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달에 한국 출장 갔다가 LA 공항에 도착한 후 집까지 차량이 없어서 처음으로 Lyft를 사용해 봤다. 주로 이용하는 Uber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공항 근처에 UberX가 한 대도 안 보여서 우버보다는 기업가치나 규모는 작지만 유일한 대체 서비스인 Lyft 앱을 실행해서 차 한대를 불렀더니 거짓말 안하고 30초 만에 차가 왔다.

차종은 현대 EF 소나타였고 차 주인은 (기사) 이란에서 이민 온 젊은 친구였다. 월드컵이 이제 막 시작했을 때였고 이란과 한국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공항에서 우리집까지의 50분 거리가 굉장히 짧게 느껴졌던 즐거운 드라이브였다. Lyft는 처음 타봤고, 이런저런 궁금한 사항들이 많아서 – 실은, 한국에서 이지택시를 애용하면서 과연 우버와 같은 공유 라이딩 서비스가 한국에도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 리프트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친구는 Uber에도 등록이 되어 있고 Lyft에도 등록이 되어 있는 ‘따블’ 드라이버다. 그리고 주위에 이렇게 두개를 다 하는 친구들이 엄청 많다는. 이란에서 LA로 무작정 넘어와 2년 전문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CPA 시험 준비를 하면서 틈틈이 택시 서비스를 한다는 이 친구가 1년에 우버/리프트로 버는 돈은 자그마치 4만 달러였다 (=4,100만원). 이 정도면 왠만한 사회 초년생의 연봉보다 많다. 2년 전문대학 나와서 LA에서 취직하면 이 정도 연봉 못 받는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회계사무소에 회계사 보조로 취직해서 연봉 3만 달러 정도 받는 대신 운전하면서 돈 더 많이 받고, 공차 시간에 차 안에서 회계사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생활이 거의 2년째라고 한다. 그리고 이 친구 주위에는 우버/리프트로만 8만 달러씩 버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공유 경제와 공유 서비스의 위력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우버로 그냥 용돈 조금 버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우버와 리프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Airbnb, Taskrabbit, Uber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 서비스들이 앞으로 일으킬 disruption이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전에 내가 Uber의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쓴 글이 있는데 당시 우버의 1조원 밸류에이션은 이미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앞으로 과연 우버의 기업가치가 얼만큼 커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서비스들을 좋아한다 (미국에서는 ‘Airbnb for X’ 또는 ‘Uber for X’ 라는 카테고리가 아예 생길 정도로 커졌다). 우리 주위를 보면 이 세상에는 남는 잉여 자원들이 상당히 많다. 1년에 절반을 출장으로 보내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집은 1년에 6개월은 비어있다. 공간의 낭비이다. Airbnb의 등장과 함께 이와 비슷한 서비스들이 무수히 생기면서 이런 공간의 낭비가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해소되고 있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차가 있지만, 일주일에 5일은 그냥 주차되어 있다. 이렇게 노는 차들은 더 효율적인 운송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Uber가 등장하면서 그런 생산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한국도 이제 이런 류의 서비스들이 막 생겨나고 있지만, 미국은 정말로 희한한 공유 서비스들이 많이 있다. 내가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서비스들도 많아서 다 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집에 남는 주차 공간이 있으면 이걸 필요로 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해 줄 수 있는 서비스 (Airbnb for parking spot), 반려견을 모르는 사람의 집에 단기 또는 장기로 맡겨 놓을 수 있는 서비스 (Uber for dogsitting), 집에 놀고 있는 공구를 (드릴, 망치, 전기톱 등..) 공유해 줄 수 있는 서비스 (Airbnb for tools),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들한테 가정집의 화장실을 공유해 줄 수 있는 서비스까지 (Uber for bathrooms)…생각할 수 있는 모든 거에 대한 공유서비스가 존재하다고 보면 된다.

이 중 멍청한 아이디어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공유 서비스들은 이런 ‘잉여 자원’의 문제점들을 훌륭하게 해결해 줄 수 있다 (물로, 이에 따른 리스크와 문제점들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자원과 자원, 사람과 자원을 거의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은 인터넷이 최고이며, 여기에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까지 더해지면 엄청난 공유플랫폼이 만들어 진다. 이 플랫폼을 통해서 내가 필요한 공유 서비스를 찾고, 이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 경험이 좋으면 내가 서비스의 제공자가 되고, 다시 이런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면서 순식간에 이 플랫폼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공유 서비스야 말로 인터넷에 최적화된 서비스이고, 인터넷이야 말로 공유 서비스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log.urbact.eu/2014/05/the-sharing-economy-whats-in-it-for-c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