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최초의 만찬 이후로 두번째와 세번째 모임의 일정이 확정되었다.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두번째와 세번째 모임에는 정확하게 누가 참석하였는지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자선 관련 행사들이 완전히 베일에 가린채 진행되는 이유는 단순한 신비주의 전략이 아니다. 혹시나 이런 모임에 참석을 했다고 밝혀진 부자들이 어떤 이유로 인해서던간에 기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 자신들은 공개적으로 많은 사람들한테 도덕적이지 못하니, 욕심이 많다니 등등 욕을 많이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부자들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신들이 자선단체의 행사에 참석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는걸 많이 꺼려들 한다.

그래도 항상 누군가는 이런 비밀 정보를 몰래 누수한다 ㅋㅋ. 2009년 11월 New York Public Library에서 열린 두번째 모임에서 주목할만한 참석자들은 뉴욕의 유명한 투자은행가 Kenneth Langone과 그의 와이프 Elaine, 그리고 필라델피아에서 온 H.F. “Gerry” Lenfest와 그의 와이프 Marguerite였다. Lenfest 씨는 그가 창업해서 소유하고 있던 펜실베이나 케이블 TV 회사를 Comcast에 팔면서 막대한 부를 – 대략 12억 달러 정도 – 챙긴 인물이다. 이후에 그는 대부분의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실제로 오늘날까지 그는 8억 달러라는 큰 금액을 대부분 교육 관련된 단체에 기부하였다.
11월달의 모임에서 Lenfest의 와이프 Marguerite는 매우 재미있고 현실적인 제안을 하였는데, 부자들은 시간을 정해서 그들과 그의 가족이 평생 잘 먹고 잘 살려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를 곰곰히 계산해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밖의 돈은 모두 사회에 환원을 해야한다는 제안을 하였다.

세번째 모임은 서부에서 열렸다. 바로 그 다음달인 2009년 12월 Menlo Park (스탠포드 대학 바로 옆 동네이다)의 Rosewood Sand Hill Hotel에서 열렸다. 세번째 모임 참석자들 또한 모두 공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아는 사실은 Kleiner Perkins의 전설적인 VC  John Doerr와 그의 와이프 Ann, 그리고 최초의 만찬에도 참석하였고 Rosewood Hotel 장소를 골랐던 Morgridge 부부가 그 중 몇명이었다는 점이다. 이 세번째 모임은 과거의 모임과는 성격이나 참석자면에서 조금 달랐다고 멜린다 게이츠는 말을 한다. 왜냐하면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부를 축적한 서부의 부호들은 전통적으로 대대로 부자들이 아니라 신흥 경제를 (인터넷과 기술) 중심으로 돈을 번 아직은 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초짜”들이기 때문에 기부와 자선에 대해서는 아직은 익숙치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예상하였던거보다 훨씬 더 길게 수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재미있는 거는 이렇게 오래동안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저녁식사로 준비되었던 고기가 너무 질기게 구워져서 이 호텔의 주방장과 매니지먼트가 모임일 열렸던 Dogwood 방에 모인  손님들한테 짜증을 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자신들이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반성할것이다 ㅎㅎ.
세번째 만찬에서는 사람들이 기부의 문화에 대해서 갖고있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었다.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소식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게 개인 생활이나 프라이버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것일까? 그 이후에는 여기저기서 돈을 기부하라고 귀찮게 하지는 않을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기관에 기부하는건 어떻게 관리를 해야하나? 돈을 스마트하게 번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부 또한 스마트하게 하고 싶기에 물어보는 매우 좋은 질문들이다.

바로 이 세번째 모임에서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은 기부와 관련된 서약서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아무도 그 아이디어를 부정적으로 간주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2010년도가 되면서 “서약”이 이 모임들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총 재산의 50%를 기부하라는 아이디어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실은 빌 게이츠나 워렌 버펫은 그 이상을 기부하라고 부자들에게 권유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50%라는 숫자가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큰 부담이 없고 이렇게 해서 모인 액수 또한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이 목표로 하는 기부금과 근접하기 때문에 50%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서약서는 법적 계약서는 아니다. 그렇지만, 도덕적인 계약서이자 한번 서면으로 작성을 하면 마치 법적 계약서와 같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성격의 서약서이다. 그리고 이 모든 서약서를 현재 멜린다 게이츠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웹사이트인 The Giving Pledge에 각각의 서약서를 포스팅하고 있다. 방금 확인해보니 정확히 40개의 서약서가 올라가 있는데 역시나 한국인의 서약서는 없다. 내가 앞서 포스팅한 워렌 버펫의 99% 서약서도 이 사이트에 올라가 있다. 이미 이 50% 서약에 동의한 사람들은 Broad 부부, Doerr 부부, Lenfest 부부, Morgridge 부부 등이 있으며 빌 게이츠, 멜린다 게이츠와 워렌 버펫은 이 서약을 할만한 부자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재산의 50%를 기부하라는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지금 이순간에도 하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곧 50% 서약을 한 모든 억만장자들은 그들의 억만장자 친구들에게 같은 내용의 이메일과 전화를 할 것이다. 가을에는 어쩌면 Great Givers Conference가 열릴지도 모른다. 확실한거는 나는 여기에 초대받지 않을거라는 것이다 (아 씁쓸하네).

과연 빌/멜리다 게이츠와 워렌 버펫의 $600 Billion Challenge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캠페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좀 애매모호할거 같지만, 3명의 리더들이 각자 판단하는 성공의 기준은 있다.

워렌 버펫은 누구나 어느 정도 재산이 생기면 그 돈을 가지고 나중에 뭘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리지는 못해도, 모두가 다 한번 정도 생각은 해봤을겁니다. 이번에 우리가 하라고 하는 서약은 다시 한번 이들이 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을 하게 만들것입니다.” 버펫이 이와 관련해서 경고하는 가장 위험한거는 부자들이 자신의 돈과 재산을 가지고 뭘할지 결정하는걸 미루는거라고 한다: “만약에 죽을때까지 기다렸다가 90살이 다 되어서 유서를 남기려고 하면 아마도 지금과 비교해서 지능이나 체력면에서 많이 뒤쳐져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없을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오히려 50%라는 수치가 너무 낮은게 아니냐라는 말을 한다. 그의 바램은 부자들이 50%를 시작으로 기부활동을 시작하면서 기부의 매력과 즐거움을 깨닫고 더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것이다. “물론 제가 말하는거는 구세군 냄비에 한두푼 집어넣는거와는 다른 레벨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재산을 기부할거라고 장담합니다.”

멜린다 게이츠는 조금 더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녀는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부자들이 기부를 하지 않는데는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다고 그녀는 말을 한다: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재산을 기부하려면 큰 돈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통해서 여러가지 절차를 거쳐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냥 굳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이런 점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서약 캠페인의 단기적인 목표는 바로 부자들이 이런 고민과 공포를 극복하고 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궁극적으로 3~5년 후에는 더욱 더 많은 억만장자들이 서약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 캠페인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부자들이 10%를 기부하던, 50%를 기부하던 또는 99%를 기부하던간에 어찌되었던간에 이 캠페인의 최대 수혜자는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꼭 부자들만이 이 사회에 자신들이 어떻게 기여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건 아닐것이다. 바로 우리와 같이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피래미들도 부자들이 50% 서약 하는걸 보면 – 비록 줄 수 있는건 그들보다는 택도 없이 부족하겠지만 – 무엇이 옳바른 일이고 어떤게 스스로와 남을 위해서 살 수 있는 삶인지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가끔 전쟁과 관련된 무슨 날이면 6.25전 참전 미군 용사들이 TV에 나온다. 얼마전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쭈글쭈글 할아버지/할머니가 된 6.25 참전 미군들을 한국으로 초청해서 훈장을 수여하는걸 뉴스를 통해서 봤다. 솔직히 미국이 우리나라를 도와준거는 한국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100%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미군들이 “we exchanged our youths and lives for Korea’s freedom” 이라는 말을 하면 속으로 “개새끼들 지랄하고 자빠졌구나”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하지만,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자. 어찌되었던간에 이들은 생판 알지도 못하는 한국이라는 코딱지만한 나라에서 그들이 왜 싸워야하는지도 모르면서 목숨을 바쳐가면서 타국의 자유를 위해서 자신의 젊음을 – 어떤 이들은 목숨을 – 희생하였다.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정말로 대단한 영웅인 셈이다 (물론, 월남전에 참전하고 지금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조뺑이 치고 있는 대한민국 군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재산의 50%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이들이 사회에 돈을 퍼다 줄 타당한 이유는 솔직히 쥐뿔만큼도 없다. 남들이 빈대같이 빈둥빈둥 놀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때 이 사람들은 더러운꼴 당하고 피똥싸면서 열심히 일을 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이런 그들이 왜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아프리카의 “마둥가”라는 에이즈 걸린 3살짜리 어린애와 그의 식구를 도와야 하는가? 나 같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우리 아버지가 억만장자인데 자신이 힘들게 번 재산의 50%를 아들인 나한테 유산으로 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면 나는 “아이구, 아부지 정말 잘 결정하셨습니다.” 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까? 힘들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천사들이자 영웅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오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것처럼 더럽고 매마른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