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시장이 작다.”

이 말은 내가 13년 넘게 한국에 투자하면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이 듣던 말이다. 우리 같은 VC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한국과 외국 투자자들이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너무 많이 하는 지적이고, 심지어 창업가들도 한국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항상 해외 시장을 타겟 하거나 아예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걸 고민하는 경우를 너무 자주 본다. 시장이 작다는 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국 시장이 작다고 말하는 분들은 대부분 한국의 5,000만 명 인구를 의미한다. 5,000만 인구로 만들 수 있는 GDP와 같은 출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은 완전히 의미 없을 정도로 작진 않지만, 아무리 커져도 확실히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내가 전에 이 에서 이제 한국 창업가들이 드디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능력, 배짱, 그리고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이제 우리의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은 한국의 5,000만 명으로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일본이나 동남아 시장도 우리의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인구 5,000만 명의 나라지만, 한국 창업가들의 시장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외에도 경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한국 시장 크기의 한계를 극복하는 두 가지 방법은 북한과의 통일, 그리고 더 많은 외국인을 수입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한과의 통일은 단기간 내에 이룩하기 어렵고, 솔직히 요새 많은 분과 이야기해 보면 통일을 오히려 원치 않는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더 많은 외국인을 –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외국인은 외국인 노동자보단, 지식근로자를 의미한다 – 한국으로 수입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외국인 비자 정책을 더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외국인 비자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일하고 사는 게 은근히 어렵다. 그리고 아직도 일부는 한국 젊은이들도 취업을 못 하는데,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그나마 없는 일자리를 다 “뺐어” 가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도 있어서 이 또한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같다.

내가 요새 생각하는 한국의 경제 규모와 시장 크기를 확장하는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조금 뜬금없지만, 우리의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과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선 한국-일본-대만, 이렇게 세 나라가 EU와 같은 경제공동체 AU(Asian Union)를 만드는 것이다. 세 나라는 공통점이 많다. 모두 다 아시아 문화권이고, 모두 다 잘 사는 나라들이고, 모두 다 인구밀도도 비슷해서 이 바닥에서 말하는 ARPU가 높게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모두 다 서로를 좋아하고 교류가 많다. 이런 말을 전에 공개적으로 했는데, 어떤 분들은 일본과 우리가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아이디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부분 나이가 든 노인들이었는데, 나는 이분들에게 얼마나 많은 한국 젊은이가 일본을 좋아하고, 얼마나 많은 일본 젊은이가 한국을 좋아하는지 강조했다. 솔직히 잘 먹히진 않았지만, 어차피 노인들은 곧 죽을 것이고, 양국의 정치 또한 젊은이들이 할 것이라서 나는 이 아이디어가 그렇게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대만은 중국이 있어서 좀 어렵긴 할 것 같지만, 이미 월드 클래스인 세 나라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면, 시장 크기, 인구 크기, 경제 크기, 이 모든 면에서 정말 거대하고 대단한 규모의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