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미국에서 온 친구랑 택시를 탔다. 미팅 끝나고 건물 나가자마자 손을 드니까 택시가 와서 탔는데, 이 친구가 나한테 “이렇게 길에 택시가 많은데, 한국에 굳이 우버가 필요해?”라는 질문을 했는데, 나는 그래도 무조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에서의 내 택시 경험을 두 가지 포인트로 요약해보면, 첫째는 아직도 공급의 최적화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과 둘째는, 좋은 택시기사와 나쁜 택시기사를 잘 발라내야 하고, 이 시스템이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려면, 좋은 택시기사는 상을 주고, 나쁜 택시기사는 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요공급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동의할 거 같은데, 길거리에 택시는 많다고 하지만, 내가 필요할 때는 택시가 항상 없다는 게 문제다. 강남역 같은 곳에서 늦은 시간에 택시를 잡으려고 하면, 카카오블랙도 안 잡혀서 두시간 이상 기다린 적이 있고, 비 오는 날 출퇴근 시간에 짧은 거리를 가려고 하면 카카오택시로는 절대로 택시를 못 잡는다. 가장 택시가 필요한 시점에 현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택시 제도로는 택시를 잡을 수가 없다는 건 문제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밤에 강남역에서 택시 잡으려고 두시간 기다릴 때는 정말로 우버가 간절히 생각났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블랙으로는 택시를 잡을 수 없었고, 결국 우버 블랙을 힘들게 잡아서 집에 왔는데, 전직 일반 택시기사였던 우버 블랙 기사분한테 이런 나의 빡침을 호소하니까, 일단 그 시간에 가까운 거리를 운전할 택시기사는 대한민국에 없다는 조언을 해주셨다(“그냥 새벽 5시까지 술 먹고 그때 택시 타세요”라는 충고도 해주셨다).
서울 시내에 택시가 아무리 많아도 일반 차량보다는 적고, 우버X가 서울에도 합법적으로 운영된다면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문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수요가 높은 지역과 시간대라서 할증이 붙겠지만, 그래도 길바닥에서 두시간 이상 기다리는 거 보단 저렴하다. 이게 아니면 택시가 필요할 때 택시가 없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또 다른 건, 그리고 이건 조금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택시기사들의 quality 문제다. 솔직히 나는 카카오택시로 택시를 부를 때마다 겁이 난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택시가 올까? 이 택시기사랑은 싸우지 않고 편안하게 목적지로 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상당히 많이 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택시를 타면, 절반 이상이 상당히 불만족스러웠다. 일단 택시가 더럽거나, 차 안에서 냄새가 나거나, 차 자체가 너무 낡아서 불안하거나 등등의 차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기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급정지와 급출발은 기본이고, 멀미가 날 정도의 난폭운전과 안전벨트도 안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또한, 손님의 기분과 의견은 신경도 안 쓰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택시 타는 동안 내내 하는 사람도 많다.
어쩌면 나만 이런 택시를 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탄 택시의 70%가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은 택시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통계적으로 다른 분들의 경험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요샌 최대한 참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너무 심하다 싶으면 택시기사한테 뭐라고 하고, 이렇게 하면 싸움으로 번지거나, 택시기사는 보복하기라도 하듯 더 난폭하게 운전한다. 이러면 나는 카카오택시에 별표 1개와 자세한 설명, 그리고 다시는 이 기사를 만나지 않겠다고 표시한다. 그런데 솔직히 카카오택시가 이런 피드백을 모아서 우버같이 택시기사한테 페널티를 주는지는 모르겠다. 페널티를 주더라도 우버와는 다를 거라고 생각된다. 카카오택시는 택시를 업으로 운전하는 택시기사들이 공급자이기 때문에, 이분들한테 페널티를 주더라도 손님을 태우고 돈을 버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 한국에서 카카오택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카카오택시를 사용하지 않아도 택시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버의 경우, 우버라는 플랫폼이 없다면 우버 기사들은 돈을 벌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손님한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리뷰가 나쁘면, 우버는 명확한 페널티를 적용하기 때문에 기사는 최대한 친절하고 안전하게 운행을 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택시 조합은 힘도 세고, 로비할 수 있는 능력도 막강하다. 또한, 외국업체인 우버가 한국에 진출해서 한국의 택시 산업을 죽인다고 하면 한국 사람들의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버가 한국에 진출할 수 있을진 미지수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한국 택시 기사들의 서비스 마인드와 직업의식의 질적 향상이다. 그리고 현재의 시스템에서 이건 카카오택시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j
말씀하신 부분에 어느 정도는 동감하는데, 기사의 질적 향상은 나라의 교육 수준하고도 연관이 있을 거 같습니다. 동남아 여행하면서 로컬 택시, 그랩, 우버 다 여러 번 써봤는데, 문제를 일으킨 건 셋 중 우버가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탑승 경험에서 온 거라 다른 분들은 로컬 택시가 혹은 그랩에서 문제가 가장 많았을 수 있겠죠.
말씀드리고 싶은 건 우버가 로컬 택시보다 여러 면에서 승객에게 더 좋을 가능성이 높을 거 같긴 한데, 그게 우버 시스템만의 힘은 아닐 거 같다는 거죠. 적어도 동남아에서는 서비스 마인드, 운전 습관, 직업 의식 등이 우버 시스템으로 크게 향상되긴 아직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별개로 항상 글은 잘 읽고 있습니다. 댓글은 잘 못 달고 있지만, 좋은 글이 많아서 가끔 예전 글도 다시 찾아 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Kihong Bae
네, 저도 같은 맥락에서 이 글을 쓴 거예요. 우버가 들어오든 안 들어오든, 현재 택시산업이 건강하면, 말씀하신 동남아와 같이 기존 택시 산업이 타격을 받진 않을거예요. 문제는, 한국은 택시의 대안을 법적으로 막아버리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동남아 중 태국만 가봤는데요, local 택시는 더러워서 못 타겠더라구요. 그리고 태국의 경우 도로가 잘 안 깔려있기 때문에 좀 외진 리조트의 경우, 콜 택시들이 잘 안들어오려고 합니다(대기 시간 기본 30분~60분). 그래서 전 태국에서도 우버만 타고, 제일 좋은거 같아요. 그나마 우버 기사들이 영어를 좀 해서 좋은 점도 있구요.
동글쿠키 (@eugine2l)
새벽 시간에 택시를 많이 타시나보네요. 저도 새벽에 타는 택시는 거의 글과 같은 문제가 보이더라구요.
동부간선을 타고 가면서 시속 30에서 150을 순간순간 왔다갔다하는데 정말 무섭더군요.
Kihong Bae
새벽에 타나, 낮에 타나 동일한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