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대기업에서 오래 일하다가 스타트업으로 “신념의 도약“을 한 분을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일단, 요샌 일 하는 거 자체가 너무 즐겁고 매일 매일 흥분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외부에서 봤던 스타트업 라이프는 직접 경험하는 거와 너무 다르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나도 대기업 생활을 한 게 2년 정도밖에 안 돼서, 이분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느낌으로만 감을 잡을 수 있었는데, 계속 이야기하다 보니 젊은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에너지 레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스타트업은 이 에너지 레벨이 엄청나게 높은데, 결국, 이 에너지는 창업팀에서 만들어진다. 남들이 봤을 때 더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길을 포기하고, 누구도 믿지 않는 일을 시작하려면 높은 에너지 레벨이 필요하다. 아무도 나를 믿지 않는 외로운 세상에서 내 비전을 팔아서 이 미친 짓을 같이 할 팀을 만들려면 높은 에너지 레벨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정된 자원으로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고,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모든 걸 다 하려면 높은 에너지 레벨이 필요하다. 에너지 레벨이 높지 않으면, 절대로 이 짓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창업팀에서 뿜어 나오는 이 에너지는 다른 동료직원들에게 전염된다. 그리고 외부 파트너와 투자자에게도 전달된다.

우리도 지금까지 거의 200개 정도의 회사에 투자했는데, 회사들이 만드는 서비스나 기술을 보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건 거의 없다. 솔직히 말해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제품이고, 누구나 운영 할 수 있는 서비스이긴 하다. 여기까진 누구나 할 수 있고,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걸 집요하게 붙잡고, 파고들고, 완벽해질 때까지 끊임없는 실험과 반복을 하려면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 레벨이 높지 않으면, 절대로 이렇게 할 수가 없다.

우리도 아주 가끔 물어보고 – 요샌 거의 안 물어본다.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 수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 “그거 대기업이 하면 어떻게 되죠? 우린 망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은 꽤 멍청한 질문이긴 하다. 왜냐하면 대기업에서 일하면 절대로 스타트업의 에너지 레벨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끔 에너지 레벨이 높은 대기업도 있지만, 스타트업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우린 대기업이 우리 투자사를 망하게 할 거라는 걱정은 별로 안 한다. 에너지 레벨의 싸움에서는 스타트업이 항상 이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