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MBA 지원자들이 학교를 결정할 때 첫번째로 고려하는 요소는 랭킹입니다.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랭킹이 높을수록 취업의 문이 넓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M7*이 아니면 갈 이유가 없다고들 합니다. 어떤 이들은 Top 30까지는 괜찮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랭킹,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취업에 정말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M7: MBA의 아이비 리그 스쿨들 – HBS, Wharton, Columbia, Kellogg, Chicago, Stanford, MIT Sloan

공신력있는 MBA 랭킹을 발표하는 기관은 대략 다섯 곳 – US News, Financial Times, Forbes, Business Week, Economist – 입니다. 기관마다 발표하는 결과물은 천차만별입니다 (아래표를 참조하시면, 오른쪽에는 이 다섯 기관들이 각각 발표한 랭킹이 있고, 왼쪽은 모든 랭킹을 종합 정리한 것입니다.) Business Week 와 Economist 에서 1등을 한 시카고는,  Financial Times 와 US News 에서는 5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흔히 MBA Top 3로 여겨지는 Wharton 은 Economist 상 랭킹으로는 간신히 10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Economist 상 켈로그는 심지어 15위입니다.

랭킹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산정 기준이 워낙 다르기 때문입니다. Forbes는 간단하게, 졸업 이후 5년간의 ROI만 계산합니다. 즉, MBA하는데 들어간 모든 기회비용(MBA 이전에 받던 연봉 포함) vs. 졸업 이후 5년간 버는 돈을 따져볼 때 얼마나 남는 장사냐는 개념입니다. 창업자가 많이  나오는 학교나 nonprofit career 를 택하는 학생들이 많은 학교가 불리합니다. Financial Times는 졸업 후 3년간의 월급에 평가의 40%를 할당하고, 기타 teaching staff 및 학생 등의 gender, nationality, international reach 등을 고려하여 산정합니다. Business Week는 학생 및 리크루터의 만족도로 평가하고, Economist는  졸업생이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고 학교가 더 international할 수록 높게 평가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MBA 랭킹과 가장 유사한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은 US News 입니다. HBS와 스탠포드가 공동 1위, Wharton이 3위, 켈로그와 MIT가 공동 4위입니다. 비즈니스 스쿨들의 학장과 director, 그리고 리크루터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MBA 후 연봉 및 취업률, GMAT 및 학부학점 평균을 모두 고려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복잡하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산정되는 MBA 랭킹, 정말로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다시 말하면, 취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랭킹은 취업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 정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학벌이 취업과 그 이후의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는 데 익숙해져 있기에, 미국 MBA 랭킹도 그렇게 해줄 거라고 기대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회사까지 갈 것도 없이, 컨설팅 펌들의 서울 오피스 썸머인턴 채용 과정만 봐도, 이력서를 통과한 이후에는 오로지 case와 interview 실력에 따라 당락이 나뉩니다. 게다가 랭킹 높은 학교 학생이라고 이력서 서류심사에서 더 많이 통과시켜주는 것도 아닙니다. 금융위기 이후, MBA 채용이 줄고 졸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교 간판보다 진짜 실력을 따지는 이런 분위기는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Tepper(카네기 멜론) 보다는 Wharton에 와서 사람을 구하는 회사가 더 많고 이름있는 곳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유명한 사모펀드 회사인 Blackstone은 Wharton에는 오지만(1년에 한명을 뽑을지라도) Tepper에는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MBA 학생들에게 Blackstone이 리크루팅을 오느냐 마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MBA를 졸업한 후에 목표로 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학교가 얼마나 도와 주는가 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내 투자은행을 목표로 한다면, Wharton보다 Tuck(Dartmouth) 같은 학교가 더 목표에 부합할 수 있습니다. Wharton 같은 경우 career management office가 1,600명의 학생을 상대하다보니 외국인 학생이라고 신경을 써주기는 커녕 officer와 약속 잡기도 쉽지 않아 문화적으로 익숙치않은 외국인들이 경쟁에 더 치이는 경향이 있는 반면, Tuck은 소규모 class다 보니 학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챙겨주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정기/정규 MBA 채용이 존재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문화가 자유로운 tech/startup 회사들의 경우는, 더욱 랭킹의 영향에서 자유롭습니다. 덕분에 Tepper에서도 미국내 유명 tech company 등에 당당히 입사하시는 한국분들이 Wharton에 비해 적지 않습니다. 시민권자도 아니고 영어도 네이티브가 아닌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랭킹이 높은 학교일수록 나에게 맞는 학교”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지원자분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적당히해라 라는 의도가 절대 아닙니다. “MBA에는 답이 있다? 없다?” 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내가 가고자 하는 커리어의 목표를 결정하셨다면, 내가 관심있는 학교들의 취업관련 수치와 정보를 찾아보고 재학생이나 동문과 연락하여 관심있는 회사에 현실적으로 취업이 가능한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만일 나와 비슷한 목표를 성취한 (한국인) 동문이 있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찾아서 이야기를 듣고 최소한 그만큼은 해야 합니다. 랭킹의 벽은 우리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지면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취업 프로세스나 취업 사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이견이 있으시거나 더 구체적인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