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투자를 아예 안 받고 revenue funding으로 본인의 교육 스타트업을 성장시킨 후 좋은 회사에 엑싯한 존경하는 창업가이자 오래된 내 친구 블레인이 얼마 전에 이런 링크드인 포스팅을 했다. 내용이 내가 평소에 하는 생각과 창업가들에게 하는 조언과 거의 비슷해서 짧게 몇 자 더 적어 보고 싶다.

일단 이 포스팅에서 하는 말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는 네트워킹이 너무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고, 네트워킹 행사에 가면 대부분 참석자는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이고 실제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행사에 안 온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런 쓸데없는 네트워킹 행사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창업가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웬만하면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금 극단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실제로 창업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오는 네트워킹 행사는 드물고, 이런 행사는 상당히 비싸다. 그리고 이런 행사는 참석자들을 선별하기 때문에 도움을 얻으려고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하는 창업가들은 초대받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왜 우린 네트워킹 행사에 목숨을 걸까?

다른 분들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과거 경험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 보고 싶다. 나도 2010년 전후로 LA에서 뮤직쉐이크에 있을 때 한 1년 동안 네트워킹에 목숨을 건 시기가 있었다. 내가 살던 LA는 음악과 엔터테인먼트의 수도였고, 1시간 15분 정도 비행기 타고 북쪽으로 가면 테크와 VC의 수도인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가 있었다.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세계 경제가 복귀하면서 이 두 도시에서는 투자자와 창업가를 연결해 준다는 네트워킹 행사와 파티가 날마다 열렸고 나는 정말 열심히 행사에 참여했다. 오전에 샌프란시스코 행사에 참여했다가 비행기 타고 LA로 복귀해서 저녁에 산타모니카 행사로 직행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이 시기가 지난 후에 내가 과연 몇 개의 행사에 참석했는지 세어 본 적이 있는데, 1년에 한 110번 정도였던 것 같다. 모두 다 “네트워킹”이라는 명목하에. 모두 다 “사업을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1년 동안 미친 듯이 행사에 참석한 후에 나는 아예 행사 다니는 걸 멈췄다. 그다음 해에는 5개 미만의 행사에 참석했던 것 같고, 그 이후에는 그 숫자가 0으로 줄었다.

일단, 그렇게 행사에 참석하고, 그렇게 많은 사람과 ‘네트워킹’을 시도했지만, 결국 비즈니스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큰 회사(예: 페이스북, 구글, 음악 레이블 회사 등) 사람들도 가끔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결국 이 사람들은 이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나를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나는 전혀 도움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행사에 오는 사람들이 전부 다 낯익은 얼굴이 됐다. 똑같이 뻔한 사람들만 계속 네트워킹 행사에 오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도 나처럼 본인들은 상대방에게 줄 게 전혀 없고, 상대방에게 도움만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행사에서 항상 마주치던 창업가들을 보고 – 이들이 나를 보고 똑같은 생각을 했겠지만 – 나는 “저 사람들은 이렇게 행사만 찾아다니면, 도대체 일은 언제 할까? 제품은 언제 만들고, 고객은 언제 만날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분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잘 안되는 이유가 너무나 명확해졌다. 대표이사가 일은 안 하고 이런 행사에서 시간 낭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사업을 잘하고 있는 창업가들은 도대체 내가 이렇게 네트워킹 행사에서 시간 때울 때 이들은 뭐 하고 있는지 관심을 두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가 행사에서 기웃거리면서 시간 낭비하고 있을 때, 잘하는 창업가들은 제대로 된 제품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building and shipping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본인이 만든 제품을 고객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치밀하게 관찰하고 고객과 시장과 소통하면서 사업의 본질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해도 대부분 스타트업은 망한다는 걸 깨달았고, 대표가 네트워킹 행사만 참석하면 그나마 이런 승산도 없어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많은 창업가가 이런 네트워킹 행사에 안 가면 본인들만 뭔가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인 FOMO(Fear of Missing Out)에 불안해하지만, 나는 오히려 불필요한 것들을 놓치는 즐거움인 JOMO(Joy of Missing Out)를 실천하고 즐기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네트워킹 행사에 안 가면서 FOMO가 아닌 JOMO를 즐기는데, 훨씬 더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에 갈 시간에,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고객을 만들고, 좋은 매출을 만들고, 나만의 내공을 쌓아서 네트워킹 행사에서 남들이 꼭 이야기해 보고 싶고, 꼭 만나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 직접 돼라. 결국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