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coin

비트코인 은행

hyphen다시 한번 비트코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250 – $300 선을 잘 유지하고 있는걸 보면서 오히려 새로운 화폐로써의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번 주에 $700를 찍고 현재 이 선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추측들이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가장 일반적인 원인으로는 항상 ‘중국’을 말하지만 이게 맞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비트코인에 대해서 가끔씩 포스팅을 하고, 거의 매주마다 조금씩(아주 조금씩) 사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물건도 구매하고, 해외 송금도 해보면서 정말로 편리하다는걸 항상 느끼고 있지만 아직 mainstream 통화가 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3년 전에 우리가 코빗에 투자했을 당시만 해도 나는 비트코인이 단시간내에 은행을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들지는 않겠지만 은행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만들지 않을까 라는 확신을 했다. 한 5년이 걸릴걸로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틀린 예측이었다. 오히려 당분간은 –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 은행과 비트코인은 공존하면서 때로는 서로를 돕지만 때로는 견제하면서, 이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할거 같다. 현실적으로 봐서는 은행도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블록체인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이 은행을 더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계속 은행 및 전통적인 금융기관들과 잘 협업을 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가지 명확한 트렌드가 보인다. 우리가 코빗에 투자할때는 단순히 비트코인을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소였지만 이제 코빗은 점점 더 은행의 형상을 닮아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은행과 비슷하게 코빗의 지갑에 돈을 저축할 수 있다(이자는 없지만, 더이상 이자율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checking과 savings 계좌가 따로 존재하고, Coinbase와 같은 서비스는 checking 계좌 역할을 하는 Wallet 기능을 제공하고, savings 계좌의 역할을 하는 Vault 라는 기능을 제공한다. 코빗의 경우 ‘지갑’ 자체가 예금계좌이다.

은행업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거래’는 코빗이 정말 잘 하는 분야이다. 친구한테 빌린 돈을 계좌이체 하려면 친구의 은행과 계좌번호가 필요하고, 이걸 온라인으로 하려면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또는 OTP가 필요하다. 내가 내 돈을 다른 사람한테 보내는 간단한 업무인데 그 절차는 너무 복잡하다. 코빗에서 비트코인을 남한테 보내는건 쉽다. 이메일 주소나 비트코인 주소만 알면 매우 쉽게 보낼 수 있다. 송금 수수료도 훨씬 저렴하다. 이는 국내 송금에도 적용되지만 해외로 돈을 송금할때는 그 진가가 더욱 더 빛나고, 특히 소액을 해외송금할때 굉장히 편리하다. 계좌이체 업무는 이미 코빗이 은행들보다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움직일때 큰 장애물이 하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한테 비트코인을 보내려면 그 사람이 비트코인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비트코인 계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모르는 사람한테 이에 대해서 설명하고 계정을 만들게 하는건 마치 컴맹한테 공인인증서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만큼 어렵다. 최근에 코빗에서 ‘글로벌 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 아직까지 송금이 가능한 나라가 제한되어 있지만, 하나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코빗의 Hyphen 이라는 새로운 API를 적용한 서비스인데 돈을 보내는 사람은 그 나라 통화로 보내면 되고, 받는 사람은 받는 나라의 통화로 받을 수 있다. 송금의 백엔드 시스템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해결해주고 있지만 돈을 보내고 받는 사람은 비트코인에 대해서 전혀 몰라도 된다. 이 글로벌 송금 서비스로 이제는 매우 손쉽게 해외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한테 돈을 보낼 수 있다. 이 또한 왠만한 은행보다 훨씬 더 앞선 기술과 기능이다.

현재 코빗에서 사용가능한 통화는 세가지이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그리고 원화(KRW)인데 내가 보기에는 이는 일반 은행에서 제공하는 ‘외화’ 서비스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가상화폐들이 등장할텐데 코빗에서 이 모든 화페들을 보관하고, 사고, 팔고, 그리고 송금할 수 있다면 꽤 린하고 효율적인 은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실적으로는 코빗을 사용하려면 주거래 은행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대로 은행과 같이 공존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리고 생각보다 더 빨리 이 판이 바뀔지도 모른다.

비트코인 블록사이즈 논란

비트코인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최근 이 업계에서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Mike Hearn이라는 유명한 원조 비트코인 개발자 중 한 명이 비트코인 실험은 실패했다라는 글을 쓰면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고, 역시 많은 분들이 비트코인은 이제 끝났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있다. 나도 관련 글들을 읽고 공부를 좀 했는데 역시 기술적으로는 좀 어렵지만, 그 내용의 핵심은 대략 다음과 같다.

2008년도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오리지날 소스코드를 만들었고, 이 코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건 Bitcoin Core라는 프로토콜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오픈소스이고, 이 오리지날 소소코드를 가지고 많은 개발자들이 개발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 버전의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만들어진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이런 현상을 forking 이라고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Mike Hearn은 또 다른 프로토콜인 BitcoinXT라는 fork 개발을 주도 했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Core의 약점 중 하나는 바로 한정된 블록의 크기인데(블록사이즈) 이게 바로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Core는 블록체인의 블록사이즈를 의도적으로 1MB로 제한해놨다. 해커들의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이렇게 작게 만들었지만, 비트코인 거래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블록사이즈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여러 개발자들이 forking을 통해서 블록사이즈가 더 큰 프로토콜 개발을 하고 있다.

블록사이즈가 작으면 블록체인을 다운받는 속도가 더디어지면서 비트코인 거래의 속도나 거래량에 한계가 발생한다. 참고로 비자 네트워크는 1초에 2,000건의 거래를 소화할 수 있는데 비해 비트코인은 현재 7건의 거래 밖에 처리를 못 한다고 하니 비트코인이 정말로 mainstream 지불수단이 되려면 블록사이즈 크기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 Bitcoin Core와 Bitcoin Classic이라는 프로토콜이 대립을 하고 있고, 이 때문에 다양한 소문과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Classic은 블록사이즈를 기존 Core의 1MB에서 2MB로 증가시켰고 Coinbase와 같은 대형 비트코인 회사들의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다수의 호응을 얻는데에는 실패했다. 여기서 ‘호응을 얻는데 실패했다’ 라는게 잘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이 있을텐데, 비트코인은 주인이 없어서 그 누구도 소유하고 있지 않고, 비트코인을 개발하고 블록을 유지하고 있는 운영자들이 ‘투표’와 비슷한 방법에 의해서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는 결정을 내린다. 75% 이상의 블록에서 Classic이 도입이 된다면 Core는 버려지고 Classic이 새로운 프로토콜로 채택이 되는데 아직 절대 다수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자 그럼 블록사이즈가 커지면 어떤 장점들이 있을까? 당연히 비트코인 거래가 훨씬 더 빨리 일어날 수 있고, 블록체인의 부하가 줄어들지만 이와는 반대로 해커들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증가한다. 그런데 현재 논쟁의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바로 블록사이즈가 더 커지면 더 많은 자원을(=CPU power) 가지고 있는 채굴자들한테 권력이 집중되어서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분권(decentralization)’이 파괴되고 소수의 집단한테 권력이 집중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수’는 엄청난 CPU를 가지고 채굴을 하는 중국이 될 확률이 높다. 즉, 중국이 블록체인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Coinbase의 대표 Brian Armstrong은 비트코인이 위기에 처한게 아니라 마치 대통령 선거를 하듯이, 비트코인 업계에서는 선거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이게 꽤 적절한 표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MB 블록사이즈냐 2MB 블록사이즈냐, 현재 업계는 선거를 하고 있으며, 투표소가 아닌 CPU로 투표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아주 잘 볼 수 있듯이, 대선 전에는 후보들이 서로를 비방하면서 한 표라도 더 이기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한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대통령이 결정된 후에는 이 결정을 국민들이 존중하면서 4-5년 동안 열심히 살아간다. 실은 지금은 Core와 Classic의 경쟁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기능의 도입을 결정하기 위해서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비트코인은 발전하고 스스로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비트코인이 굉장히 건강하고 튼튼한 프로토콜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비트코인은 내재하고 있고, 업그레이드 방법에 대해서는 항상 논쟁이 일어나겠지만 이 논쟁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투표 시스템 또한 비트코인은 내재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굉장히 혁신적인 프로토콜이며, 이렇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어쩌면 해마다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프로토콜이 될 수 있고 이 프로토콜을 잘 활용하면 해마다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IPv4 에서 IPv6로 업그레이드 하는데 거의 8년이 걸렸고, SWIFT와 ACH와 같은 금융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하려면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비트코인 요새 괜찮나?

1402516880-beginners-guide-buying-bitcoin나는 계속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대해서 확신하고 있으며, 꾸준히 구매하고, 팔고,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내 주위 대부분의 분들이 – 투자자들 포함 – 비트코인 이야기만 하면, “비트코인 그거 망한거 아니야?” 란 말들을 많이 해서 요새 비트코인 동향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폐로써나 프로토콜로써나 비트코인은 죽지 않았다. 아니, 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2년 전보다 더 활발해지고 많은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을 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비트코인의 가격 때문일 것이다. 2013년 11월에 $1,200를 육박하던 가격이 현재 $400를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한 1년 이상 이 $400 대 가격을 유지하는걸 감안하면 그동안 비트코인에게 치명적이었던 약점인 변동성이 많이 제거되어서 나는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뭐, 그렇다고 우리 어머님이 비트코인으로 콩나물을 구매하고 있지는 않다. 아직 갈 길이 멀고, mainstream 으로 진입을 할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의 안정화, 비트코인 거래량의 증가, 그리고 매우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 네트워크의 성장을 보면 비트코인은 앞으로 더 커지고 강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오픈 소프트웨어라서 전세계의 관심있는 개발자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full-time 직장이 있고 주말에 ‘취미생활’로 비트코인 개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고, 누가 제대로 보상도 해주지 않지만, 본인들이 재미있어서, 그리고 뭔가 엄청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덕후기질 때문에 이 엄청난 네크워크와 프로토콜이 (아직까지는) 잘 돌아가고 있다. 참고로,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취미생활로 주말에 하는 것들은 대부분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 아직 잘 살아있다. 굉장히.

<이미지 출처 = http://www.entrepreneur.com/article/234742>

비트코인: P2P 전자현금시스템

오늘은 딱히 글 소재가 없어서 최근에 다시 읽었던 Satoshi Nakamoto의 비트코인 원조 백서를 소개한다. 아직 안 읽어본 분들은 여기서 읽을 수 있다 –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이 백서는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 이게 일본인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아니면 해커들의 신디케이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공개했는데, 보시다시피 긴 논문이 아니라 8장의 짧은 자료이다. 실은 나도 한 3번은 읽어봤는데 코딩, 보안, 그리고 암호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별로 없어서인지 반 정도 밖에 이해를 못 했다. 이 백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2008년 부터 지금까지 무상으로 개발한 비트코인 프로토콜과 화폐가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커진것이다.

실은 8장 짜리지만, 꽤 굵직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상당히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동안 전자현금과 화폐에 대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이중사용(double-spending)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A와 B가 돈 거래를 할 때 ‘믿을 수 있는’ 제 3자가 항상 개입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경험했듯이 돈 거래에 있어서 제 3자를 믿는다는 건 – 그게 은행이라도 – 매우 위험하다. 또한, 우리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그 3자가 딴 맘을 먹거나 해커들의 공격을 받는다면 거래 자체가 위험해 진다.

사토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공개된 장부, 즉 블록체인을 제안했고, 블록체인의 운영 방법도 매우 심플하게 제시했다. 그리고 왜 블록체인은 공격 당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지 수학적으로도 증명을 했으며, 사토시가 제시한 다수의 결정에 따르는 자유의지론적인 운영 방식 또한 매우 흥미롭고 새롭다.

물론,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완벽하지는 않다. 오히려 허술한 부분들도 많고, 사토시가 제안한 많은 내용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질문들을 낳고 있다. 특히 최근에 비트코인 업계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해보겠다.

어쨋든, 어쩌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비트코인이 이 간단해 보이는 8장의 백서로부터 탄생하고 성장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놀랍다.

중개자들을 없애는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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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Digital Gold: Bitcoin and the Inside Story of the Misfits and Millionaires Trying to Reinvent Money” 라는 책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비트코인의 역사와 배경, 그리고 관련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내가 모르고 있던 비트코인 관련 내용들도 많았고 내가 아는 사람들과 이들이 비트코인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금방 읽었다. 나는 얼마전부터 소량의 비트코인을 정기적으로 구매하고 있고, 비트코인 관련 책이나 기사들을 시간날때마다 읽고 있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기술인 블록체인은 쉬운 주제는 아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어렵지만, 새로운 화폐로서의 가능성과 블록체인의 파괴력은 상당히 흥미롭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에도 간단히 쓴 적이 있다. 실은 가능성만 많지 아직 블록체인이 제대로 구현된 대단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탄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금융뿐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은 앞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중개자들을 없앨 수 있는 분산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A와 B라는 사람이 거래를 하는데, 그 중간에 여러명의 중간상인들이 존재하는 구조를 우리는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돈 거래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내가 내 돈을 내 친구한테 보내는데 현재로써는 항상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중개를 해줘야 한다. 돈은 중요하기 때문에 은행이 중간에 개입되어야지만 이 거래에 신뢰와 타당성이 확보된다고 생각을 하지만 생각해보면 은행만큼 믿을 수 없는 불안한 기관은 없다 – 역사가 보여주듯이. 돈 거래에서는 은행이라는 중개자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고, 만약에 누군가 나쁜 맘을 먹고 이 은행을 공격하면 나와 내 친구 간의 돈 거래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은행이 single point of failure 이기 때문이다. 국제송금을 하는 경우, 많으면 3개 이상의 은행이 거래 주체들 사이에 존재한다. 직거래를 방해하는 중개상들의 숫자가 하나씩 증가할때마다 그 거래의 복잡성와 위험도는 급격하게 증가한다. 안타까운 건 바로 거래 주체들이 중개상들을 control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내 돈이 내 손을 떠나면 우리 주거래 은행와 상대방의 주거래 은행,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중개 은행들에서 제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돈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거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다. 중개상들이 존재하는 각 포인트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두말 할 것도 없는 낭비이다.
무역거래도 마찬가지이다. 해외무역을 하면 브로커라는 존재들이 개입되는데, 이렇게 되면 직거래에 비해 복잡성이 늘어난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브로커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브로커가 나쁜 맘을 먹고 중간에서 장난을 치면 전체 거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자도 브로커를 사용하고, 수출자도 브로커를 사용하게 되면 그 비효율성은 2배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수수료도 2배로 늘어난다.

실은 인터넷은 이런 중개상들을 많이 제거하고 직거래를 가능케하고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직도 완벽한 직거래가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지는 않다. 우버와 같은 서비스도 보면 택시 기사와 손님 사이에 우버라는 회사가 중개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또한 마찬가지이다. 호스트와 손님 사이에 에어비앤비라는 마켓플레이스가 중개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앞으로 이런 구조를 더욱 더 streamline 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마켓플레이스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이들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기술은 이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개상들이 없어지면 거래의 위험도와 복잡도가 낮아질테고, 이로 인해 거래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네트워크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전체 거래가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개념은 이렇다. 그런데 누군가 이 개념을 명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구현을 해야하는데, 누가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inancemagnates.com/forex/brokers/the-fx-middle-man-an-effective-sales-tool-for-brokers-2/>