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표는 해마다 Forbes 잡지에서 발표하는 ‘세계의 부자들’ 작년 리스트를 참고로 만들어봤다. 왼쪽은 한국의 10대 부자들, 그리고 오른쪽은 미국의 10대 부자들이다. 편의를 위해서 존칭은 생략했고, 재산은 작년 11월 초 환율 기반이다.
뭐, 한 번 정도는 모두가 다 들어본 이름들과 회사들일 텐데 한국과 미국의 부자들 사이에는 매우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재산의 절대적인 규모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 최대 갑부 이건희 씨의 15조 원과 미국의 최대 갑부 빌 게이츠의 86조 원은 거의 6배가 차이 난다(이건희 씨의 재산은 이보다 더 많을 거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차이는 표에서 회색으로 칠한 부분들이다. 미국은 부를 창출한 부자들이(7명)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은 부를 대물림받은 부자들이(7명)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과 미국의 50대 부자리스트를 보면 이 차이가 더 크다 – 미국의 50대 부자 중 자수성가해서 부를 창출한 사람들의 수는 34명이고, 한국은 11명이다.
한국의 부자들은 대부분 우리가 잘 아는,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로부터 부를 대물림받은, 재벌가 사람들이다. 한국 10대 부자 중 부를 맨손으로 창출한 분들은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씨, 넥슨의 김정주 씨, 그리고 부영그룹의 이중근 씨 이렇게 3명이다. 반면 미국의 10대 부자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와 금융 분야에서 자수성가한 창업가들이다. 자, 그렇다고 나는 부를 대물림 받는 게 잘 못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집안에서 운 좋게 태어나서 조상들의 부를 승계 받는 건데, 이걸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한국 부자들의 대부분이 부를 대물림받았기 때문에, 이게 결과적으로 한국의 산업, 구조, 경제, 문화에 꽤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참고로,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수치를 기반으로 한 자세한 분석은 아니다.):
1/ 단일화된 industry – 주로 재벌기업들이 부를 대물림하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는 이 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산업들 위주로 단일화되어 있다. 그리고 많은 사회인이 이런 회사들에 취업을 하므로, 전반적인 산업과 비즈니스의 다양성이나 색깔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미국의 경우, 굉장히 다양한 산업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비교적 골고루 성장과 발전을 하고 있다.
2/ 서로 도와주는 생태계의 부재 – 창업가들은 대기업의 일원이 되길 거부하고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부와 가치를 생성하면서 도전, 땀, 그리고 노력이 국가와 경제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창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고 하는 후배 창업가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후배들이 성공하면, 이들이 한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는 걸 본인들이 경험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10대 부자 중 자수성가한 권혁빈 씨와 김정주 씨도 내가 알기로는 다양한 방면으로 후배 창업가들을 밀어주고 있다(부영그룹의 이중근 씨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부를 승계받은 나머지 7명은 굳이 후배들을 도와줄 필요도, 창업을 장려할 필요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그들의 부는 또다시 후손들한테 대물림 될 것이니까. 이러다 보니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10대 부자들 사이에는 서로를 도와주고 끌어주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힘들다.
3/ 창조경제의 한계 –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하려는 젊은이들이 이러한 산업 구조를 보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아무리 노력하고 열심히 일해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으면 부자의 대열에 낄 수 없는 현실은 상당히 암울하다. 부의 창출과 대물림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지만 진정한 창조경제가 실현될 수 있을 거 같다.
4/ 성장의 한계 – 부가 위에서 아래로만 내려오고,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까지 순환되지 않으면 – 아니, 순환 경로 자체가 막혀 있다면 – 위에서만 성장이 일어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다. 대대로 돈이 많은 기업만 더 커지고 더 부자가 되다면, 새로운 기업이 밑에서부터 위로 성장할 수 있는 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이러면 새로운 산업과 가치가 만들어 지는 게 어렵다.
지금까지 우리 아버지 세대는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고, 그 결과로 한국의 국민소득이 이제 3만 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우리 세대가 배턴터치를 하고 더 잘 해야 하는데,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기려면 앞으로 더욱더 많은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탄생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부를 창출하고, 위에서 말한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앞으로 10년 후에는 한국의 50대 부자 중 30명 이상이 창업을 통해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하는 창업가들도 이 리스트에 포함되면 좋겠다.
카이져
미국 부의 대물림쪽으로 볼려면 가문들을 따져야하는거 아닌가?? 세계 유명 대기업을들과 금융쪽은 로스차일드 가문 카네기 가문 록펠러 가문
아마 그렇게 따지면 빌게이츠 9위 워렌버핏 10위나 되서 끝날듯
로스차일드 첫째가 일증 록팰러 첫째 이등 이런식으로 둘째 셋째 나아가면~
Kihong Bae
이미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Forbes 지에 나온 숫자 기준 입니다. 뭐, 그렇게 따지면 이건희 씨도 보고되지 않은 재산이 많이 있겠죠?
이희민
좋은 글 감사합니다.
Kihong Bae
고맙습니다^^
chanyhan
개인적으로 이 글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근거나 사례가 빈약하지 않은지요.
예를 들면, 1번의 경우, 재벌위주의 산업들로 단일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이 재벌인지 정부의 규제인지 규명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2번의 경우도 실사례가 없기 때문에 전혀 와 닿지 않네요. 위에 댓글 다신분 역시 얘기하셨지만, 실사례와 규모같은 것들이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에서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기려면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탄생해야한다”라고 하셨는데, 이미 그런 사례의 국가가 있는 것인가요?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많이 탄생해야 3만달러를 넘길수 있는지,.. 필요조건인지 충분조건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근거도 없구요.
글 전반적으로 논지에는 동조하지만, 근거가 빈약하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네요.
Kihong Bae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부분들 어느정도 저도 공감합니다. 일단 좋은 의견과 피드백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제가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가보면 말씀하신 부분들에 대한 backup data와 사례들을 더 준비할 수 있을거 같은데요, 글에서 말씀드린대로 제가 경제학자나 연구원이 아니라서 더 깊게는 안 들어가겠습니다(물론, 데이터를 더 찾아보면 제가 말한 부분들이 많이 틀렸을수도 있을거 같스빈다). 다만, 4가지 의견들은 이 일을 하면서 제가 느낀 – 데이터는 없이 – 제 사견이라는 점은 조금 이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근거가 빈약하다는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원래 글의 의도 자체가 근거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거는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익명
감사히 잘 봤습니다. 제가 대학생 때 느낀 미국, 중국과 한국의 큰 차이점은 분위기와 군대 인 것 같습니다.
아직 20대 후반인 저로서 최근의 대학 분위기를 보면 순수하게 창업을 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스펙을 위한 임시적인 스타트업도 있었고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어른들의 시선이 그리 따스하지만은 않았었습니다. 저도 그 사람 중 한명이라 후회되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군대였던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은 아니고 주위 사람의 경험인데 군대 가기 전에 창업에 조금 성공을 거두었어도 군대 때문에 연속해서 하기 힘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미국, 중국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한국 보다 조금 유리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Kihong Bae
이 부분은 저도 어느정도 공감을 하는데요…어차피 이런 분위기나 군대는 저희가 바꿀 수 있는게 아니라서요…주어진 환경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걸 하고 불평은 최소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대든, 국가든, 환경에서든 잘 하는 사람은 잘 하니까요.
Gi Wna Park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있어 댓글 남깁니다.
2번 같은 경우에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제가 모든 대기업에 대하서는 모르지만, 현대 같은 경우만 해도 H온드림이라는 사회적기업 오디션을 열어 도와주고 있어요. 물론 이게 회사가 창출하는 수익대비 적을지는 모르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수치화 조사가 필요해 보여 글을 남겨봅니다^^
Kihong Bae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모든 대기업들이 액셀러레이터나 펀드 하나 정도는 다 가지고 있죠. 그런데 그건 제가 여기서 말하는 포인트와는 상관이 없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