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미국 출장 중, 썰전 전원책 변호사의 디캠프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접했다. 관련 내용으로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도배되었고, 업계 분들이 이미 다양한 이야기와 의견을 표시했다. 남의 집 살림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이번에는 나도 몇 마디만 하고 넘어가고 싶다.
스트롱도 디캠프가 출자한(회사가 아니라 펀드에 투자하는걸 ‘출자’라고 한다) 펀드 중 하나이며, 나는 디캠프가 생긴 이후 계속 업무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재단 분들과 관계를 맺어가고 있으므로 이 조직이 어떤 철학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디캠프의 장부를 보거나, 내부 사정과 상황까지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전변 보다는 잘 안다고 자신한다. 방송을 보신 분들은 이제 스트롱도 무슨 특혜를 받아서 디캠프의 출자를 받은 걸로 생각하실 텐데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100% 존과 나의 실력과 노력만으로 출자를 받았고, 출자 결정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졌다. 그 모든 과정에 내가 직접, 100%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비즈니스라는 게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사고가 터지는 경우도 있고, 이는 벤처캐피털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사고 때문에 특혜성 출자 이야기가 나온 것 같고, 우리 사회의 특성상, 이 작은 불씨가 모든 벤처캐피털과 디캠프와 같은 출자자들을 싸잡아서 활활 불태워버리고 있는 게 아쉽다.
실은 디캠프는 굉장히 lean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이다. 내가 아는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더 잘 운영되고 있고, 스타트업 정신에 따라서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제대로 하는 조직인데 사무실 1개, 상근자 1명 이야기는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전변이 아는 대부분의 재단은 아마도 상근 직원 1명이 충분히 운영할 수 있고, 이 사람한테 주는 월급마저 아까운 그런 구조인지는 모르겠지만, 디캠프는 다르다. 마루 180과 구글캠퍼스가 생기기 전, 가장 먼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판을 짜기 시작했고, 디캠프가 현재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많은 일을 소수정예로 운영하다 보니, 전 직원 모두 업무 과부하가 걸려 있는걸 내가 잘 알기 때문에, 방송에서의 이런 발언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돈을 흥청망청 쓰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펀드출자와 벤처 투자는 10만 원 단위로 집행되는 게 아니다. 꽤 큰 단위의 금액이 집행된다. 우리도 100억 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지만, 이 분야에서는 이게 큰 규모의 펀드가 아니며, 미국의 펀드들과 비교하면 정말로 아주 작은 수준이다. 돈이 누구한테, 어떻게, 왜 투자되고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공부를 해보면 과연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그리고, 페이스북의 댓글들을 보면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밝히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내가 장담하건대, 밝혀도 이분들은 이해를 못 할 것이다. 벤처 펀드가 출자를 받고, 다른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펀드가 운용되는 프로세스는 그냥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꽤 복잡하기 때문이다. 물론, 복잡하다는 게 합법적이지 않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마지막으로, 전원책 변호사가 썰전을 벌이기 전에 디캠프에 딱 한 번만 방문을 했다면, 재단 분들과 딱 한 번만 이야기했다면, 젊은 친구들이 컴퓨터 하나로 네이버와 같은 회사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광경을 딱 한 번만 봤다면, 그리고 이 창업가들과 딱 한 번만 이야기를 해봤다면,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번도 아니고, 세 번도 아니다. 한 시간만 할애해서 딱 한 번만 선릉에 왔었다면, 안 그래도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많은 업계 분들이 잠을 설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