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신흥 가구업체 카레클린트의 창업스토리에 대한 책을 읽었다. 나는 가구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졸업생 3명이 만든 국산 가구 브랜드의 초고속 성장 스토리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회사인지 궁금했었다. 솔직히 책은 좀 뻔한 내용이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3명이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택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이젠 연 매출 100억 원의 어엿한 회사를 만든 이야기다. 하지만, 이 뻔한 이야기를 잘 읽으면서 내용을 곱씹으면, 인사이트와 경험이 넘쳐나는, 그런 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창업스토리다.

실은 창업 관련 이야기는 나도 많이 읽어봤고, 내 일 자체가 이 분야에 있다 보니 신선한 건 없었지만, 내가 항상 믿고 있던 내용, 그리고 우리 투자사들이 직접 겪으면서 증명하고 있는 그런 내용이 두 가지가 있어서 여기서 살짝 공유하려고 한다.

첫째는, 좋은 제품의 중요성이다. 좋은 제품이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아직 시장에서는 보통 이하의 제품을 만들어서 마케팅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절대로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이 전략이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그것도 아주 장기적으로는 좋은 제품만이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 카레클린트의 경우도 업계에서 입소문을 좀 타니까, 카피캣들이 대거 생겨나면서 비슷하게 생긴 제품으로 한때 가구 시장이 도배되기까지 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당연히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 회사의 매출은 더 뛰었다. 왜 그랬을까? 제품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이 좋은 제품과 똑똑한 소비자가 만나면, 아무리 카피 제품들이 난무하더라도, ‘최고’의 제품은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 소비자들은 직접 발품을 팔기도 하고, 다른 고객의 리뷰를 꼼꼼히 따져보고, 직접 사용도 해보기 때문에, 정말로 잘 만든 제품이라면, 껍데기만 카피해 놓은 짝퉁이 따라올 수가 없다. 카레클린트의 경우, 오히려 카피 업체들이 이 시장에 대한 파이를 키워놓기만 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이들이 만드는 최고의 제품은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 되었다.

이들은 가구를 디자인할 때 ‘누군가 따라 했을 때 이것보다 예쁘지 못하게 만들자’라는 구호 아래, 완벽한 제품을 디자인한다. 어떤 시장이라도, 특히 시장이 크다면, 경쟁업체는 존재하며, 그 경쟁업체는 다른 작은 스타트업이 될 수도 있지만, 삼성이나 네이버 같은 대기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그리고 넘어설 수 없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면 시장에서 항상 1등 할 수 있다.

항상 사용자 편의성의 입장에서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이들의 철학 또한 배울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기능을 존중한 디자인’이라는 섹션에서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써본다.

가구에는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라는 예술 영역이 있다. 이처럼 예술적인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하는 경우를 예외로 하고, 실용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써 가구 디자인을 한다면 기본적으로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 카레클린트의 경우도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가구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디자인보다는 기능에 비중을 더 크게 두고 있다. 앉았을 때, 누웠을 때 사용자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형태에서 최고의 디자인을 뽑아내고자 노력한다. 기능을 무시하는 디자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떠넘기는 것은 제품 디자이너의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은 이런 현상은 가구뿐만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tech 분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만드는 사람들은 엄청나다고 생각해서 복잡한 UI와 UX를 만드는데, 실제 사용자들한테는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기능들을 누구나 다 한두 번 정도 경험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예술적인 영역에서의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내가 알기로는 99%의 스타트업이 예술적인 영역보다는 실용적인 영역에서의 제품을 만든다? 기능을 무시하는 디자인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하지만, 실용적인 기능이 최고이며, 이는 시장과 고객과의 대화로부터 나올 수 있다.

즉,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핵심을 건드리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