아서 앞으로 5년 동안 “health city”라고 불리우는 병원 종합 단지를 인도 전역에 4개 설립해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return을 돌려주는게 나라야나 주식회사의 financial 목표이다. 그러면, 현재 약 3,000개의 침대를 30,000개 까지 증가할 것이며 이런 대규모의 병원을 운영함과 동시에 수반되는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전략적 소싱 및 구매이다. 즉, 병원 물품 제조업체로부터 병원이 직접 구매를 할 수 있음으로 volume 할인 및 중간 상인들에게 지급해야하는 커미션 등의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4년 전만 해도 봉합용 실을 Johnson & Johnson으로 부터 구매하였지만 규모의 구매가 가능케된 후부터는 인도의 한 로컬 업체로부터 훨씬 싸게 구매를 함으로써 비용을 거의 50%나 절감할 수 있었다. 비싼 의료 장비는 아직도 미국의 GE로 부터 천문학적인 비용을 내면서 구매하고 있지만, 곧 더 저렴하지만 동일한 기능을 가진 중국 의료 장비로 바꿀 계획을 가지고 있다.

비용절감은 의료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라야나 의사들의 연봉은 미국 의사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의사대 환자 비용을 따져보면 미국의 병원들보다 월등한 효율을 자랑한다. 나라야나 의사들은 하루 평균 2-3번의 수술을, 일주일에 6일 한다. 즉, 일주일에 12-18번의 심장 수술을 한다. 이들은 일주일에 평균 65시간을 일한다. 거의 은행원들과 맞먹는 근무량이다. 미국 의사들은 어떤가? 하루에 1-2번의 수술을 시행하며, 일주일에 5일만 일한다. 어떤 이들은 나라야나 병원이 의사들을 너무 혹사시켜서 심장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수술의 quality를 떨어뜨리는게 아닌가 비난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라야나 병원을 직접 방문해서 실제 시술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연구하였던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의 대표인 Jack Lewin은 오히려 의사들이 수술을 많이 함으로써 수술의 quality를 향상시켰다는 주장을 한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같은 수술을 더 많이 하는 의사들이 그렇지 않은 의사들보다 기술이나 효율면에서 월등하다는 거다. 실제로, 나라야나 병원의 모든 심장 의사들은 여러 종류의 수술을 하지 않고 대부분 한두개의 전문 분야에만 집중을 하기 때문에 수술할 기회가 별로 없는 상대적으로 더 작은 미국 병원의 의사들과는 상당한 실력차이가 난다. 그렇기 때문에 큰 수술을 하려면 반드시 대학병원이나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는 우리의 논리와도 비슷하다. 큰 병원 일수록 더 많은 수술을 하기 때문에 의사들 실력이 그만큼 좋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나라야나의 Colin John이라는 의사는 Tetralogy of Fallot이라는 매우 복잡한 소아 심장 수술을 의사 경력 30년 동안 무려 4,000건이나 집행하였다. 다른 나라 대부분 의사들은 평생 수술을 해도 특정 분야의 수술을 이만큼 하는건 불가능하다. 이러한 사실들은 숫자로써 증명되는데 2008년 미국에서 바이패스 수술 후 30일내 사망율은 1.9%였는데 나라야나 병원의 수치는 1.4%로 이보다 훨씬 낮은 편이었다.

쉐티 박사의 이러한 접근 방법은 entrepreneur를 꿈꾸는 사람들한테도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하는거 같다.

1. New New Thing vs. Faster Better & Cheaper – 쉐티 박사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발명한게 아니다. 새로운 수술 방법을 개발한것도 아니다. 즉, 본인의 입으로 말한거와 같이 Ford가 자동차라는 새로운 교통 수단을 발명한 케이스가 아니라, Toyota가 이미 수십년 동안 존재하던 자동차를 만드는 프로세스를 혁신한 케이스이다. 즉,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나 제품을 더 빠르고, 더 좋고, 더 싸게 만들어서 10억명의 인도 인구가 더 나은 질의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도 창업을 하기전에 반드시 생각해야할게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나는 포드와 같이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도요타와 같이 이미 존재하는 여러가지 기술 및 인프라를 이용해서 더 좋고 저렴한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것인가?”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의 현실에는 후자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2. Innovation is Everywhere – ‘혁신’은 실리콘 밸리에서만 일어나는건 아니다. 그리고 high tech 분야에서만 발생하는건 더욱 더 아니다. 병원과 의료 서비스라는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분야에서 누가 이런 대단한 프로세스 혁신을 상상이나 하였을까? 더군다나 인도의 병원에서 이런 일이? 우리도 눈 바짝 뜨고, 정신 바짝 차리고 살자. 10억 인구의 인도나 13억 인구의 중국이 긴 잠에서 깨어나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한국은 한방에 날라갈 수 있다.

2주 전에 한국에 오랜만에 나갔었다. 나간김에 차병원에서 종합정기검진을 받으면서 2가지 사실에 놀랐다. 기다리면서 벽에 걸려있는 차광열 원장에 대한 많은 기사와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마치 이 분이 쉐티 박사와 비슷한 방향을 향해서 보시는거 같아서 참으로 놀랐고, 차병원의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와 그 스피드에 또 한번 놀랐다. 빨리 우리나라도 돈이 없고,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우한 사람들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