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대표했던 기업 중 하나이자 인터넷의 척추 역할을 하는 라우터와 스위치의 대명사인 시스코의 수장이 7월 26일부로 20년만에 바뀐다. 곧 바뀔 대표이사 John Chambers는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장수한 사장이 아닐까 싶다. 1999년 스탠포드에서 유학할때 시스코 임원인 Mike Volpi의 강연을 들으면서 나는 시스코란 회사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Cisco라는 이름 자체가 San Fran”cisco”에서 나왔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그때 알게되었다.
당시만해도 시스코의 파워는 막강했다. 잠시였지만 2000년 초에는 시스코가 세계에서 가장 시총이 높은(610조원) 회사였던 적이 있었고, John Chambers 사장이 시스코 실적 발표를 하면서 공유하는 시장 전망은 실리콘밸리의 모든 tech 회사들이 경청하고 이들이 미래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는데 바이블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당시 체임버스 사장이 “인터넷 비즈니스를 100m 달리기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아직 1m도 못 왔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발전가능성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라는 말을 했는데 인터넷이 더욱 더 성장할수록 시스코는 그냥 자동으로 같이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불과 16년만에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항상 고공비행 할거 같았던 시스코의 주가는 현재 2000년 초반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실리콘밸리의 대부와도 같았던 존 체임버스도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지 못한 상태에서 물러난다. 요새는 오히려 존 체임버스 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의 영향력이 더 커진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10년은 시스코한테 썩 좋지 않았다. 막강한 경쟁사들도 출현했고, 새로 진출한 시장에서는 생각만큼 성공적이지 못 했다. 이 정체기가 계속 지속될지, 아니면 새로운 리더쉽 하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는 두고봐야할거 같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1등도 없고 영원한 꼴찌도 없다는 걸 새삼 느꼈고, 그렇기 때문에 작은 회사나 후발주자들한테도 항상 기회는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