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시장우린 지금까지 꽤 많은 마켓플레이스에 투자했다. 투자를 시작할 때는 그냥 마켓플레이스는 남아도는 공급과 이런 공급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수요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좋은 비즈니스라는 1차원적 생각을 했는데, 그동안 옆에서 이 수요와 공급의 플랫폼을 자세히 보면서 많은 걸 배웠고,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다. 이런 분야에 투자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 텐데, 마켓플레이스를 시작하는 거와 시작한 마켓플레이스를 확장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마켓플레이스가 실패하는 이유는 성장하면서 너무 많은 출혈을 하거나, 출혈이 심하지는 않지만, 성장이 더디어서 추가 펀딩을 받지 못하거나, 또는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경쟁사에 뒤처지기 때문인 거 같다. 결론은, 대형 마켓플레이스를 만드는 건 정말로 어렵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이 분야를 보고 있다. 그리고 어렵지만, 이 어려운 부분을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거나, 같은 방법이지만 더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팀을 계속 찾고 있다. 왜냐하면, 마켓플레이스야말로 인터넷이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가져다줄 수 있는 장점을 가장 잘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켓플레이스는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준다. 즉, 사람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인데, 인터넷의 가장 큰 혁신 또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마켓플레이스가 제공하는 기능과 서비스의 핵심은 뭔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수요) 이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공급)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건데, 조금 더 근본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양면 시장의 양 끝에 있는 사람들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이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거라고 보면 될 거 같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마켓플레이스인데, 이 두 회사의 비즈니스를 보면 이런 ‘연결’의 속성을 잘 볼 수 있다. 우버는 택시를 소유하거나 차량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운전사와 승객의 ‘관계’와 ‘연결’을 소유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이다. 회사가 부동산을 소유하진 않지만, 집주인과 그 집에서 자는 손님과의 ‘매칭’을 소유한다. 이런 각도로 보면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같은 회사도 비슷한 속성을 잘 활용해서 엄청난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는 마켓플레이스라고 이해하면 된다.

비즈니스로서, 그리고 투자상품으로서, 마켓플레이스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속성 때문에 상당히 빨리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수요를 만족시키는 공급을 회사가 직접 만들어서 제공하는 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마켓플레이스는 수요와 공급을 원활하게 매칭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빠른 시간안에 대규모의 스케일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인터넷 비즈니스가 사람을 대체시키는데, 마켓플레이스는 오히려 인터넷을 이용해서 더 많은 사람을 플랫폼으로 흡입시키기 때문에 시장도 상당히 환영하는 속성이 있다.

물론, 제대로 하는 건 어렵다. 플랫폼을 경쟁사보다 빨리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초기에는 돈을 계속 써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마켓플레이스가 사업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나도 적자에 허덕거리고, 거래수수료는 경쟁이 생길수록 줄어들어서 결국 0%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펀드레이징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상당히 매력적인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분야를 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