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들이 보면 대부분의 창업가는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하는 비합리적인 사람들이다. 실은, 나같이 이런 회사와 창업가를 매일 만나는 사람도 항상 신기하게 생각한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고, 왜 굳이 이렇게 힘든 길을 가는지 항상 물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매번 신기하고, 매번 존경스럽다. 하지만, 이런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사람들이 상상하기도 힘든 엄청난 비즈니스를 만드는 걸 바로 옆에서 볼 기회가 많은 게 또한 내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항상 “이건 안 되는 게 정상이지만, 만약에 정말로 이 친구가 그리는 미래가 만들어진다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하는 편이다.

언젠가 전 세계 300개 이상의 유니콘 비즈니스 중, 한국에서는 거의 60개가 규제 때문에 불법이라는 기사를 봤다. 내가 생각해도 한국에는 이해하기 힘든 규제가 좀 많긴 하다. 규제가 무조건 필요 없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한국의 많은 규제가 특정 집단과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강하다는 걸 매번 느낀다. 그리고 이런 규제가 심한 산업에서 뭔가를 바꿔보겠다고 시작하는 창업가들은 시작하는 첫날부터 이런 규제의 무게를 온몸으로 체감한다. 그 무게가 너무 고통스럽고,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용감한 창업가도 가끔 만난다. 기존 은행과 제도권과 싸워야 하는, 돈이 관련된 핀테크나 암호화폐 분야, 택시조합 등과 싸워야 하는 모빌리티 등이 아마도 이런 대표적으로 규제가 강한 분야인 거 같다.

실은 이런 분야에서 이제 갓 시작하는 스타트업을 우리 같은 VC가 만나면,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지 나도 애매하다. 맘속으로는 스타트업은 세상을 바꿔야 하니까, 무조건 열심히 집중해서 하면 이런 규제는 넘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지만,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고 사업을 하지 않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고 진정성이 없다. 그렇다고 뭔가 해보겠다고 하는 창업가한테 그 어떤 스타트업도 정부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없으니까, 그냥 일찌감치 포기하고 규제가 없는 다른 사업을 하라고 하는 것도 미래, 혁신, 변화, 불가능에 투자하는 VC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거 같다.

나는 그래도 굳이 한쪽을 택하라고 하면, 버티면서 하라는 쪽에 한표를 강력하게 주고 싶다. 실은 규제가 없는 분야에서 사업을 해도 너무나 많은 산을 넘어야 하는데, 규제가 심한 분야는 엄청나게 높은 산을 넘어야 하고, 이같이 엄청나게 높은 산이 한두 개가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다. 그래도 나는 한번 해보라고 권장하고 싶다. 실은 등산도 비슷한데, 높은 산을 처음 넘을 때가 가장 힘들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지만, 자신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중간마다 쉬면서, 시간이 오래 걸려도 일단 한번 높은 산을 정복하면 그다음 산을 넘는 건 더 수월해진다. 이게 아마도 체력도 쌓이고, 자신감도 쌓이고, 불가능해 보인걸 가능하게 만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인 거 같다.

사업도 비슷한 거 같다. 높은 산을 하나 넘고, 두 개를 넘고, 세 개를 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체력, 경험,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운 좋으면 같이 산을 넘을 수 있는, 옆에서 서로 격려해주는 좋은 동료도 생긴다. 그러다보면 높은 산을 여러개 넘을 수 있고,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주변에는 우리 팀 말고는 아무도 안 남게 된다. 경쟁사들이 알아서 하나씩 나자빠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높은 산들을 꾸준히 넘다가 나 혼자만 남게 됐을때, 그리고 운도 어느정도 우릴 도와주면, 그때 우린 새로운 유니콘이 탄생하는걸 가끔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