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1권이 나온지 벌써 4년 반이나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보다 더 빨리 변하는 벤처 업계에는 그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0년 8월 책 출간 당시 한국에서는 ‘스타트업’ 이라는 단어조차 굉장히 생소했다. 뭐, 내 책 때문에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알려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기여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는 한다.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벤처 현장은 굉장히 재미있고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부정적인 부분도 적지 않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훨씬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나같은 투자자들, 창업가들, 이들과 공생하는 기업들, 미래의 창업가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와 학원들, 스타트업과 연관된 다양한 기관들, 그리고 칭찬보다는 주로 욕을 먹는 정부기관들과 같은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헛짓들과 노력을 동시에 하면서 한국의 스타트업 현장은 이제 어느정도의 기초가 다듬어졌고 이 모든게 점점 유형화 되어가고 있다.
작년부터 한국에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창업되어 성장하고 있다는걸 몸으로 많이 느끼기 시작했다 – 이는 벤처생태계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들이 성장을 얼만큼 했고, 고용을 어느정도 창출했고, 매출을 얼만큼 만들었고 등과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고 조사도 해보지 않았지만 항상 한국의 스타트업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런 좋은 변화가 눈에 보이고, 한국 나올때마다 “아, 한국에서 이제 이런 회사들이 나오는구나” 라고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있다.
그동안 2권의 책을 썼다. 스타트업 업계의 속도로 보면 이제 거의 골동품이 된 책들이지만 아직도 꾸준히 팔리고 벤처를 하시는 분들이나 벤처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이들 읽고 나한테 연락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기업이나 학교에서도 강연이나 Q&A 세션에 대한 요청이 정기적으로 들어온다. 내가 물리적으로 미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관계로 잘 하지는 못하는데 이번 3월 한국 방문때는 시간과 기회가 되어서 몇 번 진행을 해봤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강연이 2개가 있었다.
하나는 울산과기대(UNIST) 학생들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다. 서울 외 지역의 팀, 회사 및 기회에 대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비서울 지역의 스타트업들에 요새 관심이 매우 많다. 울산과기대 교수님과도 친분이 있었지만, 이 지역의 학생들과 벤처에 대한 생각 등 여러가지가 궁금해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예상보다 수준도 높고 왠만한 서울의 학생들보다 진지한 눈빛과 질문들에 많은걸 느끼고 배웠던 소중한 강연이었다. 특히, 순수하고 경험이 상대적으로 없는 학생들 이라서 그런지 나 스스로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질문들도 꽤 있었다.
다른 하나는 상암동의 명물 술파는 서점 북바이북에서 했던 저자와의 번개 모임이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30명 정도의 독자와 청중이 이 공간을 꽉 채웠던 열기 넘치는 장소였고 시간도 꽤 늦은 오후 8시에 시작해서 10시가 넘어 끝났지만 그 누구도 일찍 떠나지 않았다. 북바이북의 청중은 대부분 창업에 관심이 있거나 곧 창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들 또는 현재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질의응답을 거의 1시간 동안 했다. 질문의 수준도 굉장히 높고 상당히 진지한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베어있는 그런 종류의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이런 모든 경험이 스타트업 바이블이 출간된 2010년과는 사뭇 달랐다. 창업을 해서 이미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젊은 친구들의 눈빛은 살아있었고 실행은 공격적이었다. 이들은 500억원 짜리 회사를 만들어서 남한테 파는데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1조원의 회사를 만들 생각으로 진지하게 제품을 만들고 비즈니스에 임하고 있었다. 직장인들의 태도도 과거와 달랐다.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4-5년 전 내가 만났던 학생들에 비해서 많이 발전했고 내가 대학교 1학년이었던 1993년의 나보다는 한 10 단계는 더 성숙해 있었다.
모든걸 종합해 봤을때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벤처 생태계는 앞으로 더 탄탄해지고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앞으로 한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기여해 보고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www.gettyimages.ae/detail/photo/sunset-over-the-han-river-seoul-royalty-free-image/158723763>
한승호
마지막 문단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 기홍님의 강연 저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Kihong Bae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