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울산에 잠깐 내려갔다 왔다. 우리 투자사 페달링도 만날 겸, 그리고 울산과학기술원의 창업 프로그램인 UNIST Entrepreneurship Bootcamp의 강연 중 하나를 맡게 되어서 즐겁게 갔다 왔다. 이 프로그램은 이제 UNIST에 입학할 신입생 중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과정인데,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학교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창업 관련 정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가르쳐주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도 모를 때 스탠포드 대학으로 유학 가서, 대기업에 취직해서 남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거 말고도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앞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할 신입생들한테 내가 이날 말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아니,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이 짧은 삶을 잘 살다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행복한 삶을 사는 건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만 이날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은 우리가 entrepreneurship(=창업가 정신)이라고 하면 당연히 회사를 만들고, 제품을 만들고, 투자를 받아서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키우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우리 주변 대부분의 창업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큰 비즈니스를 만들고 세상을 바꾸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날 내가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건 바로 창업이라는 게 거창하게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을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의지,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을 만들려는 도전정신, 그리고 그 누구도 나만큼 내 인생을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 깨닫고 내 인생과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 우리가 아는 엄청난 창업가들이 모두 이런 생각으로 비즈니스를 만들었지만, 비즈니스를 만들지 않는 사람들도 실은 이런 자세를 가지고 인생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우리가 100% 통제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날씨를 우리가 통제할 수도 없고, 세계 경기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요새 북한이 자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만약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걸 우리가 어떻게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100% 통제할 수 있는 게 딱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내 인생이다. 자신의 인생과 운명을 남이 아닌 내 손 안에 가져다 놓는 거, 나는 이게 창업가 정신과 딱 맞물린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도 그렇지만, 우리 인생에도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강연이 끝나고, UNIST 선배 중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운영하는 3명의 창업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유니스트의 창업가들”이라는 패널을 진행했다. 우리 투자사 대표도 참석했지만, 나머지 두 명의 대표이사들도 내가 전부터 알고 있던 분들이다. 솔직히 이들은 아직 대단한 비즈니스를 만들지도 못했고, 이야기를 해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내가 이 젊은 친구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이들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험하고 냉혹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냥 남들이 하는 그대로 살아가지 않고 나만의 목소리를 갖는다는 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나는 저 나이에 남의 목소리만 듣고 살아갔기 때문에 이 3명의 창업가가 더욱더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 같은 젊은 친구들이 더 많아지고, 이들이 커서 부모가 되면, 조금은 다른 그리고 더 재미있는 세상이 되겠지.
Dasom Yang
좋은 글 감사합니다!
Kihong Bae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