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sided-marketplace-800px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분들의 지상과제는 수요와 공급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물건이나 서비스를 공급/판매/생산하는 공급자들과, 이를 원하는 수요자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들을 원활하게 매칭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많은 마켓플레이스에 투자를 했고, 모두 다른 비즈니스를 운영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을 잘 밸런싱해야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중, 뭔가를 만드는 창작자와 이들이 만든 창작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창업가들을 위해, 내 경험을 일부 공유하고 싶다.

내가 미국에서 운영하던 뮤직쉐이크도 크게 보면 마켓플레이스다.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와 이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음악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전형적인 양면 음악 마켓이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창작자와 소비자의 비율은 1:9 정도였다. 즉, 10명 중 한 명은 정성껏 우리 제품을 사용해서 음악을 만들고, 나머지 9명은 음악은 만들지는 않지만, 남이 만든 음악을 들었다. 우리의 초기 가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창작 본능을 갖고 있지만, 음악을 만든다는 거 자체가 너무 어려우므로 음악 창작 활동을 못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모르고, 악기를 연주하지 못 하는 사람도, 뮤직쉐이크를 사용해서 누구나 다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들 수만 있다면, 세상 모두가 다 창작자가 될 것이라는 게 우리 서비스의 가장 근본적인 가설이었다. 우리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 집단에 모든 자원을 투입했다. “어떻게 하면 나같이 음악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이 음악을 재미있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뮤직쉐이크를 어떻게 더 쉽게 만들 수 있을까?”가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였다.

첨단 기술과 많은 노가다를 투입해서 우리는 더 좋은 음악창작 제품을 만들어서, 더욱더 많은 일반인이 창작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위에서 말한 1:9의 비율이 9:1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입한 후에 내가 배운 점이 있다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아무리 쉽고 재미있게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음악을 만드는 거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남이 만든 좋은 음악을 감상하고 소비하는 데 관심이 있지, 본인들이 음악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고, 이런 경향은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창작활동에도 적용되는 거 같았다. 창작이 아무리 쉬워도, 창작자 대비 소비자의 비율을 3:7 이상으로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급하게, 창작자가 아닌, 우리 서비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비자’한테 초점을 옮겨서 남이 만든 음악을 더 잘 발견하고, 듣고, 즐길 수 있는 쪽으로 서비스의 방향을 틀었다. 다양한 커뮤니티, 소셜 기능, 그리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뮤직쉐이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어와 플레이리스트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아마도 창작자와 소비자가 존재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팀이라면,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위에서 내가 말한 내용이 절대로 절대 진리는 아니지만, 뮤직쉐이크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창작자-소비자의 마켓플레이스에서는 항상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거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 마켓플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소수의 창작자보다는 다수의 소비자가 최대한 이 플랫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돈을 쓸 수 있도록 회사의 자원을 투입하는 게 효과적인 방법인 거 같다. 소셜기능이 강화된 커뮤니티 관련 기능들이 잘 구현되면, 이런 소비자 기반 마켓플레이스의 완성도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뮤직쉐이크같이 창작자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든다면, 창작자의 비율을 소비자보다 더 높게 만들고(6:4 정도?), 이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완성도가 높은 기능을 지속해서 출시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해보면 알겠지만, 이 각도로 접근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소수의 까다로운 입맛에 호소하는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양면을 다 충족해야 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공급자들이 뭔가를 창작해서 올려야 하고, 그 창작과정을 도와주는 툴까지 우리가 만들어서 제공을 해야 하면, 이는 단순 양면마켓플레이스보다 훨씬 더 복잡해진다.

<이미지 출처 = Reason St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