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읽은 기사에 의하면 전 세계 유튜브 사용자의 99%는 평생 한 번도 그 어떤 영상도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다른 유튜브 사용자 1%가 올린 콘텐츠를 소비하기만 한다. 내가 오래전에 뮤직쉐이크를 했을 때도 모든 유저의 20%만 음악을 생성했고, 나머지 80%는 한 번도 음악을 만들지 않고 남이 만든 음악을 듣기만 해서, 콘텐츠 생성과 소비의 대략적인 기울어진 관계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유튜브의 99대 1 수치는 약간 충격적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들이 얼마나 어려운 사업을 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돈 한 푼 못 벌고 그냥 사라질 확률이 더 큰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우리 주변을 보면 이런 제품, 서비스, 플랫폼이 많다. 일단 뮤직쉐이크도 음악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통 이상의 음악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악 생성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이렇게 만든 음악을 다른 사람들이 재생해서 들을 수 있는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도 운영했다.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사업이었다. 창작자들이 웹소설이나 웹툰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이 창작물을 다른 사람들이 언제든지 읽으면서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서비스도 우리 주변에 넘친다. 이런 서비스도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플랫폼이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영상을 올려서, 다양한 편집 기능을 제공하는, 창작자를 위한 소프트웨어도 제공하지만, 이를 다른 유저들이 재생해서 시청하고, 코멘트도 남기고, 반응도 남기고 공유할 수 있는 소비자를 위한 거대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 경험을 자세히 복기해보면, 이렇게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사업을 하는 서비스의 시작은 대부분 창작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도 어떻게 하면 악기를 못 다루는 대부분의 일반인이,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싸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몇 년 동안 끊임없이 했고, 끊임없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음악 창작 소프트웨어를 개선했다. 두 번 클릭 해야 하는 기능을 한 번 클릭으로 개선하고, 당시 최고의 플래시 기술자를 영입해서 음악 제작 과정에서 0.5초의 딜레이도 발생하지 않게, 정말로 세상에서 제일 완벽하고, 가장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웹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회사의 모든 자원을 투입했다.
결과는 그렇게 좋진 않았다. 나는 이렇게 하면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음악을 창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창작자의 비율은 20%를 절대로 넘기지 않았다.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몇십억원과 몇 년이라는 시간을 쓴 후에 내가 깨달았던 건, 이 세상에 창작자는 극소수이며, 우리가 창작 과정을 아무리 쉽게 만들어도 일반인들은 본인들이 직접 창작하기보단 남이 만든 걸 소비하는 걸 선호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게 인간의 DNA라는 걸. 반면에, 창작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복잡하고, 그 과정이 어렵고 고통스러워도, 창작 DNA를 가진 이들은 방법을 찾아서 뭔가를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겐 아주 값비싼 수업을 통한 배움이었다.
그 이후에 우리는 곧바로 창작자들보단 이들이 만드는 음악을 듣는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돌렸고, 이들이 음악을 더 쉽게 발견, 재생, 그리고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는 데 노력했지만, 너무 늦게 이걸 깨달았고, 이미 바뀐 시장의 판도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다. 물론, 이 외에도 다른 어려운 도전이 너무 많긴 했지만.
그래서 일반인들이 뭔가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툴도 만들도, 이들의 창작물을 다른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드는 사업은 정말 어렵다. 이런 서비스는 창작자가 아니라 그 창작물을 보고, 읽고, 듣는 소비자로부터 돈을 버는 게 훨씬 더 쉬울 것이다. 물론, 창작자를 위한 툴을 정말 기깔나게 만들고, 이 툴을 엄청나게 비싸게 팔아서 소수의 고객으로부터 인당 매출을 극대화하면 되는데, 모두 잘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창작자는 배고픈 아티스트들이라서, 여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유튜브 사용자의 99%는 한 번도 영상을 올려본 적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유튜브는 이들로부터 50조 원 이상의 매출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소중한 경험 공유 감사합니다.
AI 기술을 통해서 이제 누구나 코드를 짜거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잇는데요, AI 기반 창작 툴이 이 99:1 비율을 유의미하게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어떤 방식으로 이 창작 DNA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모든 유저를 창작자로 만들겠다”는 접근보단, 1%의 핵심 창작자 집단의 창작 의욕을 자극하는 보상 구조를 설계하는게 좋겠군요!
유튜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99%의 소비자로부터 발생하는 광고수익을 1%의 창작자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쉐어했기 때문이라고 공감해요.
말그대로 충격적이네요. 콘텐츠 시장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봤는데 b2b2c 관점에서 취약한 구조라는걸 새삼 깨닫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기사 링크를 공유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도 관심있는 주제라 읽고싶어 여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