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QA

Conversion funnel – part 2

Conversion funnel – part 1에서는 musicshake.com 사이트로 유입되는 UV와 유저들이 MP3를 구매하는 간단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전환에(conversion) 대해서 잠깐 설명했다. 그런데 이 conversion funnel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유저들이 사이트를 방문해서 최종적으로 MP3를 구매하는 과정 사이에는 몇가지 중요한 point 들이 있다. 뮤직쉐이크의 경우 – 유저마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거치게 되는 경로는 다르지만 –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로를 거치게 된다.

사이트 방문 > 회원가입 > 프로그램 다운로드(Windows client) > 곡 생성 > 곡 업로드 > MP3 구매

이걸 다시 한번 conversion funnel 그림에 반영해 보면 다음과 같다:
conversion funnel 2
위에서 언급한 유저들이 거쳐야 하는 경로(단계)를 나는 주로 마찰점(friction point) 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 마찰점들을 통과할 때마다 그 이후에 사이트에 남아있는 유저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기 때문이다. 즉, 마찰점들은 유저로 하여금 특정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지점들인데 여기서 물리적/심리적인 마찰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마찰점의 절대적인 수를 최소화 하고(쉽지 않다. 왜냐하면 재미있는 서비스를 만드려면 여러가지 기능과 단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때마다 마찰점의 수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마찰력을 최소화 해야 한다(이것도 어렵지만 오히려 이 부분에 집중을 하는게 더 맞다고 난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여러개의 마찰점 중 어디서 가장 큰 마찰이 발생하는지(=유저들이 사이트를 가장 많이 떠나는 지점) 정확하게 파악을 해서 이 부분에 많은 관심과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뮤직쉐이크의 예로 다시 돌아가보자.

1. 사이트 방문 – 이미 part 1에서 설명했듯이 사이트의 UV를 늘리려면 돈을 조금 써서 광고를 하는 방법, 특정 소셜 사이트에서 지속적으로 멘션이 될 수 있도록 그 사이트 오너와의 관계 형성 또는 트래픽이 굉장히 많은 사이트와의 파트너쉽 형성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는 UV를 늘리기 위해 이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고 이 중 우리한테 맞는 방법들을 선택하고 이 방법들을 고도화 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2. 회원 가입 – 여기서부터 사용자 행동패턴이 재미있어 진다. 뮤직쉐이크에서 남들이 만든 음악을 듣는 건 회원 가입을 하지 않고도 가능하지만, 유저가 직접 음악을 만드려면(또는 MP3 구매를 하려면) 회원 가입을 해야한다. 내가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당시 우리 사이트로 온 유저 중 회원 가입율은 40%가 조금 넘었던걸로 기억한다. 즉, 100명이 사이트를 방문하면 이 중 40명이 회원 가입을 하고 나머지 60명은 남이 만든 음악만 듣거나 그냥 사이트를 떠난다(업계에서는 첫 페이지에서 사이트를 떠나는 수치를 bounce rate이라고 한다). ‘회원 가입’이라는 마찰점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회원 가입을 하게 만들 수 있을까?” 였다.

여러가지 실험을 했고, 여기서 그 모든걸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 중 가장 자연스럽게 먼저 했던 건 회원 가입 절차를 단순화 했던 거다. 요새는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 서비스들은 회원 가입 시 기입해야하는 정보가 너무 많았다. 너무 많은 조항들에 동의를 해야했고, 생년월일과 주소 등의 정보 – 있으면 서비스 제공자한테는 엄청나게 큰 자산이 되지만, 사용자들 한테는 큰 귀찮음과 짜증을 가져오는 – 기입을 옵션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지정했다. 뮤직쉐이크도 한국 서비스로 시작해서 현지화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회원가입 절차를 그대로 미국에서도 적용했는데 이게 큰 마찰을 일으켰다. 그래서 이메일, 아이디 그리고 비밀번호 3가지로만 회원가입 절차를 단순화 시켰고 법적으로 요구되는 동의 조항들은 디폴트로 “동의합니다”로 체크를 해놓았다(조항을 다 읽고 싶으면 읽을 수 있었다).

무조건 회원가입을 의무화 시키는 실험도 해봤다. 이렇게 해보니까 회원가입률이 오히려 떨어졌다.

뭐, 이런 여러가지 실험들을 통해서 한때는 회원가입율을 거의 60% 까지 올렸던 기억이 난다.

3. 프로그램 다운로드 – 쉽지 않은 마찰점이었다. 뮤직쉐이크 어플리케이션은 다운받아서 설치해야하는 윈도우스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이었는데 당시 미국의 웹은 이미 다운로드를 버리고 Flash로 가고 있었다. 프로그램 다운로드 창이 뜨자마자 대부분의 미국 유저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다운로드를!” 하면서 바로 사이트를 떠나는 유저들이 있는가 하면,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야 한다는 개념 자체에 익숙치 않은 어린 학생들은 다운로드 창이 뜨자 무슨 바이러스인 줄 알고 창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PC 용 프로그램이다 보니 음악, 미술, 예술분야 종사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맥에서는 사용할 수 조차 없었다(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맥의 사용도가 상당히 낮았었다). 또한 방화벽이나 백신 소프트웨어에 막혀서 프로그램 설치를 못하는 PC 유저들도 꽤 많았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회원 가입한 유저 중 실제로 뮤직쉐이크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사람들은 평균 50% 미만이었다. 회원 가입까지 했는데, 2명 중 1명은 프로그램을 다운받지 않았다.

나한테는 참으로 풀기 힘든 마찰점 이었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상당히 심각했는데 이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뮤직쉐이크 프로그램을 플래시 기반의 제품으로 개발하는 거였는데, 이는 플래시의 한계점들 때문에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방법들을 시도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고 동시에 기술을 최대한 hacking 해서 (앙드레 미셀이라는 플래시의 대가에 대해서도 이때 알게 되었다) 뮤직쉐이크를 플래시로 개발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한 2년 뒤 플래시로 개발에 성공을 하긴 했는데 여기서도 큰 배움을 얻었던게, 플래시 제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하드코어 유저들은 여전히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선호했던 것이다.

어쨌든 이러면서 ‘다운로드’라는 마찰력을 줄이는 노력을 많이 했다.

4. 곡 생성 – 뮤직쉐이크의 강점은 음악을 몰라도 누구나 손쉽게 프로 수준의 음악을 5분만에 만들 수 있다는 점이고, 뮤직쉐이크의 꽃은 바로 ‘음악 만들기’ 이다. 하지만, 뮤직쉐이크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람 중 실제로 곡을 만드는 유저들의 수는 50% 미만 이었다. 우리는 프로그램이 매우 쉽다고 주장했지만 일반인들한테는 아직도 뮤직쉐이크를 이용해서 음악을 만드는 방법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그램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사용법을 쉽게 만들어도 보고, 사용자를 짜증나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프로그램 사용 설명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면서 계속 숫자들을 확인하고 여러가지를 반복했다.

5. 곡 업로드 – 내가 만든 음악을 남들한테 자랑하거나 MP3를 구매하려면 이 곡을 서버에 업로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마찰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존 프로세스는 곡을 만들어서 일단 저장이라는 단계를 거친 후에 다시 수동으로 클릭을 해서 곡을 업로드해야 했다. 곡을 만들고 업로드 하려면 유저들은 ‘저장 -> 업로드’ 라는 2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면서 또 많은 이탈이 발생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합했다. 음악을 만든 후 한번에 저장과 동시에 업로드 되게 하니까 업로드율이 많이 올라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6. MP3 구매 –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마찰점이다. 고객이 지갑을 열어서 음악을 구매하는, 뮤직쉐이크의 매출이 발생하는 성배(Holy Grail)와도 같은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이 마찰점을 매끄럽게 해결하지는 못했다. 구매 전환율을 어떻게 해서라도 10% 까지 끌어올려 보려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역시 남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결제 과정을 더 단순화 해보고, 곡을 하나씩 구매하는 방법 외에 한달에 고정비를 내면 무제한으로 MP3를 구매할 수 있는 섭스크립션 방법도 해보고, 혹시 너무 비싼가 해서 가격을 조정해 보기도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러가지 실험을 해봤다. 물론, 개발인력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래도 구매율/전환율은 극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Conversion funnel이라는 주제를 part 1part 2로 나누어서 내 경험을 간단하게 공유해 봤다. 글로 읽어보면 간단하고 당연해 보이지만, 굉장한 집중력과 분석력이 요구되고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개발과 디자인 자원이 필요한 과정들이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1년 365일 내내 이런 실험을 해야 한다. 서비스들이 가지고 있는 마찰점들을 파악하고 각 수치들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반복을 해야한다. 그리고 수치들을 또 분석하고, 다시 실험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또 실험하고.

그리고 이런 conversion funnel을 최적화 하는 작업의 오너는 – 회사마다 다르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은 – 마케팅 부서이다. PR을 잘 하고, 광고 시안을 잘 만드는 것도 좋은 마케터가 해야하는 일이지만 제품을 다듬어야 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마케터들이 제품을 잘 이해하고 정확한 수치를 기반으로 마찰점에서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정량적인 마케팅을 해야한다.

Conversion funnel – part 1

얼마전에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한 5년 전 뮤직쉐이크 자료들을 발견했다. 그 중 뮤직쉐이크 US를 거의 5년 동안 운영하면서 거의 매일 들여다 보면서 고민하고, 바꿔보고, 실험하고 또 고민하던 그림이 있었는데 바로 이 conversion funnel 이다.

conversion funnel 1

인터넷 서비스, 특히 전자 상거래나 광고 쪽 일을 하시는 분들은 conversion funnel에 대해서는 잘 아실텐데 내가 보기에는 인터넷 비즈니스나 굴뚝 산업이나 모두 이 conversion funnel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굉장히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니, 잘 알고 있기 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conversion funnel에 대해서 굉장히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림의 깔때기의 윗부분은 musicshake.com 사이트를 방문하는 순방문자수(UV = Unique Visits) 이고 아랫부분은 순방문자 중에서 MP3를 구매하는 사용자수 이다.

즉, 뮤직쉐이크를 방문하는 네티즌은 몇 명이고 이 중 도대체 몇 명이 돈을 내고 MP3를 구매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여기서는 그냥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사이트 방문자는 100명이고, 이 중 실제로 돈을 내고 MP3를 구매하는 사람은 3명으로 그림을 다시 구성해 봤다. 이 경우 conversion rate은(전환율 = 방문자가 돈을 내는 사용자로 전환되는 비율) 3% 이다. 서비스마다 다르겠지만, 전자상거래 서비스의 평균 전환율은 3% 정도이다. 이 정도면 괜찮은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고 전환율이 5%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전환율이 10%면 꽤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뮤직쉐이크를 운영하면서 여러가지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지만 역시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이 ‘전환율’ 이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이트를 방문하는 고객 중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게 만들 수 있을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창업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산업을 막론하고 누구나 다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위의 3% 전환율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자. 전자상거래 서비스라면 ‘3명이 아니라 10명이 우리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전환율 3% -> 10%)’라는 고민을 끈임없이 할 것이다. 게임을 만들고 있다면 ‘우리 게임을 하는 100명의 게이머 중 3명이 아니라 15명의 게이머들이 in-app 구매를 하게 하려면 어떤 아이템을 팔아야 하나(전환율 3% -> 15%)’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나도 뮤직쉐이크를 운영하면서 매일같이 이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MP3를 구매하게 만들어서 회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간단하다.
-funnel 입구를 더 넓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전환율 3%라고 했을때 100명이 사이트 방문을 하면 3명이 돈을 쓴다. 그러면 절대적으로 이 100명의 순방문자수를 10,000명으로 증가시키면 300명이 돈을 쓴다. 순방문자수(=funnel 입구)를 계속 증가시키면 된다
-funnel 출구를 더 넓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100명의 방문자 중 3명이 아니라 30명이 돈을 쓰게 만들면 된다. 즉, 전환율을 30%로 증가시키면 된다
-funnel의 입구/출구를 다 넓힌다: 순방문자수도 늘리는 동시에 전환율도 높이면 된다

그런데 이게 말은 쉽지만 해 본 사람들 이라면 전환율 0.1% 증가시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순방문자 늘리는 것도 제대로 하려면 굉장히 쉽지가 않다. 결국 위 3개 이론 중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사이트로의 순방문자를 증가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돈으로 마케팅을 하는 방법이다. 돈을 써서 서비스를 홍보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할 것이다. 돈을 쓰지 않는 방법은 입소문이다. 입소문 나게 하려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역시 쉽지 않다. 그리고, 방문한 사람들이 사이트에 계속 남아서 돈을 쓰게 만드는 건 또다른 이야기다. 전환율을 높이려면 방문한 사람들 중 더 많은 사용자가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하는데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힘들다. 그리고 이 두개를 동시에 – 더 많은 순방문자 + 더 많은 전환 – 달성하는 건 Facebook 같은 회사한테도 힘든 지상과제이다.

그런데 이 깔때기를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더 복잡해진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진짜 비즈니스가 만들어 진다.

더 복잡해 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part 2를 통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스톡옵션 개론

내가 속한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스톡옵션(Stock Option)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스톡옵션을 받아서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아니면 앞으로 받을 것이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아직(한국, 미국 포함) 스톡옵션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틀리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서 여기서 한번 간단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실은 많은 분이 스톡옵션에 대해서 이메일로 문의하는데 그때마다 똑같은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나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하고 먼저 알아야 하는 건 바로 스톡옵션은 주식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스타트업에 채용돼서 적당한 연봉과 그 회사의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건 그 회사의 주식을 받는 거와는 약간 다르다(주식을 받는다는 건 즉시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의미이며 주식의 가격에 따라서 세금을 내야 한다.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건 위에서 이미 말한 대로 아직은 회사의 주주가 아니지만, 주주가 될 수 있는 권리를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세금을 내야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게 그렇듯이 스톡옵션도 깊게 파고 들어가면 복잡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응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톡옵션이 가지고 있는 조건들은 옵션 수량, strike price(구매가격), vesting 기간(부여하는 옵션을 한꺼번에 다 주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기간에 걸쳐서 줌), 그리고 vesting 방법이다(cliff, acceleration, 기간별 등).

간단한 예를 통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Racebook이라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에 내가 3번째 직원으로 채용되면서 스톡옵션 10,000주를 $1 strike price, 4년 vesting으로 받았다(vesting 방법은 1년 cliff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매달 vesting 되는 조건)

이미 말했듯이 입사하면서 내가 Racebook의 주식 10,000주를 바로 소유하게 되는 게 아니다. 10,000주를 4년에 걸쳐서 구매(vesting 기간=4년)할 수 있는 권리를 받는 것인데 회사의 주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나는 $1에(strike price=$1) 주식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면 10,000주를 4년 동안 구매할 수 있는데 해마다 2,500주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매달 1만 주의 1/48(4년=48개월)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4년 되는 시점에 한방에 1만 주를 다 구매하는 것인가? 이 때문에 vesting 방법이 중요하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내가 본 많은 벤처기업은 Racebook의 경우와 같이 1년 cliff vesting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근무 시작하고 정확히 1년 되는 시점에 부여받은 1만 주의 1/4인 2,500주를 $1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참고로, 받은 스톡옵션을 구매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를 ‘행사(exercise)’라고 한다)

왜 cliff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가? 1년 cliff vesting의 의미는 만약에 Racebook에서 360 일만 근무하고 회사를 스스로 떠난다면 – 아직 1년을 채우지 못한 시점 – 스톡옵션을 단 1주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1년을 full로 근무했을 경우 그 시점에 전체 옵션의 1/4이 즉시 vesting 되기 때문에 – 마치 절벽(cliff)처럼 – cliff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림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cliff vesting-1

1년 cliff vesting과 4년 cliff vesting(해마다)

위 Racebook의 경우 1년 후 cliff vesting 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매달 vesting이 되니까 다음과 같이 10,000주가 4년에 걸쳐서 – 이 회사에서 4년 동안 근무한다는 가정에 따라 – vesting 된다(그 전에 떠나면 떠나는 시점에 vesting 된 옵션만 챙길 수 있다).
-1년 후: 2,500 주
-1년 1개월 후: 2,500 주 + 208.3 주(10,000 주의 1/48)
-1년 2개월 후: 2,500 주 + 208.3 주 + 208.3 주
-2년 후: 5,000 주
-2년 1개월 후: 5,000 주 + 208.3 주
-4년 후: 10,000 주(fully vested)

cliff vesting-2

1년 cliff vesting + monthly vesting

다시 Racebook의 예로 돌아가 보자. 내가 입사한 후 회사가 너무너무 잘돼서 입사 9개월 만에 IPO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IPO 당시 주식 가격이 $30이었고 내가 입사한 지 1년 되는 시점(=스톡옵션의 1/4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 주가가 더 올라서 $40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나는 현재 주가 $40에 Racebook 주식을 구매해야 하는가? 아니다. 바로 strike price인 $1에 구매할 수 있다. 그러면 차액으로 내가 얻는 수익은 자그마치 2,500주 x $39(현재 주가 $40 – 내 구매가 $1) = $97,500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받은 스톡옵션의 1/4로만 발생하는 수익이라는 걸 기억하자. 물론, 주식이라는 건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는 내 strike price가 워낙 낮아서 회사가 계속 잘 된다면 주가가 $1 이하로 떨어질 확률은 없을 것이다. 물론, 주가가 $1,000까지 올라간다면 완전 대박이 나는 것이다(주식당 수익 $999).

이 strike price는 모든 직원한테 같지가 않다. 초기에 입사하는 직원들일수록 낮고 나중에 입사하는 사람들일수록 높다. Racebook에 늦게 입사한 사람들의 strike price는 $25일 수도 있는데, 회사의 주가가 $25 이하로 떨어지면 이들에게는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게 손해이기 때문에 이럴 경우 행사하지 않는다.

스톡옵션 동영상 보기

Option Pool

최근에 진행하는 투자 건이 하나 있는데 한국이 본사인 스타트업이다. 투자계약서 초안의 항목 중 option pool에 대한 설명을 이메일로 장황하게 적으면서 매번 이걸 글로 설명하지 말고 아예 포스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한국 상법을 잘 모르고 한국 투자 계약서를 직접 만들어 보지 않아서 한국에도 option pool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아는 미국의 모든 투자자는 옵션 풀을 권고(강요?)하고 투자계약서에도 거의 standard 하게 들어가는 부분이다. 전에 내가 이 동영상에서 옵션 풀에 대해서 한 번 언급한 적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 우리가 어떤 벤처기업에 pre-money 밸류에이션 9억 원에 1억 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투자금이 들어가면 이 회사의 post-money 밸류에이션은 10억(pre-money 가치 9억 + 신규 투자금 1억)이 되고 우린 이 1억 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의 10%를 보유하게 된다.

그런데 투자금이 들어간 바로 그다음 날 이 회사에서 아주 우수한 개발인력을 채용했고 이분을 모시기 위해서 경쟁력 있는 연봉과 함께 stock option을 제시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또 다른 우수한 인력을 채용했고 이 분에 다시 높은 연봉과 함께 stock option을 줬다. 벤처기업에서 초기에 우수한 인력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스톡옵션을 주는 건 흔한 일이지만 투자자인 우리 처지에서는 매우 난처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투자한 지 일주일 만에 회사에 신규 자본의 유입이 없이 스톡옵션 발행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회사 지분 10%가 마구 희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항목이 바로 option pool 항목이다(간혹 어떤 투자자들은 이 option pool은 회사와 창업가들한테 오히려 유리한 제도라고 포장해서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건 100%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투자를 집행하기 전에 창업팀과 미리 상의해서 어느 정도의 option pool을 만들어 놓을지 결정한 후에 투자금이 들어가기 전에 post-money 밸류에이션 기준의 옵션 풀을 만들어 놓고, 이후 신규 직원들을 채용해서 stock option을 부여 할 때는 신주가 아닌 이 option pool에서 나누어 주는 것이다. 보통 미국에서는 15%~30%를 옵션 풀로 만들어 놓지만, 투자자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르다.

위의 예로 다시 돌아가 보자. 우리 투자계약서상 옵션 풀 15%가 포함되어야 하는 경우를 계산해 보면, pre-money 밸류에이션에 1.5억 원의 (post-money 밸류에이션인 10억 원의 15%) 옵션풀이 포함되어야 하고 이럴 경우 실질적인 pre-money 밸류에이션은 9억 원이 아니라 7.5억 원이 되는 것이다. 자, 이렇게 되면 우리가 1억 원을 투자하고 지분 10%를 가져가면 창업가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은 90%가 아니라 75%가 되는 것이다. 나머지 15%는 옵션 풀을 위해서 할당을 해 놓은 지분이다(아직 스톡옵션을 발행한 거는 아니며 그냥 할당해 놓은 것이다).

창업자의 처지에서 보면 이게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투자자의 처지에서 보면 당연한 게 option pool 장치이다. 참고로 직원들을 계속 채용하지만 발행하는 스톡옵션이 15%가 되지 않고 이 옵션 풀에서 지분이 남는다면 다시 기존 지분구조에 ‘집어넣을’ 수도 있지만 모자라면 모자라지 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 옵션풀이라서 창업가들은 이런 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며, 투자자들도 창업가들과 원만하게 합의하여 합당한 선에서 옵션 풀을 결정하는 걸 권장한다.

Option pool 동영상 보기


참고 동영상:
밸류에이션 정하기
지분 투자 원리

투자자의 liquidation preference

Altos Ventures의 Han Kim 선배님의 포스팅을 보고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보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을 해서 몇마디 더 적어본다.

투자 계약서에 항상 포함되어 있는 조항 중 많은 투자자들이 pro-rata 권리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에 liquidation preference 라는게 있다. “Liquidation(청산, 정리; 현금화; 제거)” 용어의 의미는 상당히 광범위 한데 회사가 망해서 자산을 다 처분하는것도 liquidation이고, 잘 되어서 다른 회사에 팔리는것도 liquidation에 포함된다. Liquidation이 발생하면 liquidation preference에 의해서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참고로 이 liquidation preference는 우선주를 – preferred shares –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하다. 회사가 망하면 자산은 일단 빚쟁이들한테 우선적으로 분배되고 남은게 있으면 우선주를 가진 투자자들에게 분배된다. 그리고 또 남은게 있다면 – 거의 없겠지만 – 보통주를 가진 투자자들에게 분배된다 (Strong Ventures는 주로 보통주를 선호하기 때문에 우리한테는 아주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대부분의 VC들은 우선주를 선호하고).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 우리가 어떤 벤처기업에 10억 밸류에이션에 1억을 투자하면 그 회사의 지분 10%를 갖게 된다. 회사가 썩 잘 되지 않지만 가능성은 있어서 다른 중소기업이 5억원에 이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하면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회사가 잘 안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그냥 망하거나 이 5억원보다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5억원에 회사가 인수되면 우리는 10% 지분을 보유하기 때문에 투자원금보다 더 적은 5,000만원을 돌려 받는다. 어떤 투자사들은 의결권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한테 불리한 이러한 거래를 반대 하지만, 이러면 나중에 돈을 다 날릴 수 있는 위험도 있고 창업팀과의 관계도 악화되기 때문에 왠만하면 찬성을 한다. 자,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최대한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거나 조금이라도 돈을 더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바로 liquidation preference이다.

Liquidation preference에는 주로 3가지 종류가 있다:
1. Straight liquidation preference – 스타트업한테 가장 유리한 조건이다. 회사가 팔리면 우선주 투자자들은 투자원금과 배당금을 보통주 투자자들보다 먼저 받을 권리가 주어진다.
2.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 – 투자자들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이다. Straight와 같이 우선주 투자자들은 투자원금과 배당금을 보통주 투자자들보다 먼저 받는다. 하지만, 그 이후에 이들은 또다시 보통주 투자자들과 같이 취급되어서 남은 자산을 보통주 투자자들과 함께 비례해서 받는다. 즉, 두 번 받기 때문에 double-dip preference라고도 한다.
3. Partial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 – 약간의 hybrid 접근 방법인데 위의 participating preference와 동일하지만 우선주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제한되어 있다.

매우 드물지만 가끔씩 super liquidation preference라는 걸 주장하는 ‘나쁜’ 투자자들이 있다. 이는 투자원금의 몇 배를 우선주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건데 이걸 요청하는 투자자들은 개인적으로 도둑놈이라고 생각을 한다. 위의 예에 적용해 본다면 – 만약 2X liquidation preference를 투자자가 가지고 있다면 회사가 5억원에 팔리면 이 투자자들은 투자원금 1억원의 2배인 2억원을 받게 된다. 즉, 회사 지분을 10%만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liquidation이 발생했을때는 회사 지분의 40%를 갖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투자자가 2X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를 가지고 있다면? 일단 회사 지분 10%를 가지고 있는 우선주 투자자는 투자원금의 2배인 2억원을 받게 된다. 그러면 5억에서 보통주들에게 가야할 3억이 남게 되는데 이 3억원의 10%를 또 가져가게 되니까 3,000만원을 추가로 가져간다. 결국 총 2억 3,000만원을 받게 되는데 이는 회사의 거의 절반을 가져가는 셈이 된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그냥 1X liquidation preference가 가장 일반적이며, 이 조건이 투자자나 창업가한테 제일 합리적이다. 만약 super liquidation이나 participating liquidation을 요구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창업가들은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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