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stling’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전에도 몇 번 쓴 적이 있다. 얼마전에 우리는 SnackFever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매달 미국 고객들에게 한국 과자를 엄선하고 큐레이션해서 박스로 보내주는 섭스크립션 서비스이다. 한국 과자를 많이 먹거나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이 서비스에 대해 약간 회의적이었지만 고객의 90% 이상이 비동양계 미국인임을 확인한 후에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투자를 했다. 물론, 2명의 공동창업자 Jo와 David 모두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동생이자 후배들인 점도 결정에 큰 기여를 했다.
SnackFever는 스트롱벤처스 사무실에서 현재 incubating 되고 있고, 모든 사업운영이 우리 사무실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나는 이 회사의 속속들이 사정을 모두 다 알고 있고,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옆에서 아주 자세히 볼 기회들이 많다. 창업 초기에는 누구나 다 비슷하지만, 이 친구들 정말 고생 많다. 특히 전자상거래 사업이라는게 완전 초반에는 노가다가 많이 필요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주문을 받을 수 있는 고객과의 인터페이스는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이지만 일단 주문을 이행하려면 누군가는 물건을 구매하고, 포장하고, 우체국이나 택배사를 통해서 고객에세 보내야하는데 돈도 없고 인력도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모든걸 직접 해결해야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번씩 우리 사무실은 한국과자와 SnackFever 자체 박스로 과자창고가 된다. 현재 이 두 명이 매달 수백개의 박스를 고객들에게 보내주고 있는데 이 수백개의 박스를 2명이 (가끔씩 인턴들이 도움을 준다) 모두 다 포장하고 있다. 매달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 가끔은 조금 도와준다 – 박스에 과자를 일일이 넣는것만해도 2박3일 밤샘 작업이다. 지금은 물량이 어느정도 되니까 우체국에서 와서 가져가지만 초반에는 이 박스들을 다 차에 싣고 우체국으로 가서 줄 서서 보냈다.
많은 분들이 – 특히 대기업이 대기업일때 조인해서 그 이후 대기업에서 계속 일하시는 – 조금 걱정스러운, 그리고 가끔은 한심하고 의아해하면서 말한다. “아니 저렇게 일일이 박스를 직접 포장하고 보내서 돈은 언제 벌고 기업으로 어떻게 성장시키나요?” , “무늬만 전자상거래지 완전히 노가다가 따로 없네요” , “너무 체계없고 허접한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들이 잊고 있는건 모든 회사들이, 심지어는 본인들이 일하고 있는 그 대기업들도 다 이렇게 작게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든 회사들의 시작은 작다. 잘 모르는 분들한테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이 작은 시작과 창업팀의 피와 땀이 섞인 hustle이 쥐새끼 만화를 디즈니로 만들었고, 책배달을 아마존으로 성장시켰다. 우리가 아는 모든 기업들이 다 이렇게 작게, 하나씩, 차근차근, 허접하게 성장했다.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이제는 꽤 큰 볼륨을 처리하는 우리 투자사 Poprageous에 대해서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같이 완전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큰 특권은 바로 이런 hustler-founder들과 같이 일하면서 회사가 창업해서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SnackFever 팀이 이번 달에는 어떤 과자를 선정할지 고민하고, 우편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박스 하나하나 중량을 재고, 모자라는 스낵이 있으면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국슈퍼에서 땜빵을 메우는 모습은 나한테는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값진 광경이자 경험이다. 이런 강한 hustle 속에서 이들은 비즈니스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주문량이 증가할수록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절대로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스타트업의 핵심이다.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만큼 커질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지만, 나는 굳게 믿는다. 작은 시작, 여기저기 헛점이 많은 허접함, 그리고 끝없는 hustling의 힘을.
justin
아니예요 자신감으로 진행하는 그런 자세가 훌륭 합니다.
협력 할수 있으면 기회를 주세요.
스타트업…
바람직 합니다.
21325985096 jusin 입니다.
♡smart Life 팀♡
dazainus
“우리가 아는 모든 기업들이 다 이렇게 작게, 하나씩, 차근차근, 허접하게 성장했다.”
회사라는게 규모와 상관없이 안에서, 밖에서 볼 때 다 다른것 같습니다. 밖으로 어떻게 비춰지느냐는 어떻게 보면 브랜딩 차이이겠지요. 하나하나 박스를 싸면서 조금씩 회사를 키워가는 재미도 있을것 같습니다. 스낵피버 화이팅!
Kihong Bae
Thank you. 스낵피버팀 대신해서 무한감사드립니다 (혹시 미국에 거주하시면 한박스 구독하시는게? ㅎㅎ)
frogcoco
좋은 스타트업 발굴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언제가 님의 책에서 읽은 스타트업은 절벽에서 이륙하는 비행기와
같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아 가끔씩 님의 글을 읽곤 합니다.
오늘 특별히 댓글을 단 이유는 늘 글을 읽을때마다 직선적이고 조금은
냉철하고 어떤때는 너무 잘난척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는데
오늘 글은 의외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을 보니 님에 대해 편견이 있지 않았나 하는 미안한 감이 듭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좋은 스타트업 많이 발굴하시고 많은 도움 주시기 바랍니다.
Kihong Bae
안녕하세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제 성향에 대해서 하신 말씀 중 ‘직선적’과 ‘냉철’은 저도 공감을 합니다. ‘잘난척’은 절대로 의도하는 건 아닌데 그렇게 비추어졌다면 반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제 생각을 조금 강하게 말하다보니 그렇게 비추어진거 같은데 앞으로 글 쓸때 꼭 참고하겠습니다.
익명
열정과 감동이에요!
Kihong Bae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