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쓴 ‘허락보다는 용서를 구해라‘라는 글에서 나는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일을 벌리기 전에 사전에 허락을 구하지 말고 일단 저지른 후에 용서를 구하는게 훨씬 더 좋은 전략이라고 했다. 근데 이 전략은 스타트업 뿐만이 아니라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도 구사한다.

한국 언론에서는 못 본 거 같은데 미국에서는 꽤 이슈가 되고 있는 일이 얼마 전에 있었다. 2013년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Boston Red Sox 팀이 며칠 전에 백악관에 초청 받아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 여기서 레드삭스의 유명한 타자이자 2013년 월드시리즈 MVP인 David Ortiz가 오바마 대통령한테 레드삭스 져지를 선물하면서 함께 즉흥적인 셀카를 찍었다.

Photo Apr 05, 9 49 40 AM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공교롭게도 Ortiz 선수는 삼성의 광고 스폰서를 받는 선수이며,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셀카는 삼성 갤럭시 폰으로 찍었다. 삼성은 바로 그 다음날 이 사진으로 소셜 미디어를 완전히 도배했고 사진과 삼성 갤럭시 폰은 많은 사람들의 타임라인에 노출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백악관 대변인과 법무팀은 “백악관은 대통령의 화상이 상업적 용도로 사용되는 걸 반대합니다.”라는 공식 발표를 했다. 삼성에 직접 항의를 했는지, 아니면 백악관 법무팀이 삼성의 법무팀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이 ‘즉흥적인’ 셀카가 정말로 즉흥적인건지 아니면 삼성과 오르티스 선수 사이에 이미 사전에 합의가 된 거래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삼성에서는 이에 대해서는 현재 침묵으로 답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건이 큰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확률은 없다고 본다. 백악관이 삼성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할 확률도 적다고 보지만, 그렇게 해도 삼성에서는 그냥 더 이상 이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배포하지 않으면 된다 (이미 퍼질만큼 퍼졌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잘 몰랐고 다음부터는 조심할께요.”라는 사과를 하면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삼성이 좀 부주의했구나 라는 생각을 할 것이고 이는 금방 잊혀질 것이다. 삼성의 이미지가 받는 타격은 최소지만, 이로 인해서 얻는 건 훨씬 많다.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과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도 삼성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다’라는 이미지는 이 사진과 소셜미디어를 접하는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속에 아주 오랫동안 남을 거 같다.

백악관이 이렇게 항의 할 것이라는 걸 과연 삼성이 몰랐을까?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기업 삼성의 법무팀은 막강하다. 전세계의 난다긴다하는 기업 변호사들로 구성되어 있을 텐데,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장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막 뿌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 이들이 몰랐을리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게 잃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냥 일을 저지른 것이다. 백악관의 허락을 받으려고 했으면 당연히 못 했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 벌여놓고 용서를 구한 것인데 이번엔 아주 잘 먹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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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si.wsj.net/public/resources/images/MK-CL325_SAMSUN_G_2014040318032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