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내가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날린적이 있다.
“If you fail in Silicon Valley, you’re a rock star. If you fail in Korea, you’re a fucking failure. Korea really needs to honor failure.”
이건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트윗인거 같다. 실리콘 밸리에서 젊은 (or 늙은) 창업가가 벤처를 하다가 실패하면 영웅 취급을 받는데 왜 한국에서는 실패하면 완전 루저 취급을 받을까?
<스타트업 바이블> pg. 30 ~ 31에서 나는 실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나라에서 창업이 대중화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세상은 이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라는 삼성 그룹의 광고 문구는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 이등을 했더라도 다음 기회가 분명히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 뒤처지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 유수의 투자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네이트온과 MSN 메신저의 모태가 된 이스라엘 기업 ICQ의 초기 투자자인 요시 바르디Yossi Vardi는 자신의 투자 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사업계획서는 보지도 않습니다. 어떤 성격의 사업인지도 신경 쓰지 않아요. 나는 오직 젊은 창업가에게만 투자합니다. 특히 실패한 경험이 있는 젊은이라면 성공할 확률이 더욱 커지지요.”
진보적인 한 벤처 투자가의 실패에 대한 철학은 어떻게 보면 미국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실리콘 밸리의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있었다. 특히 실리콘 밸리가 속한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지역에 둥지를 튼 스타트업들의 경우, 전체의 95% 이상이 실패를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IT 시장을 좌우하는 혁신 기술이 실리콘 밸리에서 창조되고 있는것은 바로 요시 바르디처럼 실패를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자와 스타트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사람을 “용감한 사람이고, 사업을 하면서 많은걸 배웠고 분명히 다음번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고 성공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한국은? “저럴 줄 알았다니까. 미친놈 그냥 편하게 월급 받으면서 시키는 일이나 하지 왜 사서 고생을 해. 저러니까 하는거 마다 실패할거야.”라는 색안경을 끼고 실패자들을 용납하지 않아서인거 같다. 아니, 실은 이렇게 단순한 표면적인 문제들보다 분명히 이렇게 실패를 용납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 배경은 더 복잡하고 근본적인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건 분명히 교수들과 연구원들이 나보다는 더 잘 알것이다. 얼마전에 TechCrunch에 이와 관련된 재미있고 공감가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항상 여러번 읽게 만드는 insightful한 글들을 적절한 백업 자료를 가지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Vivek Wadhwa 교수가 일본에 대해서 쓴 글인데 이 글을 읽을수록 이건 일본이 아니라 마치 한국에 대해서 쓴 글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는 얼마전에 일본을 방문하여 다양한 전문가들과 “혁신”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미팅을 하였고 여기서 그가 뼈저리게 느낀 점들은 바로 실리콘 밸리가 실리콘 밸리인 이유는 스탠포드 대학이 있다는것도,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것도, 돈이 넘쳐흐르는 것도 아니라 바로 실패를 인정할뿐만 아니라 실패를 찬양하는 문화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수많은 나라와 같이 일본 또한 일본의 실리콘 밸리를 만드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돈을 쳐들여서 대덕 밸리와 같은 tech park들을 설립하였으며, R&D;를 위한 정부 보조금 정책을 만들고 해외 석학들을 초빙하여 새로운 대학교도 만들었지만 일본의 실리콘 밸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창업되는 스타트업들도 거의 없을뿐더러, 이미 일본이라는 나라와 혁신이라는 단어는 매우 어울리지 않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거의 15년째 제자리 걸음인 일본의 경제로 표면화되고 있다. 이렇게 범정부적인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는데도 일본의 경제가 제자리 걸음이고, 스타트업들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한국도 이와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할것이다.
21세기 국가의 혁신과 경제적 성장은 작은 중소기업들, 특히 스타트업에서 나온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과 한국인들은 창업은 무조건 위험한 선택이며, 이와 관련된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큰 성공을 경험해보지 못한 나같은 사람한테도 이런 현상이 뻔히 보인다. 아직까지 한국 스타트업 industry에는 실리콘 밸리와 같은 치열한 경쟁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한국에는 얼마나 많은 학교들이 있는가? 이 학교들이 해마다 공장처럼 배출하는 똑똑하고 능력있는 일꾼들이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하게 많다. 그만큼 한국은 스타트업들한테는 블루 오션이라는 말이다. 이런걸 보면 한국이나 일본이야말로 실리콘 밸리 못지 않은 스타트업의 메카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일본과 한국의 사회는 뭔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창업가들을 무시하고 멸시하며, 이들이 실패를 하면 격려하지 않고 오히려 쌤통이다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에서 평생을 보내려는 생각을 하고 –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삼성이나 LG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고 본인들은 항상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한다고 반박하겠지만, 말만 그렇지 행동으로는 아무도 옮기지 못한다 –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지 못하고 있다. 한번 창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완전히 매장당하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있는’ 창업가들을 찾을 수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모든 entrepreneur들은 first time entrepreneur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태어나서 처음 창업하는 창업가들이 운영을 하게되는데 이 중 99%는 실패한다 – 왜냐하면 이들이 자문을 구하거나 배울만한 role model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1등만을 기억하는 훌륭한 대한민국의 사회 분위기 덕분에 첫 시도에서 실패한 이들이 실패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다시 창업해서 성공을 하는 케이스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사업하다가 실패하면 완전히 왕따가 되어버린다. 아무도 그들과 이야기하려고 하지도 않고, 다시는 비즈니스를 같이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여기 일본과 한국과 비슷한 나라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독일이다. 독일에서 사업을 하다가 망하면 파산 선고를 한 후에도 30년 동안 창업자들이 개인적으로 회사의 빛을 갚아야한다고 한다. 사업이 망하면 집도 빼앗기고, 개인 재산도 다 빼앗기고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 감옥까지 갔다 와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사람들이 있어도 굳이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없는것이다. 한국도 연대보증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제도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어떻게, 그리고 어떤 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리콘 밸리는 이러한 사실들을 일찌감치 깨닫고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혁신의 메카로 우뚝 솟는데 성공하였다. 실리콘 밸리에서 실패는 쪽팔린게 아니라 특급 무공 훈장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entrepreneur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그 다음에는 그들은 과거에 진행하다가 실패한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매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왜냐하면 이 동네에서는 실패를 하였다는거는 그만큼 많은걸 배웠다는 말이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거라는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는 실패를 해봤고, 실패가 좋지 않다는 기억을 하기 때문에 그들은 다시는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 피똥싸는 노력을 할 수 있다는걸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이걸 배워야한다 – 아직 성공하지는 못하였지만 언젠가는 성공을 해보려고 바둥거리는 한 사람으로써 이명박 대통령과 장관들한테 제발 부탁드린다. 실패를 우대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솔직히 한국 사회가 실리콘 밸리와 같이 실패한 entrepreneur들을 영웅 취급해주는건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사업에 실패한 사람을 인간 쓰레기 취급하는 시선만 어떻게 좀 바꾸어보자. 정치인들은 창업하고 폐업하는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줘야한다. 그리고 대중들도 인터넷 비즈니스와 같은 hi-tech 사업은 제조업과 다르다는걸 교육받고 숙지해야한다. 지속적인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쳐야만 성공이 있다는걸 우리는 모두 기억하자.
얼마전에 이명박 정권에서 한국 벤처 생태계를 다시 살리기 위한 매우 거창한 중장기적인 전략들을 발표하였다. 다 좋은 말들이고 스타트업에 국가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는건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거는 실리콘 밸리와 같이 한번 실패한 사람들이 그 실패를 발판으로 성공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하루 아침에 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이야말로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Gyuchulcho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KB
단순한 money-in, money-out만을 생각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말씀하신 부분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But I don't think you are getting my point. 제가 말하고자 하는건 실패를 천대시하고, 한번 실패하면 무슨 인생의 낙오자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고쳐져야한다는 이야기이지, 이걸 꼭 VC money와 연결을 하려는건 아닙니다.
창업을 하는데 있어서 투자는 많은 요소 중 한가지일 뿐입니다. 특히 요새 같이 큰 자본이 필요 없는 시대에서는요. 실제 투자를 받기전에는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정등과 같은 많은 decision 과정을 거치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정 자체를 하는게 너무나 힘듭니다. 왜냐하면, 괜히 했다가 실패하면 사회에서 매장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문제는 우리나라는 실패한 사람한테 그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second chance 자체를 주지 않는다는 거죠…
VC
펀드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갖는데요. 실패는 천시하거나 우대할 대상이 아니라 실패 그 자체라는 것이지요. 미국이라고 실패를 우대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을 우대한다는것이 더 바른 표현이겠지요. 스티브잡스는 실패했을때 박수를 받았다기보다는 그걸 극복하고 큰성공을 일구어내서 박수를 받는 것이지요.
사실 말 그대로 venture는 10중 9는 사라지는 것이고 그 사라지는 회사와 함께 LP들의 돈도 그리고 해당 심사역의 경력도 사라집니다. 당연히 지갑을 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극보수적일수밖에 없고 실패할 경우의 그 여파는 정말 큰거죠.
Buffettism: "The first rule of investing is don't lose money; the second rule is don't forget Rule No. 1."
Anonymous
메일링리스트님/ 이 글은 구글 본사에서 일하시는 분의 포스팅인데요.
http://www.mickeykim.com/74
'3.사회적 시각' 부분을 보면 배기홍님과 같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KB
@메일링 리스트 – 안녕하세요^^ 문규학 대표님이 포스팅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저와는 많이 다른 의견이네요. 솔직히 누가 맞다, 틀렸다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저한테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 그리고 제가 아는 실리콘 밸리의 모든 벤처 관련된 분들은 실패한 사람들과 그들의 경험을 매우 소중하고 값어치 있게 생각합니다. 물론, 이 말은 실패를 권장하는거랑은 좀 다릅니다. 당연히 성공을 권장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실패는 당연히 거쳐야하는 과정이라고 모두가 다 알고 있으며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소프트뱅크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꽤 규모가 크고 좋은 회사에 많이 투자한 VC의 대표분이 실패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하시는건 조금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메일링 리스트
배기홍님. 저도 사실 배기홍 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미국인 VC도 그런 말을 합니다.
그런데 한국 소프트뱅크 대표(?)의 블로그를 보면 미국에서도 실패한 벤처 사업가는 대접을 못받는다고 합니다. 그분도 실리콘 벨리에서 VC 관련 일을 했고, 지금 한국에서도 같은 일을 하는 줄로 압니다.
이건 순전히 사실 관계 문제인데요. 어떻게 미국에서 일했거나 현재 일하는 사람, 그리고 스타트업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의견이 그렇게 상반될 수 있죠?
서로의 의견차를 보니 이건 인식의 차이나 사례의 차이가 아니라, 사실 여부의 차이라고 느껴집니다. (누구 한 사람은 지금 틀린 말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의견을 한번 주시겠습니까? 솔직히 혼돈스럽습니다.
관련 글의 링크를 아래에 붙입니다.
http://blog.softbank.co.kr/250
동주
좋은 글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자금을 지원해주는 벤처투자가는 주로 벤처캐피탈인데요, 그들도 주로 LP(국민연금, 군인공제회, 사학연금 등)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벤처투자가들도 start-up 투자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는게 어찌보면 로망일 수도 있지만 start-up에서의 승률은 대단히 낮습니다. 벤처투자가 입장에서도 승률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왜? 수익율에 종속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창업자 분들은 자금을 공급해주는 공급자의 특성을 충분히 숙지하는것도 중요합니다. 무조건적으로 실리콘밸리는 어떻다더라 하는 식의 비교는 글쎄요…
신혁
모든 토양에서 적용 가능한 모델은 아닐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고용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라도 창업이 필요하고 창업을 국가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어있습니다. 즉, '특히 우리나라'에서 정말로 필요한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Vincent
좋은 글이고 공감이 가기도 하는데, 독일의 예를 보면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작금의 경제 상황을 보면 미국 또는 실리콘밸리 경제가 결코 독일보다 낫다고 할 수 없지요. 독일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적인 금융쇼크에도 독야청청 잘 나가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도 창업보다는 책임을 중시하는 분위기지요. 실리콘 밸리식의 경제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토양에서 적용 가능한 모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Richard Lee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