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MBA 프로그램에서 열심히 케이스 스터디를 읽으면서 공부하는 학생이였다. 워튼 스쿨 입학 6개월만에 중퇴한 뒤로 나는 주위에 창업과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MBA를 한다고 하면 적극 말리고 있다. “MBA와 창업“에서 창업하는데 왜 MBA가 별로 도움이 안 되는지 설명했지만, 창업자가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이나 전략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MBA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MBA 프로그램 2년 동안 신물나게 읽고, 공부하고, 분석하고, 리포트를 쓰는 케이스 스터디들이 이 마이너스 요소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나는 생각한다. 케이스 스터디는 남의 회사에 대한 과거와 그 회사가 과거에 직면했던 특정 문제에 대해서 fancy하고 극적인 말로 만든 사례집이다. 이런 사례들이 재미는 있고 어떤 사례들은 일반 경영 소설보다 훨씬 읽기 편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회사들이 과거에 직면했던 문제들과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식으로 극복했는지를 한편의 단편 소설과 같이 극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건 내 회사가 아닌 남의 회사 이야기이고 남의 성공 스토리라서 내가 실제 일할때 –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 적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많이 읽을수록 우리는 실제 일하면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면 창조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꾸 그 상황과 비슷한 특정 사례에 대해서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맞아. 전에 그 회사 사례에서는 이런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했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이 다른 회사에서 사용했던 방법과 전략을 나의 현재 상황에 적용하려고 한다.
매일 매일 새로운 회사가 생기고, 회사들이 망하고, 상황이 변하는게 이 바닥이다. 그 어떤것도 영원하지 않고, 모두에게 맞는 정석이라는게 없는게 이 세상이다. 수 년, 심지어는 수 십년 전에 남의 회사의 – 비슷한 업종에 있는 비슷한 회사라도 직면한 외부 요인들이 과거와는 다르다 – 케이스를 굳이 현재 상황에 적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너무 많은 케이스 독서와 다른 회사들에 대한 과도한 분석은 스타트업 운영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한다. 남에 대해서 너무 많이 공부하면 그들과 똑같은 길을 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벤처를 경험해보고, 매일매일 창업가들과 같이 일 할수록 더욱 더 확신을 갖게 된다. 남들이 하는 방법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기존의 틀과 사고방식을 완전히 깨버리는 사람들이 이 스타트업 바닥에서 살아남고 성공할 확률이 훨씬 더 크다는 걸. 남들이 해보지 않은 나만의 방법으로 꾸준히 실험하고, 실패하고, 새로 배우고 또 실험하는 걸 지속적으로 반복하다보면 오히려 남들이 나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하나 만들지도 모른다. 전에 PreMoney라는 conference에서 Marc Andreessen이 MBA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2년 동안 남의 성공사례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2억원 이상의 등록금을 낼 바에, 그 돈을 자기 자신한테 투자해서 뭐라도 하는게 좋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미래의 성공을 위한 ‘직접적’ 배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