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자주 주장하고, 도 몇 번 썼지만, 나는 웬만하면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을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게 심플하게 가져가라고 한다. 여기에는 심플이 최고라는 뻔한 거 외의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창업가 스스로 자신이 하려고 하는 걸 너무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은 그 비즈니스에 대해서 아주 깊게 고민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복잡한 기술과 비즈니스라도, 오랫동안 곰곰이 고민하고, 여러 사람과 고객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장 명쾌하고 간략하게 설명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걸 나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분들한테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비즈니스를 쉽게 설명해보라는 조언을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요즘 잠재 고객은 너무 바빠서, 조금이라도 설명이 길어지거나 어려워지면 더는 창업가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내가 하려는 사업을 설명하려면 무조건 심플, 심플, 그리도 또 심플하게 설명해야 한다. 있는 앱도 지우는 게 요새 트렌드인데, 복잡한 건 정말 들으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위의 두 번째 이유는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B2C 제품에 해당하는 경우다. 기업이 사용하는 B2B 제품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B2B 제품은 기술이랑 비즈니스 모델이 좀 복잡해도, 개인의 필요에 따라서 사용하거나 구매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속한 회사가 필요한 제품이고, 이 제품을 분석하고 도입을 검토하는 게 업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굳이 모든 걸 너무 심플 화해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할 필요는 없는 거 같다.

가끔 머리가 너무 좋은 창업가를 만나는데, 이런 분들이 야망까지 크면, 주로 사업 초반부터 세상을 정복하려고 한다. 하드웨어도 만들고, 소프트웨어도 만들 수 있고, 자체 제품도 만들고 남의 제품을 OEM으로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B2C, B2B, B2G도 다 가능하다. 이분들의 논리는 이걸 그냥 패키징만 다르게 하면 된다는 건데, 내 경험에 의하면 이렇게 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한다. 물론, 회사가 커지고 사람도 많아지만 결국엔 모든 걸 다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시작은 이 중 딱 하나만 선택하고 방향을 잘 잡아서 아주 깊게 들어가라는 조언을 나는 자주 한다. 이런 분들한테는 나는 그러면 오히려 B2B 쪽으로 사업 방향을 잡아보라고 한다. 생각하는 게 너무 많고, 비즈니스가 복잡해서 B2C 시장은 힘들지만, 그래도 기업이 돈을 벌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아무리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도 누군가 진지하게 검토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비즈니스 모델이 너무 복잡하냐 아니냐의 상대적인 기준은 내 제품을 과연 누가 구매할 것인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 거 같다. 물론, 이걸 잘 팔 수 있냐 없냐는 또 별개의 문제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