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Y Combinator와 Paul Graham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Y Combinator는 창업 첫해인 2005년만 해도 8개 밖에 없던 스타트업들이 이제는 300개가 넘는다.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우리가 아는 많은 신생 스타트업들이 Y Combinator 출신이라는걸 생각해보면 폴 그레이엄은 정말 엄청난 사람이다. Reddit, Airbnb, Dropbox, WePay 등 내가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웹서비스들이 Y Combinator의 작품들이다.

Airbnb와 Dropbox를 처음 사용했을때 나는 강한 impression을 받았다. 이제 나한테는 “어린애들”이 되어 버린 대학생 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친구들이 2,000만원 ~ 3,000만원의 자본금만을 가지고 6개월만에 구축한 웹서비스들의 완성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처음 창업하고 경험도 없는 이 어린애들이 어떻게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사용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서비스를 이렇게 빨리 만들 수 있었을까?

musicshake.com이 미국에서 운영된지가 벌써 4년이 넘었다. 우리 product manager인 철이도 동의하겠지만 아직도 나는 우리 사이트의 전반적인 디자인이 맘에 안든다. 아무리 우리가 4년동안 열심히 노력해봤지만 역시 한정된 인력과 돈으로는 이정도 밖에 못 만들었다. 하지만, Airbnb와 Dropbox는 우리보다 더 한정된 인력과 돈으로 훨씬 뛰어난 UX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도 뮤직쉐이크의 현재 기능 및 UX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다’는데 동의한다. 즉, 특정 기능을 사용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자 경험이 깨지지 않고 부드러운걸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하기 까지는 4년이라는 긴 시간과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우리는 완벽하게 개발했다고 생각하고 서비스를 출시하면 항상 여기저기서 버그가 발생하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용자 시나리오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 이런 부분들을 보강해야만 했다. 4년 정도 이 짓을 하다보니 드디어 사용자 complaint가 거의 없는 기능들을 구현할 수 있었다. 그런데 Airbnb와 Dropbox의 창업자들은 우리보다 훨씬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몇개월만에 매우 사용가능한 UX를 구현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하는게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Paul Graham’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개발과정과 제품에 대한 지식이 워낙 많은 Product Ninja이다 (실제 어떤 컨퍼런스에서 그는 아직도 왠만한 해커들보다 본인의 실력이 더 낫다고 한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Y Combinator의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그들이 직접 시행착오를 거치기 전에, 또는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게 적절한 코칭과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다. 이건 제품개발과 기획에 대한 책을 몇권 읽은거와는 하늘과 땅의 차이이다. 워낙 많은 제품들을 봤고, 그 제품들이 개발되는 과정에 대해서 뼛속 깊숙히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것이다.

나도 요새 스타트업들에 소액투자하고 멘토링을 해주겠다고 깝죽거리고 있지만, product ninja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어쩌면 영원히 Paul Graham과 같은 경험과 지식을 못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거는 제대로된 스타트업이 되려면 창업팀에 개발과 제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product ninja가 있거나, 이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