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는 오늘 자로 1,395개의 포스팅이 개시되어 있다. 한때 외부 기고 글도 몇 개 올렸지만, 10개 정도를 제외하곤 전부 다 내가 직접 쓴 글이다. 메타태깅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각 주제나 소주제로 글의 내용을 분류하거나 검색하는 게 쉽지 않지만, 포스팅 중 많은 글들이 ‘사람’에 대한 내용이다. 모든 일에 있어서 사람은 매우 중요하고, 특히 스타트업에서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는 게 내 지론인데,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은 더욱더 강해진다. 스타트업의 시작도 사람이고, 과정도 사람이고, 끝도 결국엔 사람이다.

사람과 채용에 대한 고민은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매일 하고 있지만, 워낙 어려운 문제라서 정답이 없다. 스타트업의 매 단계마다 우리에게 채용 관련된 도움을 요청하지만, 나 또한 작은 조직이 큰 조직으로 성장하면서 각 단계의 골든 타임에 그 성장에 맞는 사람을 직접 채용하거나 관리해 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에는 한계가 있다.

얼마 전에 맨손으로 1,000억 원 매출 규모의 회사를 만든 대표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회사의 역사를 보면 큰 성장이 일어났던 중요한 변곡점들이 있었는데, 그 변곡점에 맞는 사람들이 적시에 채용돼야지만 성장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잘 찾아서 회사로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의 기미가 보일 때,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너무 늦지 않게 이분들을 영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 골든 타임을 놓치면, 필요한 만큼 성장을 못 하기도 하고, 그 이후에 계속 성장 기회가 왔을 때를 대비한 최적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이 계속 준비가 안 되기 때문에 좋은 인재들의 유출이 발생한다. 인재가 계속 유출되면, 성장의 변곡점도 줄어들 것이고, 여기서부턴 역성장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성장의 기회를 잘 포착하고, 이때마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좋은 분들을 영입해서 지속적으로 성장한 기업의 대표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게 있다. 바로, 기업의 단계마다 다른 성향과 능력의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 중 내가 자주 언급하는 사례는 쿠팡 이야기다. 쿠팡은 정기적으로 경영진들을 교체하는 거로 유명한데, 이걸 나쁜 시선으로 보면 회사가 사람을 부품같이 생각하고, 쓸모없어지면 인정사정없이 버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은, 냉정하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고,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임을 감안하면 욕먹을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 현상을 위에서 내가 말한 성장과 골든 타임의 관점에서 보면, 회사를 창업한 사람과 이 회사를 1,000억 원짜리 기업으로 만들 사람의 경험과 능력치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지속적으로 인재를 내보내면서 새로 영입하는 건 당연하고, 오히려 꼭 해야 하는 일이다. 1,000억 원짜리 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를 1,000억 원짜리 회사같이 운영하는 인력은 이 회사를 1조 원짜리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1조 원짜리 기업을 운영하는 인력이 10조 원짜리 기업을 만들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단계마다 여기에 맞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어떤 대표들은 이런 사람들을 계속 외부에서 찾는다. 왜냐하면, 1,000억 원 가치 기업이 1조 원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1조 원 기업의 성장을 경험해 본 인력이 필요한데, 이런 사람들은 현재 회사의 내부에서 충원하기엔 어렵기 때문이다. 쿠팡도 이런 각도로 사람들을 채용하는 거로 알고 있다. 그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선 이커머스 플랫폼을 크게 성장시켜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데, 이런 사람들이 한국에 별로 없어서 아마존이나 월마트에서 조 단위의 성장과 운영을 경험한 인재를 적시에 채용해서 적소에 배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렇게 더 큰 경험을 한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위험한 방법일 수도 있다. 회사의 변곡점에서 큰 성장을 만들기 위해선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 회사의 기업문화와도 잘 맞는 사람들이 필요한데,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면 이 부분에서 자주 시행착오를 겪는 스타트업을 많이 봤다. 그래서 어떤 창업가와 대표들은 다른 차원의 성장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그동안 회사 내부에서 일을 잘했던 분들을 승진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기업 문화와의 fit은 더할 나위 없이 잘 맞는데, 내부 영입 전략의 리스크는 실력과 경험의 부재이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창업가들이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재 영입에 엄청나게 노력하면서 계속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특정 단계마다 필요한 인재가 다르고, 이 다른 인재들을 내부든 외부든 영입해야 하는데, 영입하는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