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내가 Web 2.5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글의 연장선상의 내용이다. 중앙화된 기술이나 조직은 말 그대로 모든 의사결정권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이 중앙에 있는 소수의 조직에는 주로 그 사회에서 가장 똑똑하거나, 돈이 많거나, 또는 힘이 세거나 등, 특정 능력이나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이들이 모두를 위한 결정을 한다. 중앙 조직이 항상 모두를 위한 이성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해서, 모두를 위한 최상의 결과를 항상 만들 수 있다면, 이런 중앙화된 조직이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이와 매우 다르다. 중앙화된 조직이 내린 결정은 주로 이들이 포함된 더 큰 사회의 모든 조직원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이 결정이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다수가 아닌, 소수가 항상 결정한다는 게 중앙화된 조직의 단점이자 결점이다.
탈중앙화된 기술이나 조직은 이와 반대로 결정권이 소수가 있는 중앙이 아닌, 다수가 있는 조직의 가장자리에 있다. 이러한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조직의 결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다수가 직접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이렇게 중앙화된 조직과 탈중앙화된 조직을 비교해보면, 자연스럽게 탈중앙화된 조직이 더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누구나 다 본인이 속한 조직에 대한 오너십을 갖는 건 중요하고, 그 오너십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의 다수를 위한 결정을 하는 구조이니까. 하지만, 이 개념을 현실에 적용해보면, 단점 또한 많이 보이기 때문에 아직 탈중앙화된 조직은 현실보단 이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게 된다.
적절한 예시일진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가장 민감하고 논쟁의 소지가 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한국은 집 소유자보다 세입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 만약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100% 탈중앙화 되어 있다면, 다수인 세입자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부동산 정책을 세입자들이 결정할 확률이 높고, 이렇게 하면 세입자들에게 유리한 법과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맞는 정책일까? 소유자들은 소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불공평하게 피해를 볼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아마도 어떤 당이 정권을 잡냐에 따라서 이런 부동산 정책도 항상 바뀌고, 가끔은 소유자에게 유리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가끔은 세입자에게 유리한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내가 전에 말했듯이, 중앙화와 탈중앙화의 양상을 모두 갖고, 극과 극에 있는 이 두 개의 개념을 최대한 잘 조화하기 위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가장 잘 보이는 게 국가가 아닐까 싶다.
오히려 가장 현실성이 있는 조직은 Web 2.5 개념의 CDO(Centralized Dependent Organization)가 아닐까 싶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중앙에 있는 형태의 조직인데, 이런 형태라면 조직과 다수를 위한 가장 괜찮은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M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자기보유율은 십수년 이상 60% 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가보유하는 비율이 더 높아요.
Kihong Bae
아, 좋은 지적 고맙습니다. 저도 이건 생각도 못 했었는데요, 검색을 해보니까 말씀해주신게 맞네요. 그래도 글의 큰 맥락을 이해하는데에는 지장이 없는것 같아서, 수정은 안 하도록 하겠습니다. Thanks!
Meursault
안녕하세요, 여기에 올려주시는 좋은 글 감탄하며 보고있는 숨은 열독자입니다^^
생각을 압축적으로 정리해서 쓰는 능력이 참 좋으신 것 같습니다.
이번 편도 재밌게 봤는데요. 제가 웹 2.5나 CDO에 대한 식견은 없지만,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은 민주주의 사회의 ‘국회’가 이와 가장 비슷한 구조로 설계된 시스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다수를 대표하는 자’가 정말로 자신을 뽑아준 다수를 대변하고 있는지 같은 모럴 해저드의 문제는 별개로 친다면요.
결국 웹이라는 것도 하나의 사회이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힌트는 정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Kihong Bae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저도 Web3가 기술보단 coordination과 정치와 상당히 많은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너무 초기라서 이게 어떻게 play out 될진 잘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