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에 바이럴 하게 공유됐던 Citrini Research의 섭스택 보고서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때문에 당시에 전 세계 주식시장과 테크 세계가 발칵 뒤집혔었다. 꽤 긴 내용이라서 실은 내 주변에 이 보고서를 완독한 분들은 거의 없고, 아마도 대부분 AI를 돌려서 요약된 내용만 봤을 것 같은데, 대략 어떤 내용이냐 하면, 매우 가까운 미래에 AI가 너무 발달해서 인간의 지능 자체가 commodity가 되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인간의 생산 활동은 대폭 감소하지만, 오히려 AI 생산은 늘어나면서 수요와 공급, 그리고 소득분배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지는 가상 시나리오이다. 가상 시나리오라곤 하지만, 모두가 다 우려했던 미래를 꽤 논리적, 분석적으로 설명해서 그런지 주식시장, 특히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주가가 박살 났었다.

이후 시장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누구나 다 모든 걸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엄청난 AI 툴들이 시장에 출시될 때마다 소프트웨어 관련 회사의 주가는 – 특히 B2B – 계속 타격 받고 있다. 과거에는 개발 능력이 없는 회사에서 기꺼이 돈을 내고 다른 회사의 B2B 소프트웨어를 사용했지만, 이젠 바이크 코딩을 통해 누구나 다 본인이 필요한 정확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고, 바이브 코딩 툴이 더 발전할수록 이젠 많은 회사들이 더 이상 비싼 돈을 주고 B2B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누구나 다 모든 걸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제 회사는 사람이 예전만큼 필요 없고, 특히나 low level의 반복 업무를 하는 신입 사원을 더 이상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반복 업무야말로 사람보단 기계가 더 정확하고 불평불만 없이 하루 24시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AI가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온 후부터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던 질문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앨까?”

요새 거의 매일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지만, 실은 아직도 명확한 답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똑똑하고 논리적인 주장을 펼칠 순 없지만, 현재로서 내 대답은 “Yes, but no”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앞으로 많은 업무가 AI로 인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고, 실은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나같이 코딩을 전혀 못 하는 사람도 내가 필요한 몇 가지 기능을 혼자서 만드는 시대에 – 그 전에는 돈 주고 외부에 맡기거나, 우리 회사에서 나름 tech를 잘 아는 동료분에게 부탁했다 – 단순히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수작업과 반복 업무는 이젠 사람이 하기엔 너무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직종은 앞으로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우리 같은 VC 회사에서도 주니어 심사역이 주로 하는 일이 시장과 회사를 분석하는 일인데, 방대한 양의 자료를 분석, 소화, 이해하는 건 사람보단 기계가 더 잘하는 업무라서, 나는 아직도 동의하지 않지만, 많은 업계 분들이 ‘AI 심사역 에이전트’가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워라벨 따지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심사역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말도 공개적으로 한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는 건 맞다. 하지만, 모든 일자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일을 못 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없앤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에 의해서 거의 완벽하게 대체되는 건 확실하지만, 일머리가 있고, 일을 잘하고, 일을 열심히 하던 사람에겐 아마도 다른, 더 전략적이고 고차원적인 일감이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아마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더 고부가가치의 일을 하고, 오히려 더 높은 연봉을 받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물론, 주어진 일만 하고, 일을 열심히 안 하는 사람들은 “AI가 당신의 일을 대체해서 우린 더 이상 당신이 필요 없습니다.”라는 통보를 회사로부터 듣고 해고될 것이다. 실은 어떤 사장님들은 AI가 오히려 그동안 일 못하고, 조직 문화에 악영향을 끼치던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는 요새 내 건강 관련 모든 데이터를 AI에 입력해서 다양한 건강 전략과 전술을 만들고 상황에 따라 계속 수정한다. 궁금한 게 있으면 모든 걸 기계에 물어본다. 더 먼 미래에는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기술의 발전은 눈부시다. 의사가 없어질까? Maybe. 하지만, 무능한 의사만 사라질 것이다. 환자를 돈으로만 보고, 질보단 양으로 승부하고, 뭘 물어봐도 짜증 내고, 최신 의학 트렌드에 관한 공부는 전혀 안 하는 의사는 확실히 AI로 인해 대체될 것이다. 하지만,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매일 실천하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좋은 의사는 절대로 AI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들이 기술을 활용해서 이미 일을 잘하는 본인들의 위치를 더욱더 확고하게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요새 AI 때문에 전 국민이 거의 변호사 뺨칠 정도로 법학 지식이 충만하다. 내 주변 친구 변호사들도 AI가 본인들의 직업을 뺏어갈 것이라고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이 친구들은 무능한 변호사들이다. 그리고 무능한 변호사는 AI가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호구로 보고, 불필요한 법률 조언을 제공하면서 돈 벌 궁리만 하는 그런 변호사들인데, 이미 이들은 AI 때문에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고 들었다. 좋은 변호사는 오히려 기술을 활용해서 원래 잘하던 일을 더 잘할 것이고, 더 많은 일감을 처리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오히려 AI가 이미 대체되고 없어져야 할 무능한 인력을 시장에서 한번 깨끗하게 청소해 줄 수 있는 촉매라고 생각한다. 항상 공부하고, 항상 호기심 있고, 항상 열심히 일하고, 항상 일 잘하는 분들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