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새 미국보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회사 내부,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미국 소식을 실시간으로 듣고, 읽고 있지만,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미국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감이 좀 많이 떨어져 있긴 하다. 그래서 만나는 많은 사람이 나한테, “요새 LA나 실리콘밸리 분위기는 어때요?” , “요새 미국에서 유행하는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나도 잘 모른다고 하는데,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투자해서 미국 소식도 자주 읽고, 앱스토 국가설정을 미국으로 바꿔서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참신한 앱을 설치하고 사용해 본다. 이 중 내가 요새 재미있게 사용하고 있는 Otis라는 앱이 있다. USV에서 투자한 회사고, Fred Wilson 때문에 알게 됐는데, 일종의 크라우드펀딩/특수목적 펀드/투자/collectible의 성격을 지닌 앱이다. 참고로, 미국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사전 체크리스트를 통해서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한국에서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Otis는 회사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일반적인 투자 상품 말고, 그림, 명품백, 운동화와 같은 소장 가치가 있는 상품 투자에 관심 있는 개인들을 위한 앱이다. 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한 후, 은행 계좌가 인증되면 바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마도 일반인들로부터 돈을 모아야 하는 플랫폼이라서 법적으로 승인받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투자상품이 한 개 올라왔고, 그다음 상품에 투자하려면 기다려야 한다. 첫 번째 상품은 Kehinde Wiley라는 미국 현대 화가의 ‘St. Jerome Hearing the Trumpet of Last Judgment’라는 작품이었는데, 이 그림을 부분 소유하려면, 그림의 1주를 $25에 구매해야 한다. 나는 $250으로 이 그림의 10주를 구매해서, 전체 그림의(그림 가격 $237,500) 0.1%를 소유하고 있다. 이후 투자상품도 다양한데, 내가 부분 소유하길 기대하고 있는 건 Rolex 6265 Daytona 시계, 에르메스 벌킨 백, 2016년 나이키 Air Mag 등이 있다.
Otis는 이런 식으로 일반인들한테 돈을 모집한 후, 돈이 다 모이면 제품을 구매한다. 왜 투자자들은 이런 상품을 부분 소유하려고 할까?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한정판이기 때문에 소장 가치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마치 주식과도 비슷한데, 회사의 실적에 따라서 주가가 변동하는 기업 주식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냥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 Otis는 적당한 시점에 다시 이 작품들을 판매하고, 판매한 후 원금과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한다. 두 번째는,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상품들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시회에 상품을 대여해 줄 수 있다. 발생하는 대여료는 비례해서 투자자들에게 배분해준다. 세 번째는, 이런 소장 가치가 있는 상품을 온전히 다 구매하려면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망설이거나, 구매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부분적으로 쪼개서 판매하니까 일반인도 부분 소유 할 수 있고, 매우 작지만 희귀템에 대한 오너십이 있다는 자부심 때문인 거 같다. 마치 내가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식을 한 개만 소유하고 있어도, “나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야”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거랑 일맥상통한다.
실은,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이런 시도를 하는 업체도 몇 군데 있는 거 같은데, Otis라는 회사는 블록체인 없이 제대로 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거 같고, 앞으로 어떤 상품들이 올라올지 기대가 된다. 한국도 혹시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 팀이 있으면, 한 번 만나보곤 싶다.
<이미지 출처 = Otis>
anon
artbloc.io 팀이 국내에서 비슷한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