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관련해서 내가 자주 인용하는 워런 버핏의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We can afford to lose money – even a lot of money. But we can’t afford to lose reputation – even a shred of reputation(버크셔헤서웨이가 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아주 많이 잃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명성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단 한 티끌이라도)”
특히 스타트업이나 VC같이 작은 커뮤니티에서는 이 평판과 명성이 더욱 중요한데, 며칠 전에 접한 기사를 보면서 정말 정직하고 투명하게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2010년에 창업된 스타트업 중 Fab.com이라는 이커머스 회사가 있었다. 3,00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았고, 한때는 기업 가치가 1조 원이 넘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니콘 회사 중 하나였지만, 4년 만에 비즈니스는 급격하게 하락했고, 결국 200억 원 정도에 다른 회사에 인수되었다. 한때는 가장 성공적인 유니콘 회사였지만, 결국 가장 크게 망한 스타트업 낙인이 찍혔고, 이 회사에 투자한 엔젤투자자와 VC들은 돈을 거의 다 날렸다. 창업자이자 대표는 Jason Goldberg라는 친구인데, Fab을 비롯 여러 스타트업을 창업했지만, 대부분 잘 안되거나 피봇을 한 크게 성공적이지 못한 연쇄 창업가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Pepo라는 또 다른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이 회사가 최근에 약 27억 원의 시드 라운드를 유치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Pepo의 투자자들이 대부분 망한 Fab.com에 투자한 투자자들이라는 점이다. 음….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약간 의아해했을 것이다. 3,000억 원을 날린 창업가한테 왜 다시 투자했을까?
TechCrunch에 의하면 제이슨 골드버그는 회사의 경영과 상황에 대해서 매우 투명했다고 한다. 비즈니스가 잘 되면 투자자들과 업데이트 공유가 잘 안 되거나 늦어도 상관없지만,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투명하게 즉각 소통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실제로 제이슨은 Fab.com이 왜 잘 안 되었고, 뭐가 문제였는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많은 발언을 했고,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여러 번 인정했다. 이런 내용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초기 시점부터 투자자들과 투명하게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이들의 믿음과 신뢰를 얻었던 거 같다.
창업자들이 투자자와 투명하게 소통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우리도 투자하면서 항상 부탁드리는 건 회사를 잘 키워달라기보다는 궂은일이 있을 때는 아주 솔직하게 우리한테 너무 늦기 전에 알려달라는 거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모든 게 계획대로 안된다. 돈은 항상 부족하고, 제품개발은 지연되고, 고객은 항상 늦게 돈을 준다. 대부분의 VC는 이런 스타트업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일이 생각같이 잘 안 풀려도 충분히 이해하고,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스타트업과 같이 으쌰으쌰해서 어떻게라도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 노력의 정도나 깊이는 VC의 규모 또는 성향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이러므로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투자자들과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같이 찾는 노력을 하는 게 모두에게 좋다. 대표이사의 체면이나 자존심 때문에 이런 좋지 않은 상황을 숨기다 보면 생각보다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곪아서 문제가 더 커지고, 최악의 경우 회사가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런 일이 발생하면, 투자자는 이 창업자에 대한 신뢰를 잃고, 신뢰를 잃은 창업자는 평판에 큰 타격을 입는다. 한 번 타격을 입은 평판은 절대 회복되지 않거나,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참고로, Pepo의 초기 수치들이 매우 좋긴 하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3,000억 원을 날려 먹은 창업자한테 기존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한 이 사례에서 우리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
익명
우리는 여기서 최소한 한가지 조건은 만족시킵니다. 돈을 날려 먹었다는 점에서는 ㅎㅎㅎ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은 향후에 쭉 지켜 나가야 할 가치로 여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