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는 1,600개 이상의 포스팅이 있다. 태그를 달긴 했지만, 아주 자세하게 분류하지 않아서 특정 주제에 대한 글이 정확히 몇 개 있는지 모르지만, 꽤 높은 비중의 글이 ‘집중’ , ‘뾰족한 사업’ , ‘하나만 잘해라’ 부류의 내용이다. 나는 그만큼 사업이든 인생이든,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인 작은 스타트업이 경쟁사를 이기고, 대기업을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걸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 뭔가 하나라도 잘 해야 하는데, 작은 회사가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계속하면서 그 작은 일만큼은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집중이 제일 중요하다.

최근 글에서도 썼지만, 요샌 집중, 끈기, 반복 등, 이런 것들의 의미가 점점 더 희석되고 있다는 걸 느끼는데, 솔직히 이런 사회적인 현상이 개인적으로는 참 안타깝고 슬프다. 내가 창업가들과 만나서 일단 하나만 하자 또는 아무리 작아도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는 말을 하면 공감하는 분들도 있지만, 하나만 해서는 크게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우리에겐 하루에 24시간밖에 없지만, AI 에이전트들을 활용하면 24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에 하나씩 하는 공식은 AI 시대 이전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요샌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어쨌든 이런 고민을 최근에 많이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WSJ에서 오픈AI와 앤스로픽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이 기사의 핵심이 집중(=focus)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나름 객관적인 시각으로 좋은 기사를 발행하는 신문에 이런 글이 실렸다면, 어느 정도의 fact checking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양사의 의견도 분명히 녹아 있을 것 같아서 여기서 짧게 공유한다.

요새 AI 분야에서 개발자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는 제품이 앤스로픽의 Claude Code인데 이건 우연히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라 회사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이런 개발자 대상의 B2B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먼저 사업을 시작하고 ChatGPT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던 오픈AI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었고, 이후에 모든 걸 하려고 돈도 너무 많이 썼고, 사람도 너무 많이 채용했다. 이미지 생성, 영상 생성, 웹 브라우저, 광고, 하드웨어 등 AI 슈퍼 앱이 되기 위한 새로운 제품을 하나씩 발표할 때마다 밸류에이션은 올라가고 시장은 열광했지만, 회사의 수익성은 점점 악화되면서 “모든 걸 다 하지만,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 함정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전략을, 땅콩버터를 너무 얇게 바르는 전략이라고도 한다.

오픈AI가 B2C 분야에서 구글의 Gemini와 경쟁하면서 출혈은 더 심해졌는데, 이 와중에 앤스로픽은 조용히 B2B 분야만 계속 파고들었다. 앤스로픽 경영진은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보단 개발자와 기업 사용자들을 위한 AI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더 많은 A급 제품을 만들기보단 더 적은 A++급 제품을 만드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런, 날카롭고 뾰족한 전략이 회사의 DNA에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클로드 Code라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클로드 Code의 폭발적인 시장 반응을 관찰하면서 기업 고객들의 목소리를 계속 듣다 보니, 개발 인력이 없는 기업들도 클로드 Code가 필요하다는 피드백이 계속 나왔고, 이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또 다른 걸작인 클로드 Cowork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기사에 의하면 현재 앤스로픽 매출의 90%가 기업 고객들에게서 나온다고 하는데,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실은 이런 집중의 전략을 가장 잘 구사하는 회사는 애플이고, 이 DNA를 회사에 심은 건 고 스티브 잡스였다. 이젠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업인이 아는 그의 혁신에 대한 정의인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안 할지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집중이 무엇인지 깔끔하게 설명해 준다. 애플은 이 DNA를 계속 잘 실행하고 있고, 팀 쿡 대표의 이 말의 개정된 버전이 “You’re saying no to really, really good ideas so you can make room for the great ones.(정말 좋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위대한 아이디어를 위해서 정말 좋은 아이디어에 ‘아니요.’라고 해야 한다).” 이다. 많은 분이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의 혁신은 이제 끝났다고 하지만, 실은 남들이 하는 모든 것을 다 하지 않고, 애플이 정말로 해야만 하는 일만 하는 이런 초집중 전략이 겉에서 봤을 때 잘못 해석된 게 아니냐는 생각을 나는 한다.

솔직히, 어떤 사업을 하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이 선택과 집중이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AI로 인한 무한 가능성의 시대가 오면서 이젠 누구나 다 모든 걸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모든 걸 다 하는 유혹을 뿌리치고 어떤 일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정말 중요해졌다. 내가 이 말을 쓰긴 했지만, 참 어려운 말이고, 어려운 세상인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창업가들은 정말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는 백만 가지 요소들의 유혹을 참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