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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에 콜드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제목을 보니 ‘책’ 관련된 비즈니스인거 같아서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내용을 읽었는데 ‘국민도서관 책꽂이‘ 라는 회사에서 온 이메일이었다. 실은 지난 1년 동안 종이책에 대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나는 종이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종이책의 종말에 대해서는 내가 여러번 블로그를 통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책 관련 비즈니스는 내 관심사 밖이었지만, 국민도서관 장웅 대표님의 이메일에는 고민의 흔적과 진정성이 보였다. 그래서 투자와는 상관없이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청담사거리 스타벅스에서 한시간 정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시간 동안 내 생각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니, 생각의 변화라기 보다는 국민도서과 관장님에 대한 존경이 이 시장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게 한거 같다. 이 분은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이었다.

우리도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창업자들을 만났다. 어떤 이들은 세상을 바꾸려고,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냥 큰 돈을 벌고 싶어서 창업을 택했다. 사업의 목적에 나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본인들이 하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얼만큼의 애착이 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장웅 대표님은 책을 좋아하고, 책과 독자들의 관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회사에 투자를 했다(기존 투자자는 이덕준 대표님의 D3 주빌리와 개인들이 있었다.)

국민도서관은 이런저런 이유로 책 보관이 힘든 사람들과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마켓플레이스인데 단순히 중개의 개념이 아니라 컨트롤의 개념이 강한 소유형 마켓플레이스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국민도서관은 남의 책을 소중히 키핑해주고, 키핑된 책들을 독자들에게 무료로 대여해주는 마켓플레이스이다. 이 과정에서 책을 전문적으로 보관해주고, 대여의 모든 과정에 직접 관여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P2P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집에 책 20-30권 정도는 소장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분들은 수 천권의 책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책장에 책이 있는걸 보면 마음이 뿌듯해지지만, 물리적인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이 차지하는 공간에 비해서 정신적인 만족감 외의 실용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책장에 있는 책들 죽을때까지 다시는 안 읽을 확률이 높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저렴한 연회비를 내면 (200권까지:3만원 / 2,000권까지:9만원) 책들을 키핑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모든 회원은 등급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분들이 키핑한 모든 책을 왕복택배비 만으로 60일간 대여할 수 있다.
굳이 책을 키핑하지 않아도 국민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다. 아마도 현재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책을 키핑하지 않을것이다. 동일하게 저렴한 연회비를 내면 1년 동안 무제한으로 국민도서관에 키핑된 도서들을 대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60일의 대여기간이 있고, 대여한 책을 반납하면 또 대여를 할 수가 있다. 과거 DVD 시절의 넷플릭스 모델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공유경제라는 말을 우리는 남발하고 있다. 남의 것을 빌려쓰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면 우리는 무조건 공유경제로 포장을 하지만, 국민도서관은 공유경제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모델이 아닐까 싶다. 집에 공간이 없지만 책을 버리기 싫은 ‘공급자’ 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에 책을 키핑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책을 읽고는 싶지만 구매할 돈이 없거나, 구하기 힘든 책들을 지속적으로 읽고 싶어하는 ‘소비자’ 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에 책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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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웅 대표님의 개인 소유 장서 2,000여권으로 시작해서 이제 곧 2살이 될 국민도서관 웹사이트가 며칠 전에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푸쉬했다. 실은 같은 식구인 내가 봐도 기존 사이트의 사용도가 너무 후졌었는데 이제는 단순히 책을 키핑하고 대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 여러가지 소셜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내가 대여해서 읽는 책의 문구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을 저장 할 수 있는 “여기가 좋았어” 기능, 내가 키핑하고 있는 책을 읽는 분과 소통할 수 있는 기능들, 그리고 내 책을 다른 사람이 대여하면 나도 소정의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완벽하게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오직 책이라는 관심사를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 중이다.

현재 국민도서관에 키핑되어 있는 책은 약 52,700여권인데 이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얼마전에 47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한 도봉기적의도서관의 경우 장서수 17,000여권이며, 2013년에 공개된 서울시 구립공공도서관 운영현황에 따르면 국민도서관의 52,700여권이면 서울시 구립공공도서관과 비교하여 장서수로는 92개 도서관중 29위 정도이다. 재미난 사실은 이런 국민도서관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장웅 대표님 혼자서 운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책을 사랑하고 운영에 강점이 있는 회사이다.

참고로 내가 쓴 책들 ‘스타트업 바이블’과 ‘스타트업 바이블 2’도 현재 국민도서관의 내 책꽂이에 키핑되어 있으니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은 회원가입하고 마음껏 빌려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